어머니 편지 (이해인)


어머니 편지 - 이해인


철 따라 내게 보내는
어머니 편지에는
어머니의 향기와
추억이 묻어 있다.

당신이 무치던
산나물 향기 같은 봄 편지에는
어린 동생의 손목을 잡고
시장 간 당신을 기다리던
낯익은 골목길이 보인다.

당신이 입으시던
옥색 모시 적삼처럼
깨끗하고 시원한 여름 편지에는
우리가 잠자는 새
빨간 봉숭아 물 손톱에 들여 주던
당신의 사랑이 출렁인다.

당신이 정성껏
문 창호지에 끼워 바르던
국화잎 내음의 가을 편지에는
어느 날
딸을 보내고
목메어 돌아서던
당신의 쓸쓸한 뒷모습이 보인다.

당신이 다듬이질하던
하얀 옥양목 같은 겨울 편지에는
꿇어서 목주알 굴리는
당신의 기도가 흰 눈처럼 쌓여 있다.

철 따라 아름다운
당신의 편지 속에
나는 늘 사랑받는 아이로 남아
어머니만이 읽을 수 있는
색동의 시들을
가슴에 개켜둔다.


- '엄마와 분꽃'중에서 -
2012/08/27 13:47 2012/08/2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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