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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혼자가 아니라서
  • 작성일 : 2009-10-02
  • 작성자 : 장병길
  • 조회수 : 1185
작성일 2009-10-02 작성자 장병길
조회수 1185 첨부파일
얼마 전에 <나무 없는 산>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어린 두 자매가 주인공인데요. 생활고에 시달리던 엄마가 자매를 고모 댁으로 보내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엄마는 돼지 저금통이 꽉 차면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갔지만 결국 돌아오지 않습니다. 고모 역시 생활이 넉넉지 않아 자매를 시골 할머니 댁에 보내게 됩니다. 자매는 그렇게 엄마를 기다리며, 힘들지만 밝게 하루하루를 살아 나갑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동생의 모습이었어요. 동생이 “언니~” 하며 언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꼭 저 같았거든요. 어렸을 때 부모님 사정으로 할머니 댁에서 몇 년 간 자란 적이 있어요. 너무 어려서 부모님과 떨어진 데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속에 놓이게 되자 말수도 부쩍 적어지고 툭하면 울었습니다. 그때 유일하게 의지한 사람이 언니였어요. 언니는 저보다 고작 두 살 많았는데, 저를 살뜰히 돌봐 주었지요. 저는 힘들고, 슬프고, 아프고, 기쁘고, 무서울 때 늘 “언니”를 불렀어요. “언니”, “언니”, “언니….” 그러면서도 언니의 존재가 저에게 어떤 의미인지 헤아려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스무 살을 넘긴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때 언니에게 기댈 수 있었는데, 언니는 어떻게 그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의지할 사람이 필요한 건 언니도 마찬가지였을 텐데요. 저는 울며 보챌 수 있는 언니라도 있었는데 언니는 어린 동생에게 내색도 하지 못하고, 혼자 어떻게 마음을 달랬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제가 “엄마 보고 싶어.”, “아빠는 언제 와?” 하고 물을 때마다, 역시나 어렸던 언니는 어디서 그 대답을 찾아야 했을까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영화 속 동생에게, 그리고 저에게 언니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때로는 다투고 화내고 미워도 하지만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서, 언제나 내 편인 언니가 있어서 참 고맙습니다. 언젠가 언니의 남자친구에게 질투 아닌 질투를 한 적 있어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언니에게 ‘나는 이제 찬밥 신세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지요. 그때 언니의 답장이 또 한 번 저를 울렸습니다. ‘내게 1순위는 언제나 너야.’ 언니가 제게 그랬던 것처럼 이제 저도 언니가 힘들고 지칠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동생이 되어야겠습니다. <좋은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