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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27) 글쓴이 : KEEC   2024-02-25 21:08

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27)

- 힐다의 웰니스학교와 수수네숲의 콜라보 프로젝트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조주영

 

  켜켜이 쌓인 크고 작은 트라우마로 자기가 스스로를 더 아프게 하고, 또 다른 가족구성원에게도 날카롭게 가슴을 후벼 파는 언행을 반복하면서도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상대를 탓하곤 한다.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 대답이 내가 힐다모델을 더욱 공고히 하고 수련의 리추얼화 운동을 전개하는데 정성을 들이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나도 아픔이 있었지만, 그것을 스스로 치유하여 온전한 자유를 누려가고 있다. 

 

  이 여정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의식수준(발달수준)의 향상을 지향하며 이끄는 장기수련 과정에서 종종 윤운성 교수식 표현을 즐겨 애용한다. 그는 Riso와 Hudson이 다년간의 연구로 밝혀낸 의식수준(발달수준)을 아주 쉽게 표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미 몇 차례 언급하였지만, 체화를 위해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즉, 천품, 인품, 성품(1~3수준: 건강한 수준), 성격, 성질, 성깔(4~6순: 보통수준), 억지, 싸가지, 싸이코(7~9수준: 불건강한 수준) 등이 그것이다. 

 

  내가 이끄는 수련은 천품을 지향해 간다. 어쩌면 개인에 따라 이번 생애에 천품에 도달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더 가까이 갈 수는 있을 것이다. 의식수준의 위 단계에서는 아래 단계가 보이지만, 아래 단계에서는 위단계가 보이지 않는다. 기억해야 할 것은 “천품”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곳에 도달하면 새로운 상위 옥타브가 시작된다. 지금 그것을 논하는 것은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므로 다루지 않겠다.

 

  개인의 성격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위해 도움 받을 수 있는 탁월한 도구중의 하나가 에니어그램이다. 개인이 기본 성격유형을 뚜렷하게 드러낸다는 것은 그에 준하는 제한된 신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제한된 신념으로 인하여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힐다모델이 희망을 주고 길을 터주리라 믿는다. 지난 수년 동안 그 일환으로 여러 수련팀을 이끌며 드러난 증례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 K가족, H가족, J가족, L가족 등 많은 가족과 개인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그런 건강한 변화를 이끄는 과정에서 나는 그들이 자신들의 해소하지 못한 미해결과제가 갖는 파괴력을 이해하도록 도왔다. 그리고 기회 닿을 때마다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초기경험부터 지금까지의 여러 이슈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완료하고 흘러 보내도록 조력했다. 

 

  또한 힐다모델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수련방편이 자가치유법이므로 수련과정을 이끄는 날에 잘 배워 가면 각자 일상에서 지속수련을 통해 정화하고 치유하며 성장해 갈 수 있다. L은 첫 만남에서 딸의 공황장애, 아들과 남편의 강박성향,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강도가 너무 센 나날의 연속 등 사면초과의 어려움으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듦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더 나이 들어 자신이 병이라도 들면 어떻게 ‘안락사’할 수 있을지의 방법에 대한 질문을 하였었는데, 지금은 만날 때마다 행복을 얘기한다. 

 

  H는 아들(병원에서 조현병으로 진단받음)이 어느 날부터 서너 개의 인격을 드러내며 집안과 온가족을 들쑤셨을 때 너무 놀랍고 힘들어 죽고 싶었단다. 그러나 이제 아들은 물론 자신과 남편도 참으로 많이 치유되었고 건강하게 성장하여 만족한다며 연신 고맙다고 표현한다. L도 그랬지만, H도 그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의 수련여정이 각자의 다양한 이유로 늘 순탄하지만은 않으며 이것은 보편적 양상이다.

 

  H부부의 경우도 도중에 아들의 증세가 좀 진정되자 수련을 중단하려는 기미를 보이기도 했었다. 아들이 서녀 개의 인격을 드러낼 때는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놀랍고 두려웠으나 이제 급한 불은 꺼진 것 같으니 안도하는 분위기에서 나온 생각이리라. 그것을 알아차린 아들이 강하게 거부했다. 그는 이제 숨을 좀 쉴 수 있는 상황인데, 도중에 그만둘 수 없다고 항변했다. 다행히, H와 그녀의 남편은 가족수련을 중단하지 않고 잘 이어가고 있다. 

 

  H는 수련과정에 처음 왔을 때, 오로지 아들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은  이런 곳(수련장)엘 오지 않아도 되고, 아들 때문에 내키지 않지만 마지못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수련을 이어오며, 알게 된 것은 자신의 아픔도 매우 크고 그것이 자신과 가족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였다. 

 

  힐다모델을 통한 수련에서는 우리의 본래 타고난 모습을 이해하도록 돕고, 그것이 변질되어 가는 과정을 알 수 있도록 안내할 뿐, 그 개인에게 문제라고 지적하지는 않는다. 다만 당사자가 알아차리고 그 경험을 공유하면 받아들일 뿐이다. 이들 가족의 공통점은 평소에 자신을 온전히 돌보는 방법을 몰랐고, 해소되지 않은 미해결과제들을 안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그들은 장기수련 과정에서 그 문제들이 태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점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그 근거로 자신들이 엄마의 태내에 있을 때 엄마가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이었던 점, 그리고 치유과정에서 그 기억들이 몸으로 드러난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아마도 그들에게 세대 간에 전이된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이 지난번 연재 글에서 나와 L이 유아들을 대상으로 EFT를 진행했고 그것들을 굳이 소개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나와 L이 유치원 원아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놀이형식의 EFT에 대한 시도가 비록 그 시작은 미미할 수 있다. 그러나 유아들에게 혹여 위험의 소지가 있는 어떤 요인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또는 미해결과제로 있다면 그것들을 해소하거나 완화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해소나 완화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여정은 큰 그림을 그리며 그 시작으로 땅을 고르고 씨를 뿌리고자 하지만, 그 시도가 좀 거친 감이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향후 더 발전적 연구를 위한 오류나 문제의 위험을 줄임으로써 시간과 비용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 믿음을 발판으로 하여 용기 있게 한걸음씩 내딛는다.

 

  각자의 현재 삶은 과거경험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리고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는 지가 미래의 삶을 결정한다. 과거경험의 굴레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현재를 살아간다면 그것은 본질의 삶이 아니라 변질된 삶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생명체이므로 그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초과하게 되면 또 다른 변질로 이어진다. 

 

  이것이 Meg Arroll박사가 그녀의 책, 「스몰 트라우마」에서 펼치고 있는 내용들의  예가 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당연히 삶의 장면에서 문제적 요소를 자각하지 못한다. 그 결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양상으로 드러난다. 힐다모델은 그 악순환의 연쇄 고리를 끊는데 힘이 되어 줄 수 있다고 본다. 

 

  8회차 수련에서 다룬 EFT관련 얘기와 각자 수련여정의 자기평가를 위해 돌아보기를 바라는 맘으로 전개하다보니 얘기가 좀 길어졌다. 이어지는 순서는 풍욕이다. 날씨가 다소 쌀쌀하여서 자연치유장의 사방을 바람이 조금만 통하게 열고 풍욕장을 세팅하였다. 풍욕을 준비하며, 한 쪽에서 “아~!, 좋다.”라는 소리가 들린다. 풍욕은 이 수련의 인기 있는 치유방편 중의 하나이다. 참여자들은 풍욕이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을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리라.

 

  누구나 건강체(健康體)를 열망한다. 피부는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외부와 접하는 것이며 인간과 우주의 경계이다. 또한 우리 몸을 외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자연스런 장치이자 방위선이다. 생리학에서는 피부가 하나의 기관으로서 폐와 심장의 기능을 겸하고 있으며 호흡, 흡수, 배설, 감각, 보호 등의 작용을 한다고 본다. 풍욕을 개발한 프랑스의 의학자 노블리 박사도 생리학의 관점처럼 피부는 제2의 심장이고, 제2의 폐여서 그 피부를 통해 노폐물을 배출하고 피부가 폐의 기능을 한다고 설명 한다. 

 

  맑은 공기는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 그 역할이 매우 크다. 아이들은 자연의 바람이 부는 곳에서 자라야 보다 튼튼하게 자랄 수 있다. 힐다모델의 다섯 가지로 대별되는 구성요소 중에 “건강한 환경”을 넣은 것은 이러한 중요성을 대변한 것이다. 풍욕의 적절한 시간은 해뜨기 전이나 해가 진 뒤에 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우리는 여건상 오후 시간대를 선택하여 하였다. J를 비롯하여 몇몇 참여자들은 평소에도 풍욕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명현반응을 보고하였다. 

 

  피부를 공기에 노출시키는 기회가 적을수록 피부는 약해진다. 피부를 지나치게 감싸는 것은 만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풍욕은 약해진 피부를 강하게 해준다. 건강의 측면에서 볼 때 피부는 내장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이런 내용들을 몇 차례 언급하여 참여자들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매 수련마다 참여자들이 모두 풍욕에 적극적이었다. 

 

  풍욕을 마치고 모두 난로 옆에 모여서 잠시 풍욕관련 수다한마당이 펼쳐졌다. K는 의식적인 풍욕은 난생처음이며 그 첫 경험이 좋았단다. 나는 우리의 심신에 쌓인 독소, 즉 음식독소, 스트레스 독소, 신경독소 등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소해야 하고, 그것은 피부를 통해서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나의 설명을 듣고 한 참여자가 신경독소에 관심을 보인다. 

 

  신경독소(Neurotoxin; 神経毒素)는 사람이나 동물에서 신경계의 구조 또는 기능에 변화를 주는 독성 물질을 말한다. 신경독소는 신경조직의 발달과정에서 발생과 성숙을 방해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신경을 파괴하기도 하며 신경세포의 신호전달과정을 저해한다. 천연화합물과 화학화합물을 포함한 수천 개의 화학물질이 신경독성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윤철희, 미생물학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상형철 원장(더필립병원)은 우리 몸의 증상은 내 몸에 독이 쌓인 결과 나타나는 아픈 세포의 언어라고 설명한다. 그는 체내독소의 1단계에서 보이는 아픈 세포의 대표언어로 피로와 몸이 무거움이라고 설명한다. 2단계에서는 체중변화와 면역력저하를, 3단계에서는 성인병과 만성염증을, 4단계에서는 악성염증과 난치성 질환을, 그리고 5단계에서는 암과 재발 암을 든다. 그는 또한 각 단계별로 아픈 세포의 증상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연재 글에서는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전홍준 박사는 호흡, 음식, 활동, 마음 네 가지를 다스리면 “낫지 않는 병은 없다!”고 강조한다. 그 중에서 그는 호흡과 관련하여 주로 생기호흡, 복식호흡 등을 강조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피부의 호흡, 흡수, 배설, 감각, 보호 작용까지 챙기면 금상첨화이리라. 전홍준 박사는 자신의 저서, “나를 살리는 생명리셋”에서 기본이 회복되면 쉽게 치유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앞에서 언급한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특히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Donna Jackson Nakazawa는 자신의 저서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이야기”에서 우리 뇌중에 미세아교세포가 평상시는 우리를 도와주는 건강지킴이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스트레스 등으로 수위를 넘으면 공격자로 바뀐다는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

 

  Donna Jackson Nakazawa의 또 다른 저서 “멍든 아동기, 평생 건강을 결정 한다”나 Paul Conti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 가”, Meg Arroll의 “스몰 트라우마”, Stephen W, Porges의 “다미주 이론: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애착과 소통의 신경생물학”,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등 근거자료들의 일부만 보아도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들이 참 많다. 

 

  즉. 부모들이 양육과정에서 학대인지 모르고 행하는 일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부모의 신경계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자녀가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사회적 상처의 문제, 말하지 못한 상처가 결국 몸에 새겨져 질병에 이를 수도 있다는 사실 등등. 이제 우리는 하나하나 제대로 이해하고 바로잡아나가는 정성을 들여야 한다.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쓸데없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식별해야 한다.  

 

  일상생활이 자연스러운 리듬을 타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많은 현대인이 교감신경의 과각성 상태에 너무 오래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긴장이 과도하게 몸에 축적되어 있고 신경계는 불안정하다. 너무 오래 싸우기와 도망가기, 또는 얼어붙는 모드에 머무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 몸의 자연치유기능이 제 역할을 잃어버리는 문제를 야기한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일부 교사나 어른들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 해결방안을 가르치기 보다는 “참을 인(忍)자 열 번을 쓰며 인내하라”고 강조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독특한 속병인, “화병”을 야기 시켰다. 수년전에 한 지역아동센터의 아동들에게 그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TRE도 전하고, 또 그 효과를 알아보고자 공동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진행과정에서 TRE의 효과를 설명하자, 초등학교 저학년의 한 아동이 “이거, 우리 엄마가 해야 하는데”라고 하여 마음을 짠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아동은 자신의 엄마가 평소에 스트레스가 많고 한숨을 많이 쉰다고 염려를 드러냈다. 그 어린 아동이 아직은 자신을 돌보기도 버거울 나이에 엄마를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개인은 자가 치유방편을 꾸준히 적용하는 수련의 리추얼화를 통해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춤의학교에서 배운 “미러링댄스”로 마무리했다. 이번 회차 수련에는 부부도 있고, 모녀도 있어서 미러링댄스가 더 특별하게 다가갈 듯하다. 미러링댄스의 장점과 치유적 작용도 설명해 주었다. 즉, 부교감신경 활성화 원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거울뉴런, 공감반응, 밈, 터널시야에서 주변시야로의 확장 등을 연계하여 이해를 도왔다. 그리고 실제로 미러링댄스를 추는 과정은 먼저 서로 짝을 지어서 리더와 팔로우를 정하고 팔을 뻗어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한다. 

 

  리더와 팔로우는 처음의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눈을 바라본 채 팔로우는 리더의 춤동작을 따라하며 춤을 이어간다. 리더가 공간을 이동할 경우는 같이 이동하며, 공간이 이동되더라도 리더와 팔로우의 거리는 항상 같게 유지한다. 춤명상이나 춤치유를 하는 사람들은 똑같은 음악으로 춤을 추더라도 때와 장소, 함께 하는 사람, 자신의 상태 등에 따라 아주 다름을 잘 안다. 

 

  미러링댄스가 끝나자 다들 절로 박수와 웃음이 흘러나왔다. S는 상대 파트너가 마치 백조처럼 아름다운 춤을 안내하는 리더였다고 피드백한다. 마지막으로 비닐천막 밖으로 나가서 평화의 춤으로 춤 시간을 마무리하였다. 평화의 춤 속에는 호오포노포노처럼 미용감사(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서로의 연결, 하늘과 땅의 연결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평화의 춤을 마치고, 모두 서로 자연스럽게 허그하며 감동과 감사의 인사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난로 가까이에 모여서 간식을 먹으며 소회를 나누었다. 오늘수련의 전반적 시간을 돌아보고 나누는 것은 통합지향 면에서 의미가 있다. 이전회기의 수련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수련도 몸 체험을 많이 하였으며, 이것은 삼중뇌에서 뇌간 및 변연계와 관련이 깊다. 그 경험을 말로 표현해보는 과정에서 대뇌피질을 활용하여 통합해 간다. 

 

  P는 자녀 학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았으나 자신 학대는 그동안 생각해 본적이 없었단다. 딸이 평소에 “엄마도 좀 돌봐” 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때는 그 이유를 몰랐다. 그런데 오늘 수련을 통해 자신이 일에 취해서 스스로를 학대해 왔음을 자각하였다. 또한 오늘 특별히 남편과 함께 참여하여 좋았고, 남편이 춤을 처음 춰봄에도 많이 춘 사람처럼 잘 쳐서 놀랐다고 한다. 

 

  P의 남편은 목회자이며, 지난 회기에는 암환자인 딸과 참여하였었다. 이번수련에 참여하며 또 다른 자각은 자신이 부지불식간에 자신뿐만 아니라 남편에게 폭력적으로 쏘아붙일 수 있겠다는 사실을 자각하였다. 전반적으로 이번 수련이 유익하였고, 즐겁고 행복하였으며 부정적 감정까지 풀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M은 공기 좋은 산에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마음을 치유할 수 있어서 좋았단다. 평소엔 산에 가도 이런 치유를 고려하지 않고 그냥 올랐고, 내려와서는 뒤풀이로 술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 수련은 그런 것 없이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했으며 아주 특별났다고 한다. O는 몸에 이슈가 너무 많아서 치유를 해 오며, 내심 또 다른 걱정이 있었단다. 자신이 이런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심신이 자유로워지고 있듯이, 자신의 엄마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는 맘을 얘기하며 울먹였다. 

 

  C는 60대 중반의 목회자이자 P의 남편이다. 풍욕을 처음 체험했는데 정말 좋았다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어떻게 위신을 지킬까에 초점을 맞추어 살아왔다. 그러다가 올 하반기 들어서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서, 그간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으며 더불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보자는 의지가 생겼다. 이 수련과정에 온 것도 그 의지에 힘이 실리는 여정이었다고 한다. 

 

  참여자들이 숲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는 것이 주진행자로서 감사하다. 각자 지향하는 방향, 느낌 등이 다 소중하다. 그들의 긍정적 소감 나눔은 진행자들에게도 힘이 실리는 과정이었다. 일정을 마무리하며 남은 밤은 참여자들에게 싸주었다. 그들은 “항상 나누어주셔서 감사함”을 표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따뜻한 정서, “정(情)”이 교류되는 익숙한 장면이다.

 

  참여자들이 다 각자의 집을 향하여 출발하고, 나도 짐을 꾸려 귀가하고자 수수네숲은 나서는 길에 공동진행자 이득림 선생이 밤과 감을 한 보따리 싸주신다. 밤은 수수네숲에서 난 것이고, 감은 수수네숲도 다른 사람으로 부터 얻은 것이라고 한다. 참 넉넉한 인심에 마음이 푸근하다. 이렇게 이번 8회차 수련도 아름답게 잘 마무리 하였다.

 

-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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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26) 글쓴이 : KEEC   2024-01-26 21:10

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26)

- 힐다의 웰니스학교와 수수네숲의 콜라보 프로젝트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조주영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EFT는 쉽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접근이 용이하다. 나는 최근 30여년 경력의 유치원교사 L과 연구 겸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미력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며 만3세 유아들을 대상으로 EFT를 시도한 바 있다. 이 연구와 관련하여 사전에 해당 유아의 부모로부터 녹음이나 영상촬영 등 연구동의를 얻었다. 

 

  유아의 스트레스와 관련한 선행연구는 많이 나와 있다. 그것들을 참작하며, 그간 L이 부모를 인터뷰하며 모은 정보, 유아들의 스트레스 관찰 등을 고려하여 진행하였다.  아직 어린 아이들인지라 정식 EFT보다는 놀이 형태를 적극 도입했다. 넓은 의미에서 볼 때, EFT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놀이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작용했다. 그리고 그런 놀이의 연장선에서 몸의 타점이나 손의 타점의 일부를 두드리거나 터치하는 등의 방식을 취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유아대상의 EFT 관련 연구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나의 힐러로서의 수십 년 경력과 L의 유치원교사로서의 수십 년 경력을 토대로 그 길을 개척해 보자고 의기를 투합했다. L은 유치원교사이지만 상담을 전공한 박사이며, 근원치유에도 관심이 많다. 그리고 청소년이나 성인들이 겪는 심리적 고충들이 초기경험이나 세대 간의 전이 등 여러 요소들이 작용한다는 점에 대해서 경험적으로도 잘 인식하고 있다.

 

  이 연재 글에 이 예를 포함하는 것은 유아들의 성장환경(물리적, 심리적 환경 포괄)의 중요성, 온통생명사랑교실 참여자 및 이 연재 글에 대한 독자들의 유아기 탐색과 치유를 독려하는 마음, 수련의 리추얼화에 온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 모색 등 여러 이유를 고려한 것이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는 “사람들이 다섯 살 때부터 명상을 한다면 전 세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라고 했다. 

 

  나는 이 말을 보다 이런 시기에 각 개인이 가장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조력하는 것의 중요성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최근 SNS에 올린 새해메시지에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민과 내적 평화”를 강조했다. “우리가 내적 평화를 찾을 때만 세상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면서 “모든 인간은 내적 평화를 구축함으로써 세계 공동체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매일경제, 2024년 1월 2일).  

 

  내가 지난 35년간 국내·외를 오가며 섭렵한 동서양의 지혜와 치유방편들 중에서 쉽고 재미있는 것들만을 뽑아 구축한 힐다모델은 달라이라마의 이런 가르침과도 닮아 있다. 달라이 라마가 말했듯이 “우리 모두가 인류로서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이런 인식이 커짐으로써 더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다(매일경제, 2024년 1월 2일)”. 나도 여러 수련팀을 이끌며 이런 내용을 강조하곤 한다.

 

  나와 L은 이번의 이런 시도를 파일럿 연구로 여기며 더 발전적인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사전에 수차례 회의를 거치며 나아갈 방향과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제1연구자로서 나는 연구의 총괄기획, 문헌을 통한 이론적 타당성 확보, 원활한 과정진행을 위한 회의 주재, 전문적 개입을 위한 연구자 상호간의 적극적 정교교류 등의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제2연구자인 L은 유아들에게 놀이형식의 EFT를 실제로 진행하는 것을 담당하였다. 

 

  그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영상을 촬영하였으며, 그 내용을 반복적으로 모니터링 하였고 그 결과를 반영한 회의를 통해 더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하였다. 그리하여 연구의 타당성을 강화하고 놀이형식의 EFT를 원활히 운영하고자 더 굳건히 해야 할 것과 더 보완할 것 등에 대해 세세히 검토하였으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을 반영하였다. 초기단계에서부터 중기단계의 중반정도까지는 주1회 정도 회의를 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는 카카오톡 톡방을 통해 필요한 정보와 의견을 교류하며, 꾸준히 더 발전적인 진행방안을 모색하였다.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며, EFT를 놀이형식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떠올랐다. 예를 들면, 코코코 놀이를 활용하는 것인데, 그 구체적인 절차는 ① 유아들과 마주 앉는다. ② 교사가 집게손가락으로 “코코코”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코를 톡톡톡 가볍게 터치한다. ③ 유아들도 교사와 함께 동시에 따라한다. ④ 교사가 앞에서 말한 “코코코” 다음에 “입!”이라고 말한다. ⑤ 유아들도 교사와 함께 동시에 따라한다. 

 

  놀이 과정에서 교사는 유아들의 긍정적 정서함양과 원활한 참여를 위해 칭찬과 격려를 적극적으로 한다. 그리고 유아들이 이 기본놀이에서 충분히 잘 맞히면 놀이의 과정을 응용하여 발전시킨다. 앞에서 설명한 “④”의 단계에서 “코코코” 다음에 “입!”이라고 말하면서 머리나 다른 부위를 집게손가락으로 터치한다. 즉, 말하는 부위와 손으로 터치하는 부위가 다르게 하는 것이다. 이때 아이는 시각적 신호를 무시하고 입을 가리킬 수 있어야 한다. 

 

  이 놀이는 마치 Stroop Effect를 연상케 한다. 이는 단어의 의미와 색상이 일치하는 자극과 일치하지 않는 자극을 제시하였을 때, 그 자극을 보고 명명하는 시간이 전자보다 후자가 더 증가하는 현상이다. 이때 전자는 스트룹 촉진효과로, 그리고 후자는 스트룹 간섭효과로 설명한다. 

 

  자극에 대한 무의식적인 자동적 주의의 영향을 받는 스트룹 간섭효과는 의미적 간섭과 관련되며 인지적 주의를 위한 의도적 주의 조절이 필요하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의식적 처리보다는 자동적 처리를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익숙한 것을 무시하는 데에는 어려움도 따르고 시간도 더 소요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스트룹 촉진효과에서는 의미적 촉진현상이 일어난다. 즉, 사람들은 단어의 의미를 읽는 것이 오랜 경험을 통해 익숙해졌기 때문에 효과의 크기가 간섭보다는 작다. 

 

  이 스트룹효과는 향후, 유아들보다 좀 더 큰 아이들이나 성인들을 위한 놀이형식의 EFT운영에 응용할 수 있을 듯하다. 스트룹 과제의 기본 구성인 중립조건, 일치조건, 불일치 조건을 고려하여 구상해 볼 수 있다. 특히 정서적 단어(부정적 혹은 긍정적)를 활용하는 정서 스트룹 과제를 적절히 응용하며 진행하면 참 괜찮은 수단이 될 듯하다. 학자들은 스트룹과제로 알 수 있는 것을 다양하게 보고하고 있다. 특히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일관된 보고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기본적인 스트룹 과제의 예]

 

- 이미지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94205&cid=41991&categoryId=41991

 

 

  각설하고, 다시 놀이형식의 EFT 진행 얘기로 돌아오자. 진행 과정에서 교사가 목소리 톤을 바꾸어 보거나 말하는 속도를 조율해 보기, 소리를 낮추어 보기, 역할을 바꾸어 보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미있게 변화를 준다. 그리고 이 놀이에서 자연스럽게 타점 부위도 익힐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놀이를 통한 워밍업으로 즐거운 장(場)을 조성한 다음 EFT의 기본 타점을 부분적으로 순서대로 알려 준다. 이는 유아의 발달수준을 고려한 전략이다. 

 

  예를 들면, 1회에는 손날타점만 알려주기, 2회에는 손가락 타점 알려주기, 3회에는 얼굴에서의 타점 알려주기 등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타점을 두드릴 때도 일반적으로 EFT를 하는 순서를 따르는 것은 무리가 있을듯하여 어느 한 타점을 교사와 함께 횟수를 세며 두드린다. 이렇게 하는 것은 놀이적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부가적 학습효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타점에 대해 퀴즈를 내기도 하고, 아동이 퀴즈를 맞히면 칭찬과 격려를 통해 지속적으로 원활한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촉진한다. 또한 타점을 두드리는 방식도 다양하게 응용하였다. 예를 들면 세계적인 면역학자 아보 도오루 교수가 제안하는 손(발)톱 마사지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국내에 번역 발간된 그의 저서 “병이 달아나는 新건강법”이라는 책에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즉, 손톱 뿌리 부분을 반대쪽 엄지와 검지로 마사지한다. 한 손가락마다 10초씩 조금 아플 정도로 마사지한다. 그는 이 방법을 하루 1~2회 반복하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권장한다. 이 방법을 유아들에게 적용함에 있어서 복잡하게 설명하거나 정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래서 EFT의 TAB(Touch and Breath) 기법과 절충하여 전행했다. 그냥 해당부위를 터치하고 쉼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방법들을 유아스스로 교사를 따라서 해 보게 하고, 또는 놀이적 느낌과 호혜적 상호작용을 촉진하고자 친구들을 해주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아보 도오루 교수는 신경이 집중된 손발 끝을 자극하는 것은 부교감신경 자극과 관련되며, 혈류를 좋아지게 하고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단, 약지는 부교감신경이 아니라 교감신경을 자극하므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외하라고 설명한다. 아래 그림에 제시된 “손가락별 신체 대응표”를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손톱 맛사지]

 

[손가락별 신체 대응표]

 

- 출처: 아보 도오루 & 이시하라 유미 著 / 정민우 譯(2009). 병이 달아나는 新건강법, 삼호미디어 -

 

 

  위 그림의 “손가락별 신체 대응표”에서 볼 때 치매, 파킨슨병, 노안 등 나이 들어 일어나는 질환이나 현상들은 유아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건강의 유지증진이나 문제의 예방측면에서는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경우에 아프거나 건강이 악화되고 나서야 건강을 챙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몸이든 마음이든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방법을 사전에 예방적 차원에서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와 L이 의기투합하여 다소 거칠지만 용기 있게 감행하는 이 시도는 그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편, 유아들에게 놀이형식으로 EFT를 진행함에 있어서 과정진행 하는 날을 전후하여 일부 아이가 감기 등 몸이 아파 등원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 경우에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감기예방이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를 강조하며 몸이나 손의 타점을 두드리거나 마사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말하자면 현실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대리 EFT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용확언이나 단축어도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어 유연한 방식으로 아주 쉽게 하였다. 

 

  예를 들면, “친구 OO가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나는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엄마가 화내서 속상해요.” “OO친구가 안 놀아 주어 속상해요.”와 같은 식이다. 이런 내용을 선정하여 한 것은 아이들이 이번 연구과정에서 표현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이들 내용들은 유치원교사인 L이 “우리친구들 어떨 때 속상해요?” 라고 물으면,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자신들의 속상함을 얘기하고자 손을 들었고, 또 순서대로 얘기하는 것이 촬영된 동영상에서 확인되었다. 

 

  이 과정을 운영한 결과는 긍정적이다. 한편에 혼자 있으려던 경향을 보이던 유아의 참여가 늘어났고, 신경질적인 유아는 짜증을 덜 냈으며, 보편적으로 활력이 증가했다. 일부 엄마들의 보고에 따르면 자녀가 등원하는 것에 대해 더 즐거움을 드러냈다고 한다. 나와 L은 유아를 대상으로 하여 EFT를 적용하는 것에 있어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소규모로 예비 연구한 것을 토대로 연구 질문을 식별하거나 수정·보완하며 연구방법이나 절차에 있어서 보다 적합한 방법을 찾아나가고자 한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접하는 청소년이나 성인이 겪는 문제들에 대해 임기응변식의 대처는 문제의 근원을 치유하기에 매우 제한적임을 많이 보아 왔다. 따라서 보다 근원적 치유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각 개인의 현재 삶은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와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자신이 어떤 경험을 축적해 왔느냐에 따라 그것들이 음으로 양으로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명시적 또는 암묵적 기억에 의한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앞 연재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것이 스몰트라우마든, 빅트라우마든 해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큰 파괴력을 갖는다. 

 

  생명체로서 그 생명력을 유지 증진해 가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 기억은 괜찮다. 그러나 해소되지 않은 트라우마적 기억이 있을 경우, 현재 그 개인의 삶의 경험은 그 기억에 상응하게 왜곡되는 경향이 있고, 위기를 가중시킨다. 마치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듯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은 상황을 문제로 지각하며 과한 경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SE(Somatic Experiencing)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연재해”라는 주제를 다룰 때 경험한 일이다. SE는 세계적인 트라우마 전문가 피터 레빈(Peter Levine)박사가 개발한 것으로 트라우마 치료에 많이 활용되는 방편이다. 실습과정에서 나의 파트너인 K선생이 자연재해와 관련하여 비교적 가볍다고 생각되는 자신의 이슈를 제시하였다. 그런데, SE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쯤에 경험한 자연재해의 간접 트라우마 기억을 이슈로 다루었다. 그 당시 여름에 비가 많이 왔고, 전국이 홍수로 떠들썩하였다. 내가 살던 동네에서 우리 집은 비교적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괜찮았지만, 이웃의 몇몇 집들은 물난리를 겪었다. 실습과정에서 내가 다룬 사례는 그것들에 대해 내가 직접적 피해를 입었다가 보다는 피해 입은 사람의 얘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은 것이었다. 

 

  그것은 이웃집의 한 아저씨가 작은 냇가에서 갑자기 불어 오른 물을 미처 대피하지 못해 휩쓸려 내려간 사건이다. 동네 어른과 청년들이 그 아저씨를 찾아 나섰고, 나중에 그 냇물 줄기의 어느 지점에서 코와 귀 등이 사라지고 많이 훼손된 그 아저씨의 시신을 찾을 수 있었다. 동네 어른과 청년들이 어린 아이들은 이 끔찍한 사고를 듣지 못하도록 신경을 썼지만, 나는 이런 저런 과정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그 이외의 기억은 아련하다. 그 내용을 SE로 다루는 과정에서 올라오는 몸 반응을 통해 당시에 내가 많이 놀랐고 두려웠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수십 년 전 그 당시에 놀람과 두려움을 몸에 쟁여둔 채 감히 울지도 그리고 충분히 풀어내지도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그것을 SE를 통해 알아차리고 눈물과 함께 흘려보냈다. 나의 눈물은 일차적으로는 과거에 자연재해(홍수)의 간접트라우마와 관련한 놀람과 두려움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처리하고 나서는 이렇게 뒤늦게라도 해소함으로써 좀 더 자유롭게 된 점에 대한 위안과 감사의 눈물이 올라왔다. 

 

  힐다모델이 자가치유, 근원치유 등에 무게를 많이 두고 있고, 나름 수십 년간 힐다모델에 포함되어 있는 여러 치유방편으로 수련을 해 왔기에 웬만한 문제들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남아 있는 트라우마적 기억이 살아있는 박물관인 몸의 기억을 통해 소환되었다. 미해결된 과제의 몸 반응이 올라왔지만 다행히 잘 알아차려서 안전하게 완료하고 개운하게 흘려보냈다. 

 

  그래도 오랜 수련 덕에 그 과정이 비교적 순조로웠으며 짧았다. 나의 치유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스스로 잘 조율한 것에 대해 나의 자연치유력을 높이 평가하였으며 감동의 피드백을 주었다. 이 경험은 내게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나는 수십 년간 상담을 통해 내담자들을 조력하는 과정에서 직접 겪은 트라우마적 기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의 생애동안 만난 대부분의 사람 중에서 간접트라우마나 스몰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보통 트라우마적 사건이 일어나면 직접 그것을 경험한 당사자들에게 주로 초점이 맞추어진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간접트라우마나 스몰트라우마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에 대해 생각이 미치니 지금 우리사회의 대응책이 참 안타까운 현실로 다가온다. 

 

  직접 겪은 큰트라우마는 물론이고 비록 간접 트라우마나 스몰트라우마라 할지라도 치유를 위해 제대로 된 정성을 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 부정적 파급효과가 얼마나 클지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때로 까칠하거나 거칠고 파괴적인 행동, 퇴행적인 행동으로 자신은 물론 주변인들에게도 상처를 준다. 그 사람의 까칠하거나 거칠고 파괴적인 행동, 퇴행적인 행동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그것은 크고 작은 트라우마적 기억이 미해결과제로 남아 있어 일어나는 살고자하는 몸부림이다. 그러나 당장은 그 당사자가 지각하는 문제로부터 모면할 수 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긴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가? 그것은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오랜 수련 덕에 과거에 비해 정말 많이 나아지고 있다. 지금은 그렇게 대처해야만 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또한 그 상황에서 더 바람직한 행동이 무엇인지를 자각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가족팀, 전문가팀, 일반인으로 구성된 팀 등 여러 수련팀을 수년째 이끌며 그들도 아픔을 잘 치유하고 자신들의 성장스토리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재구성해 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수련 초반에는 참가자들의 상황을 SE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과다 결합된 가족구성원과 과소 결합된 가족구성원이 뒤섞여 팽팽한 긴장 속에 처해 있었다. 마치 하루하루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역기능적 상호작용으로 난경에 처해 있었다. 

 

-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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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25) 글쓴이 : KEEC   2023-12-24 22:10

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25)

- 힐다의 웰니스학교와 수수네숲의 콜라보 프로젝트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조주영

 

  나의 동물에 대한 불편할 정도의 예민함도 지금은 치유되었고, 동물을 귀여워하며 쓰다듬거나 안아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J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스토리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내가 개나 고양이 등 동물을 불편해 하는데 원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라 추측하는 사건이 있다. 그것은 어렸을 때 언니가 이웃집 개에게 물려서 동네에 큰 소동이 일어났던 것을 목격한 것이 트라우마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언니가 매우 고통스러워했던 모습, 부모님과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부산하게 그 사태를 해결해가던 모습 등이 지금도 얼핏 떠오른다. 그 이후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 등 동물을 가까이 하지 않게 되었고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지 않은 채 지내다 보니, 동물을 맞닥뜨릴 때마다 피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길가다가 개나 고양을 만나면 여럿이 함께 그 옆을 지나갈 때는 크게 무리가 없으나 혼자 지날 때는 살짝 긴장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나는 내가 배운 치유방편으로 그 문제들에 대해 자가 치유 하였다. 나는 평소에 힐다모델속의 여러 치유방편(예: TRE, EFT, BSP, AT, AM, 치유춤 등)들을 적용하여 꾸준히 수련을 이어간다. 단순히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의식수준의 향상을 지향한다. 의식수준이 향상되면 될수록 통합되어 현존이 가능하고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뿐만 아니라 의식수준이 향상되기 전에 문제가 되던 것들이 유사한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게 된다. 나는 앞에 제시한 나의 동물에 대한 이슈를 전면으로 내세워 치유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TRE, AT, AM, 치유춤 등 여러 치유방편들이 다 긴장을 이완하고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나 고양이 관련하여 직·간접적으로 놀란 것은 물론 그 외의 많은 긴장과 스트레스, 그리고 트라우마까지 해소 또는 완화해 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꾸준히 수련한 덕분에 많은 것이 치유되었고 본질적인 나를 찾아가고 있다. 

 

  나의 이런 경험을 J를 비롯하여 참여자들에게 미니강의로 들려주며 J를 포함하여 참여자들이 각자 겪고 있는 어려움에서 뭔가 개연성을 찾아볼 수 있도록 추가 설명을 이어갔다. 즉, 고전적 조건형성, 조작적 조건형성, 가르시아효과 등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습득될 수 있는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도록 도왔다. 특히 가르시아효과에서 얻는 시사점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엉뚱한 맥락에서 두려움이 습득될 수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언어발달이전에 경험한 크고 작은 트라우마나 고차조건형성의 경우는 전문가가 아니면 찾아내기 어렵다.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뭔가를 습득하는 데는 명시적인 학습이나 기억뿐만 아니라 암묵적인 기억과 학습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학습의 영향을 절대 무시 못 한다. 내가 조력한 내담자 중에는 부모의 트라우마가 세대전이 된 사례가 꽤 있다. 전쟁트라우마를 비롯하여, 차사고, 화재사고, 건물붕괴 등 부모의 트라우마를 치유하지 않으면 세대 간에 전이가 된다.

 

  내담자 O의 엄마는 6.25전쟁 중에 갓난아기와 함께 피난 중이었다. 피난 중에 만약 아기가 울면 적군에게 발각되어 함께 피난하던 사람들이 다 위협에 처할까봐 아기의 우는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아기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고 한다. 그런데 상황이 진정되어 아기의 입을 막았던 손을 떼고 보니 아기가 죽어있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당사자입장에서 얼마나 큰 아픔이고 트라우마이겠는가?!. 

 

  내담자 O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엄마로부터 전쟁 중의 고충과 아픔, 불안에 대해 수시로 들으며 성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 또한 수십 년 동안 엄마처럼 일상에서 불안으로 고통 받고 있다. 바로 전쟁트라우마의 세대전이 이다. O의 상황에서 그녀의 엄마가 그 상황을 O에게 얘기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영향을 받는다. 바로 몸이 전하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엄마의 신경계 불안정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의 연재 글들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티븐 포지스 박사의 다미주이론이 상황이해에 설득력이 있다. 자신이 신경계 위치[교감신경, 부교감신경(배쪽 미주신경, 등쪽 미주신경)]에서 어디가 활성화되어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다미주이론에서는 부교감신경계에서 가장 긴요한 역할을 하는 미주신경을 중요하게 여긴다. 

 

  미주신경은 열 번째 뇌신경으로 뇌간 영역과 여러 내장 장기를 연결한다. 이 이론에서는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뇌간 영역을 강조한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사회참여체계와 연결된 배쪽 미주신경이 최적으로 작동할 때 건강, 성장, 회복의 기능을 다한다(노경선 역, 2020). O를 조력하면서 그녀는 성장기에 살아내느라 싸우기와 도망가기의 방어체계를 유지하였음이 드러났다. 그녀는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늘 노심초사하며 성장하였다고 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그녀가 엄마의 태중에 있을 때, 그녀의 엄마는 늘 불안하였다. 그 당시에 태내에 있던 아기(O)의 바깥세상은 엄마의 양수이다. 모체가 안정되지 않으면, 양수의 조건도 그에 상응하는 상태를 유지한다. 따라서 O가 엄마의 태내에 있을 때 세상은 안전하지 않고 불안한 곳이라고 태아프로그래밍이 되었을 것이다.

 

  엄마가 안전하지 않다고 지각(Perception, Neuroception 모두 고려)하면, 그것을 태아도 같이 느낀다. 그 과정을 거치며 태어난 아기는 성장하면서 늘 불안 속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된 채 생활하였을 것이라 추측된다. 그녀의 신경지가 안전하지 않다고 받아들일 경우는 교감신경의 활성화를 하향조절 할 수 없다. 이 얼마나 안타깝고 가혹한 현실인가?!.

 

  다미주이론은 매우 유용한 이론이지만, 다루기에 방대하여 이 연재 글의 제한된 지면에 다 풀어낼 수 없다. 이 칼럼에서는 아주 간단하게만 소개한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관련도서와 연구결과들이 제법 많이 발표되어 있다. 국내에도 관련 이론을 다루고 있는 번역 발간된 도서가 꽤 있으며, 그 중에서 다미주 이론을 단일주제로 다루는 것도 있다. 다미주 이론(노경선 역, 2020), 다미주신경이론(박도현 역, 2023)등이 그것이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큰 사건이나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은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제대로 인식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내담자나 직간접적으로 만난 사람들에 따르면, 그 모름으로 인하여 제3, 제4의 피해를 입게 된 사례가 많다. 어렸을 때, 또는 몇 년 전의 트라우마로 인하여 여전히 정말 너무 힘든데 가족이나 주변에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다고 말할 때가 그러한 상황이다. 

 

  심지어 힐난하거나 의지력이 약하다고 치부할 때는 그 부정적 파장이 더욱 크다. 트라우마 치료 및 치유관련 전문가들은 트라우마적 기억이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해진 기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치유하지 않는 한 평생 동안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치유하지 않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느라 힘든 나날을 보내는 사람이 참으로 많다. 그러므로 트라우마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확대 교육이 시급해 보인다. 

 

  한편, Meg Arroll박사는 국내에 「스몰 트라우마」로 번역되어 있는 그녀의 책에서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작은 정신적 상처들이 그 개인의 정서적 건강을 서서히 갉아 먹는다”고 경고한다.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교수는 감수의 글에서 “작은 상처가 큰 병을 초래할 수 있다”라는 이 책의 주장은 분명한 진실이며, 우리나라를 스몰 트라우마의 독소가 넘쳐나는 사회로 진단한다.

 

  그는 “애써 괜찮다고 말하며, 대단치 않다고 자신을 속이며 상처를 숨긴다면, 작은 구멍 하나가 둑 전체를 무너뜨리듯이, 가랑비에 자신도 모르게 온 몸이 젖듯이, 작지만 강한 독소를 지닌 상처가 누적되면 결국 우리를 무너지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을 조용히 무너뜨릴지 모르는 독소에 대한 해독제를 처방받고 함께 치유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염원을 보여주고 있다. 

 

  Meg Arroll박사는 위에 제시한 책에서 각자 직면하는 문제들에 대해 체념과 수용은 매우 다름을 다루어 주고 있다. 체념은 심리적 경직, 무력감과 억압감, 자기비판과 자책, 결핍의 사고방식, 포기나 단념, 어려움 견디기, 버티기, 변화를 회피하기, 저항, 판단중심의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수용은 심리적 유연,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자신감, 깊은 자기연민, 풍요의 사고방식, 긍정적으로 행동하기 위한 심리적 재조정, 어려움에서 배우기, 자기 향상, 변화에 개방적, 인정, 가치 중심 등의 특징을 지닌다.

 

  그녀는 이런 특징적 차이를 언급하며 삶의 다양한 경험을 수용하게 되면 스몰 트라우마를 능동적으로 활용해 미래의 우리를 보호해줄 강력하고 튼튼한 심리적 면역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또한 김현수 교수는 “너무 쉽게 말하고, 직설적으로 대하고, 서로 간의 경계를 지키지 못하는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스몰 트라우마의 독소가 넘쳐나는 사회이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Meg Arroll박사의 주장처럼 수용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근원치유, 자연치유, 전인치유, 자가치유, 영적성장을 지향하는 힐다모델의 여러 방편들은 각 개인의 빅트라우마 뿐만 아니라 스몰트라우마를 치유하는데도 매우 유용하고, 더불어 수용역량을 강화하는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 

 

  또 다른 한편, 사회역학은 상해나 질병 등의 원인이 개인적 요인에 국한 되는 것 이상임을 알려준다. 즉, 질병의 사회적 원인에 주목하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잘살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한다. 질병은 보건, 경제, 사회구조 등 사회적 환경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국내 저명한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는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라는 책에서 사회적 경험이 어떻게 우리 몸에 스미고 병이 되는 지를 세세하게 보여준다.

 

  그는 직장, 학교, 가정에서 맺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겪는 차별, 혐오, 고용불안, 재난과 같은 사회적 폭력, 사회적 상처 역시 몸에 스며들어 병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차별이나 폭력을 겪고도, 말조차 하지 못할 때, 혹은 애써 괜찮다고 생각할 때 실은 우리 몸이 더 아프다는 것을 여러 과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보여준다. 

 

  김승섭 교수는 사회와 단절된 병이란 없다고 보며 몸은 사회를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특별히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진다”는 문구가 매우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는 사회적 원인을 가진 질병은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좀 얘기가 길어졌지만, J와 참여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현재의 증상에만 국한하여 바라보지 않기를 바란다. 대신에 총체적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바라는 맘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내용을 담아 미니강의를 한 것이다. 그들이 각자의 상황에 대해 최대한 봐야 할 것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정성을 모았다. 

 

  더불어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기에 골몰하기 보다는 현재 겪는 어려움의 해결에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은 이유가 있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불이나면 불이 난 원인을 따지기보다는 불부터 꺼야하듯이, 그냥 할 수 있는 치유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꾸준히 수련하다보면 어느 날 그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문제에 대한 통찰이 덤으로 올 수도 있고, 모르더라도 더 이상 문제를 야기하지 않게 된다. 이날 J가 제시한 질문 중에 장(場)의 역동은 특별히 불에 대한 두려움에 집중되었다. 그래서 그것에 초점을 두어 EFT로 다루어 주었다. 즉, J가 뭐가 문제인지에 대해 기억은 못하지만 두려운 상황이므로 수용확언은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이유로 불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깊이 사랑합니다.”라고 만들었다. 

 

  그리고 EFT후에 J는 불과 관련된 이슈를 적절히 해소했다. 한편, J는 질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제한된 신념을 많이 드러냈다. 이에 대해 J가 그 점을 이해하도록 돕고 자신의 몸을 믿는 것, 상상을 통한 치유 등 몰입이 가져다주는 치유의 이점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J의 제한된 신념까지 EFT로 치유할 수 있음을 안내했다. J가 일상에서 자신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수련을 리추얼화 한다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내가 확보한 증례도 많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증례들이 무수히 많이 발표되어 있으므로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이어서 EFT의 유의점을 안내해 주었다. 자가 치유 과정에서 SUDS가 일정수준은 떨어지다가 어느 지점에서 더 이상 안 떨어지는 경우에, 만약에 하던 것을 제쳐두고 다른 문제를 다루며 유사한 상황을 몇 가지 만들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마치 콤플렉스의 형성원리처럼 열어 놓은 그 이슈가 힘을 가져서 파괴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EFT를 적용한 자가 치유 과정에서 SUDS가 일정수준에서 더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일단 상자EFT를 통해 그 상황을 정리한다. 그리고 기회를 보아 EFT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상자 EFT는 자신의 이슈에 대해 EFT를 적용하던 중에 시간제한이나 기술적인 문제 등 여러 이유에 의해 지각하고 있는 SUDS를 충분히 떨어뜨리지 못했을 경우에 유용하다. 다루고 있던 이슈에 대해 그것을 다루어줄 수 있는 여건이 될 때까지 상자 안에 안전하게 담아 두어 그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선택한다.

 

  상자 EFT의 예로는 “나는 비록 지금 이 문제를 다 다루지 못해 아직 ~ ~ ~ 한 감정이 남아 있지만, 마음속에 커다란 상자를 준비하여 해결하지 못한 이 문제(감정)를 넣어서 마음 한편에 잘 보관해 두었다가 시간이 될 때마다 틈틈이 꺼내서 조금씩 다루어주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편안해지는 것을 선택합니다. 나는 안전하고 평온합니다.”와 같이 할 수 있다.

 

  상자 EFT는 우리 내면에 있는 파트를 이해한다면, 수용이 더 잘 될 것이다. 상담분야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파드 이론들, 즉 내면가족체계, 정신분석, 교류분석, 사티어모델의 자기만다라 등에서는 파트이론을 매우 유용하게 적용한다. 우리 몸에는 60조개 이상의 세포가 있다고 한다. 그 세포들도 어떤 면에서 보면 하나의 파트로 볼 수 있다. 세포기억이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저런 면을 종합하여, 우리가 겪는 자신의 문제는 많은 것과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당면 문제의 해결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꾸준한 수련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삼, 재사 강조하고 싶다. 이어서 유사시를 위해 약식(간편) EFT도 안내했다. 즉, 한손으로 하는 방법, 기술의 부분만 적용하는 방법, 피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누군가 지루한 얘기할 때 손날 타점 두드리며 듣기, 치과에서 드릴 소리를 듣기가 힘들 때 양손의 타점 부위가 맞물리게 하고 있기, 각 손가락의 끝 부위(손톱의 측면)를 꼭꼭 눌러주기, TAB(타점 부위에 손가락을 얹고 수용확언이나 단축어를 되뇌거나 생각하며 깊게 쉼 호흡하기) 등을 안내했다. 이들 중에서 상황과 여건에 맞는 것을 적절히 활용하면 된다. 

 

  이어지는 내용은 내가 십여 년 전에 학생을 지도했던 사례이다. 학생들 중에 발표불안이 있는 경우를 심심찮게 만난다. 그럼에도 선뜻 치유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안고 지내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나는 교육심리라는 교과목을 지도하는 시간에 발표불안을 자가 치유 할 수 있도록 EFT를 안내했다. EFT를 안내하기 위해 수업시간을 5분 쪼개고, 쉬는 시간을 5분 쪼개는 방식으로 시간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일부 학생들은 이런 방식을 매우 좋아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필요한 학생이 있다면, 교수로서 흔쾌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학기 내도록 나름의 정성을 들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강생 M이 교생실습을 나가 있는데 발표불안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급하게 도움을 요청해 왔다. 그 당시에 나는 서울의 한 연구소에서 책임연구로 개발한 진로지도자 과정을 2박 3일의 일정으로 운영하던 중이었다. 그래서 M이 아침에 보낸 문자를 점심시간에야 보았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 미연(가명)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지금 교생실습 나와 있는데 다음 주가 연구수업이거든요. 그런데 불안증세가 너무 심해서 힘들어요. 저번에 저희에게 잠깐씩 해주신 치료방법을 해보고 싶어서 연락드립니다. (중략) 정신도 없고 손도 떨리고 먹기 힘들 정도로 심합니다. (후략)”의 내용이다. 

 

  나는 지방(청주)에 살고 있어서 어떤 일로 서울에 갈 때, 서울사람들과 해야 하는 회의나 만남을 강의 후의 시간인 저녁에 잡기도 한다. 서울에 올라가는 김에 회의까지 하고 내려올 수 있다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므로 내가 선호하는 방식이다. 그때도 그랬다. 그래서 제자 M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은 진로지도자 과정을 운영하며 간간이 맞이하는 쉬는 시간 10여분정도이다. 

 

  나는 M에게 그런 상황을 알렸다. M은 곧바로 실례가 안 된다면 그 시간만이라도 도움을 받고 싶다고 하여 만나기로 했다. M은 안양에 살고 있고, 나는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서 강의 중이었다. 그래서 그날 서로 중간 중간 문자를 주고받으며 M과 만난 시간은 불과 10여분이다. 다행히 M이 교생실습을 나가기 전에 짬짬이 EFT를 다루어주어 기본은 알고 있는 상황이다. 

 

  그 상황에서 몇 번의 문자 주고받기와 10여분의 시간을 활용하여 M은 발표불안을 해소하였다. 그리고 예기불안까지 다루어주었고, 유사시를 대비하여 약식 EFT도 알려주었다. M이 연구수업 중에 혹시라도 발표불안의 기미가 느껴지면 학생들이나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약식 EFT로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그리고 며칠 후, M은 연구수업을 아주 잘 마쳤다는 성공담과 함께 감사 메일을 보내왔다. 

 

-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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