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C 소식지

삶의 향기

HOME - KEEC소식지 - 삶의 향기
제목 내 인생 최고의 선물
  • 작성일 : 2009-10-02
  • 작성자 : 장병길
  • 조회수 : 1369
작성일 2009-10-02 작성자 장병길
조회수 1369 첨부파일
저는 어릴 적 아궁이에 불을 때는 집에 살았어요. 건축에 문외한인 아버지가 산골에 손수 지은 집이었죠. 다행히 수도 시설은 있었지만 난방도 장작불로만 가능하고, 화장실도 재래식이었어요. 특히 한밤중에 무서운 이야기라도 들으면 무서워서 밖에 볼일 보러 갈 수 없었죠. 그 때문에 늘 언니와 오빠, 동생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 가며 화장실에 함께 가야 했어요. 하지만 그때 무엇보다 가장 안 좋았던 건 재래식 화장실도, 장작불 때는 것도 아니었어요. 집이 외진 곳에 있는 탓에 고등학생만 되면 형제자매 모두 외지로 나가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었죠. 그런데 학교가 각기 다른 나머지 큰언니는 전주에서, 나와 동생 그리고 오빠는 정읍에서, 작은언니는 부안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더니 대학생 때는 또다시 여수, 광주, 서울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지요. 그러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모두 서울과 경기도로 모였지요. 학창 시절 2남 3녀 모두 시골집에 모이는 날은 보통 명절과 방학, 부모님 생신 때뿐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깊은 산골에 사는 부모님을 원망했습니다. ‘서울에 살면 이렇게 흩어져 살지 않아도 될 텐데…’라는 생각에서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시골집에 살면서 얻은 것이 많네요. 귀뚜라미나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잠든 기분 좋은 기억, 하늘에서 후드득 쏟아질 것 같던 밤하늘의 수많은 별, 하루 여섯 번밖에 다니지 않는 버스를 타기 위해 시간 약속에 철저해진 습관, 새벽같이 일어나 농사짓는 부모님을 보고 배운 성실함, 인스턴트 음식보다 산나물을 좋아하는 식습관, 어릴 적부터 여치, 풍뎅이, 방아깨비와 논 덕에 곤충을 무서워하지 않는 마음, 장작불에 밤이나 고구마를 구워 먹던 추억……. 불평을 일삼는 이에게 삶은 불평거리밖에 주지 않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좋은 것을 보려고 노력한다면 삶은 감탄으로 가득 찬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내 어린 시절의 흐뭇한 추억들. 이제야 이것이 모두 내 인생 최고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좋은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