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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검사 구입 및 검사깊은 강(深い河) –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의 걸작 - 양재오 글쓴이 : KEEC 2012-08-27 13:11 |
깊은 강(深い河) –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의 걸작 글. 리쟈통(李家同) / 번역.양재오 나는 엔도 슈사쿠의 소설을 좋아한다. 세간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일본 작가인 그가 쓴 소설들은 어렵지 않아 누구에게나 쉽게 읽힌다. 엔도 슈사쿠가 근래에 쓴 소설이 있는데, 영어로 번역된 그 작품의 이름은 Deep River이다. 아직 중국어 번역본이 나오지 않은 때인지라, 나는 그 작품의 이름을 일단 큰강(大江)이라고 옮겼으며, 장차 누군가 그 작품을 중국어로 번역하게 될 때, 아마도 그 제목을 달리 번역할 수도 있을 것이다.(단, 이 책이 이미 오래 전 한국어로 번역되었고, 번역된 책 제목이 ‘깊은 강’이므로 이후 그 책명을 ‘깊은 강’으로 옮긴다.-역자 주.) 지난 달 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멜버른에 출장을 갔다가 가톨릭(천주교) 서점에 들어가서 ‘깊은 강’ 한 권을 샀다. 내가 묵는 호텔 숙소에서는 달리 할 일이 없는지라, 그날 저녁에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른바 그 책에 등장하는 깊은 강이 가리키는 것은 인도의 갠지스이다. 이 소설의 이야기에는 어느 일본인 단체 여행객이 인도를 여행하게 되었고, 그 일행 가운데 여자 한 사람이 자신이 대학 학창생활 시절 알고 지내던 남자 동창생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 나온다. 그녀가 찾아 나선 남자 동창생은 천주교 신부가 된 뒤, 인도로 갔다. 이런 연고로 인도 여행을 하게 된 그녀는 일찌기 마음속으로 경외하던 그 남자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몇몇 천주교 성당에서 봉직하는 신부들은 그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그가 있는 곳을 알려 주려고 하지 않는다. 마치 그 신부에 대하여 굳이 말 할 가치가 없다는 듯 처신하며, 때로는 마치 그가 일찌기 이미 교회를 떠난 듯 한 암시를 주기도 한다. 사실 그는 여전히 신부로서 살고 있으나, 다만 교회 안에 머무르지 않을 뿐이다. 그가 실제로 거주하는 곳은 캘커타에서 제일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다. 그가 살고 있는 지역 주변은 모두 인도의 계급제도(카스트) 가운데서 천민에 속한 사람들이다. 그녀가 그를 방문하던 때 그는 부재 중 이었고, 그녀는 그곳의 빈곤한 정경을 보고는 매우 놀랐다. 그곳에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 숙소의 전화번호를 남기고, 그녀는 서둘러 그 곳을 떠났다. 그 신부가 전화를 하여, 그녀가 묵고 있는 곳이 어느 호텔이냐고 묻는다. 그가 그녀가 묵는 곳이 호화로운 관광호텔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녀를 찾아 왔는데, 그 때 그가 입고 있는 옷은 해어지고 남루하여서 여타 천민들과 흡사했다. 이런 까닭에 호텔 경비원은 그가 호텔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 결국 그들은 호텔 밖에 있는 긴 의자에서 만나게 된다. 그녀의 과거 대학 동창인 그 신부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그는 평소에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미사를 거행하고 기도를 한다. 이런 점에서는 다른 신부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그의 주요한 일은 다른 신부와 완전히 다르다. 인도의 힌두교도들 입장에서 보면, 갠지스 강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강이다. 절대 다수의 인도 사람들은 평생 한 번은 꼭 이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기를 바라는데, 이와 같은 행위는 그들 영혼에 특별히 유익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돈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일을 실행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다. 그러나 가난하여 오갈 데도 없고 돈 한 푼 없는 이들은 갠지스에 가기 위하여 기나 긴 도보 여행을 하여 캘커타에 모여든다. 그것은 그들이 장시간에 걸친 도보여행으로 피곤하고 지쳐서, 갠지스 까지 곧바로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신부는 이와 같은 사람들을 알게 된 뒤, 그들 가운데 갠지스로 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을 자신의 등에 업고 갠지스로 간다. 사실 이 이야기 안에는 모종의 상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곧 갠지스 강은 다함없는 하늘과 같은 무한한 사랑을 상징한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화장하고 난 뒤 그들의 유골은 모두 갠지스 강으로 들어간다. 마치 하늘과 같다. 곧 하늘은 부자도 받아들이고, 가난한 자도 받아들인다. 그 신부가 하는 일은 다른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한평생 했던 일을 재연하는 것일 뿐이다. 엔도 슈사쿠는 그가 쓴 다른 소설 가운데서 특별히 예수 생애의 최후를 묘사했는데, 그 소설 가운데서 예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게 해달라고 간절히 청한다. 왜냐하면 그는 온 인류의 고통을 짊어지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 신부가 가난한 사람을 등에 업고 갠지스로 가는 것이 바로 예수가 했던 그 일과 같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스도인은 마땅히 예수께서 그들에게 준 십자가를 짊어져야 하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봉사해야하고, 나아가 사람들을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해야 한다. 인도 사람들에게 있어 갠지스는 바로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 신부가 이교도를 등에 업고, 이교도가 내심 바라는 뜻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이 좀 이상해 보이지 않는가? 이 점과 관련하여 나는 인도 캘커타에서 테레사 수녀가 세운 임종자의 집이 떠오른다. 그 임종자의 집에는 유해 안치소가 있는데, 그 왼쪽은 불교도를 그리고 그 오른쪽은 힌두교를 나타낸다. 그리고 그 유해 안치소 문 위에는 한 줄로 ‘예수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쓰여 있다. 엔도 슈사쿠는 분명히 테레사 수녀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가 자신의 소설 깊은 강에서 묘사한 그 신부와 그가 한 일들은 바로 테레사 수녀와 그녀가 한 일과 매우 닮았다. 그들은 단지 말로만 복음을 전하지 않고, 행동으로 자신들이 그리스도인 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튿날 나는 어느 대학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그것이 공식적인 방문이었던 까닭에 나는 양복을 단정하게 입었다. 호텔로 돌아 올 때 문 입구에 선 경비원이 나에게 몸을 굽히고는 내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도록 배려했다. 나는 호텔 로비에 들어선 뒤, 그 양쪽에 펼쳐진 큰 거울을 지나가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그 안에서 자신만만하고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때 갑자기 깊은 강에 등장한 그 신부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매우 남루한 차림의 그를 우습게 볼 것이기 때문에, 그는 호화로운 호텔 안으로 감히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러면 나는 어떤가? 나는 지금 당당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호텔에 들어왔다. 어느 날 내가 수명이 다한 뒤 (감히 그럴 자격이 되어) 천당에 간다면, 나는 부끄러워 천당 문간에 엎드려 숨을 것이다. 그 때 나는 “내 의복은 남루하고, 몸에 돈 한 푼 지니지 못해서, 천당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라고 말하겠다. 바꾸어 말하면, 나는 그 신부가 죽은 뒤, 천당 문을 지키는 사람들이 그에게 분명히 허리 굽혀 절하며, 그가 큰 문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와 같은 사람은? 그저 어떻게든 사람들 틈에 끼어 그 곳에 따라 들어갈 수만 있어도 무척 기쁠 것이다. 엔도 슈샤쿠의 ‘깊은 강’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가장 아름답게 해석하였다. 이와 같은 책은 그리스도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많든 적든 무모하게 보이거나 그들 마음을 상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이 책은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 누구든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모두 이른바 ‘그리스도인’이란 무엇을 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알게 해 줄 것이다. 깊은 강은 이미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듣기로는 이 영화가 젊은이들에게 크게 환영을 받는다고 한다. 나이든 사람으로서 나는 어느 날 내가 감히 당당하게 큰 호텔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또 그렇게 큰 인물들과 교제할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때가 되면 나는 머리를 들어 용감히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기를 늘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깊은 강이 내게 준 계시(啟示)에 대하여 감사한다. * 원문은 李家同, 大江──遠藤周作的鉅作. 이 글의 저자 리쟈통(李家同)은 현재 지난(暨南)、칭화(清華)、징이(靜宜) 대학교 명예교수로서, 타이완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가장 큰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http://blog.dreamwiz.com/bonojoy/13465270 |
다음 역 (下一站) - 양재오 글쓴이 : KEEC 2012-08-27 13:10 |
다음 역 (下一站) 글. 리쟈통(李家同)/ 번역. 양재오 내가 기차를 탔을 때, 이 기차간이 매우 시끌시끌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긴 방학이 막 시작된다는 것을 떠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귀가한다. 나와 같이 공적인 일로 출장을 가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나는 이번 거래를 위해 왔다. 나는 본래 기차 안에서 이 번 거래를 어떻게 하면 잘 성사시킬 수 있을까 하고 생각 좀 해볼 수 있으려니 했는데, 지금 실제로 거의 그렇게 할 형편이 못 된다. 아이들이 차 안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니 어떻게 차분히 생각에 집중할 수 있을까? 자리 하나 건너 부인 한 사람이 사내 아이 하나를 데리고 앉아있다. 이 아이가 나를 보고는 계속 웃음 짓는다. 그러더니 아무 거리낌 없이 나보고 자기를 안아달라고 한다. 아이의 엄마는 그럴 수 없다고 그 꼬마가 내게 달려드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이 개구쟁이 꼬마는 내 안경에 많은 흥미를 느끼고, 한 번 두 번 시도하더니, 마침내 안경을 벗겨가지고 달아났다. 나는 급히 안경을 회수했다. 그 뒤 이 꼬마는 내가 보고 있던 문건을 빼앗아 달아난다. 나 또한 곧바로 그것을 챙겨서 돌아왔다. 이 꼬마는 무슨 일이든 못할 일이 없다. 마침내 내 곁에 와서는 잠이 든다. 얼마 뒤 나는 내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졌고, 내 가슴이 완전히 축축해 진 것을 알았다. 보아하니 나는 더 이상 계속하여 그 거래 문건을 볼 수가 없게 생겨서, 나도 그냥 한 숨 자기로 마음먹었다. 잠에서 깬 뒤, 나는 내가 매우 호화로운 객실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앉은 의자는 회전이 가능한 가죽의자였고, 그 가죽의자 옆에는 작은 탁자가 있고, 오른 쪽 탁자 위에는 탁자용 전등이 있고 왼쪽 탁자 위는 비어있으며, 의자 뒤쪽에도 전기스탠드가 있는데 그것을 켜면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여 나는 내 거래 문건을 그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다소 곤혹스러울 때, 양복을 입은 젊은이가 차가 든 쟁반과 과자를 가지고 들어왔다. 그가 "이 선생님, 이것은 오후 차입니다."하며 차를 건넨다. 오후 차의 찻주전자에는 장미꽃으로 가득하다. 찻잔과 쟁반 모두 장미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내가 오후 차를 마시자 젊은이가 다시 찻잔과 찻주전자 등 차 도구를 챙길 때, 나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이 기차에 다른 사람들도 있는가?"하고 물었다. 그는 "물론 있습니다. 당신의 비서 장 선생도 차 안에 있습니다. " 그가 내게 버튼을 보여주며, 내가 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장 선생이 곧바로 달려올 것이라고 일러준다. 장 선생이 과연 도착했다. 그는 오자마자 곧 나와 함께 앞으로 거래할 한 건에 대하여 토론하였다. 우리의 주요한 문제는 어느 회사의 주식 30 퍼센트를 구입하느냐 마느냐에 관한 것이다. 나는 장 선생과 토론하고 나서 다른 몇 가지 자료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장 선생은 나를 데리고 옆에 있는 객실로 갔다. 그 객실에는 마호가니로 된 책상이 하나 있고, 그 위에 컴퓨터가 놓여있다. 나는 컴퓨터를 이용해서 원하는 자료를 찾은 뒤, 그 회사 주식을 사들이기로 결정하였다. 이 번에 거래되는 액수는 제법 크다. 장 비서는 내가 직접 서명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여기서 말하는 서명은 물론 전자 서명을 말한다. 나는 서명을 마치자 장 비서는 그 젊은이를 불러 커피를 가져오도록 했다. 커피는 은으로 된 주전자에 담겼고, 거기에 설탕 등이 담긴 용기도 모두 은으로 된 제품이다. 커피를 마신 뒤 장 비서는 텔레비전을 켰다. 큰 스크린 위에 경제 뉴스를 담당하는 아나운서가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뉴스가 다루는 것은 어느 신비로운 고객이 한 회사의 주식을 마음에 두고 그것을 대량으로 사들였다는 것이다. 그 주식 값은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그의 추정에 의하면 몇 분 지나지 않아 그 주가가 상한가로 오를 것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 때, 나는 재무 담당자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내가 이틀 뒤에 그 주식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보며, 그 때 적어도 40 억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에게 최신 재무 현황 보고서를 내게 보내달라고 했더니, 이미 그것을 팩스로 보냈으니, 내가 컴퓨터에서 그것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나는 그것을 보고 나서 그가 이 번 거래를 통해서 얻게 될 수익에 관한 액수를 이미 그곳에 적시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보고 또 보아도 마치 그것이 내 재산 같아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장 비서에게 막 물어보려던 순간, 문득 40 억이라는 액수가 보통 사람들에게는 큰돈이지만 실제로 나에게는 그저 푼돈에 불과하고, 내가 그 만 한 돈을 벌든 혹은 잃든 그게 나에게 무슨 그리 대수로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그만 고민이 있다. 그것은 내가 마치 쓸모없는 사람이라 무슨 일을 하든지 그것이 내게 별다른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40 억을 벌었으면 무척 기뻐 할 텐데, 내가 그만한 돈을 벌어도 별다른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 나는 그 때 또 다른 문제가 있어서 장 비서에게 물었다. 이 기차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다음 역은 어디인가? 장 비서도 이 기차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고 답한다. 그가 아는 것은 다만 철로를 내가 만들었고, 기차도 내가 설계했기 때문에 다음 역이 어디인지는 내가 알 뿐이며, 다른 사람들은 다만 나를 위해 일할 뿐이라고 한다. 나는 다시 묻는다. 내가 지금 기차를 멈추게 할 수 있는가? 장 비서의 말이 사람을 더욱 놀라게 한다. 그는 기차를 멈추게 할 방법이 없고, 다만 내가 창밖을 바라볼 수 있다고 가르쳐 준다. 이 기차는 큰 유리창이 있어서 창밖으로 마치 몽환적인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것을 잘 볼 수 있다. 그 때 우리는 거대한 황야를 지나고 있었다. 우리 왼 쪽 편 먼 곳은 모두 산이다. 지금은 겨울이라 모든 산꼭대기는 흰 눈으로 덮혀있다. 나는 이전에 이런 풍경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지난 날 황야에 여전히 드문드문 집들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금 창밖의 황야에는 아무런 집도 보이지 않는다. 해가 서산에 넘어갈 때 산꼭대기에 쌓인 눈이 석양의 빛을 받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태양이 완전히 서쪽으로 넘어가고 나면 바깥은 완전히 어둠에 잠기지 않겠는가? 나는 장 비서가 말한 뜻을 알겠다. 그의 말은 곧 설령 기차는 멈출 수 있고, 내가 하차 할 수도 있지만, 그 다음 어디로 갈 것인가? 아무 여관도 없으니, 오늘 밤 어느 집에서 유숙할 것인가? 장 비서는 나를 데리고 다른 객실로 갔다. 과연 모두 호화롭기 그지없다. 침대차와 식당차 외에도 도서실도 있고, 멀티미디어 실이 있는 객차도 있다. 장 비서는 내가 음향을 들어볼 수 있게 했고, 대형 스크린의 텔레비전도 보여주었다. 장 비서가 내게 말한다. 이와 같은 기차는 세상에서 쉽게 볼 수 없고, 또 사람들이 모두 금융계를 쥐락펴락하는 능력을 가진 나를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나도 이 기차가 어디로 가는지 사실 모른다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정말 하루 빨리 다음 역에서 내리고 싶다. 그러나 나는 절대로 어둡고 고립무원인 황야 같은 곳에 이를 수 없다. 나는 다만 내가 끊임없이 재산을 증식할 수 있고,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할 일 없는 시간에 나는 장 비서와 함께 BBC 세계 뉴스를 보기로 했다. BBC는 마침 뉴스를 전하고 있는데, 세계에서 굶주리는 사람이 이미 10 억을 넘어섰다는 보도이다. 나는 문득 생각이 하나 떠오른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러나 나는 돈이 있다. 내 돈은 이미 내게 아무 의미가 없게 되어 버렸다. 따라서 나는 장 비서를 불러서 내 재산을 출연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로 했다. 나는 그가 나를 대신하여 간단한 문서 초안을 작성하도록 했고, 내 변호사에게 위탁하여 내 재산을 앞으로 출범시켜 운영할 재단에 출연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재단은 몇몇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들로 하여금 운영하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그 재단의 기금 가운데서 일전 한 푼 꺼내 쓰지 않을 것이다. 재단에 귀속된 돈은 오직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만 쓰이게 될 것이다. 내 변호사는 나를 대신하여 책임을 지고 공정하게 이 재단을 운영할 사회 인사를 찾아낼 것이다. 장 비서는 한 시간 뒤에 이 번 임무를 완수했다. 그는 내게 재단 이사회의 명단을 건네주었는데, 과연 모두 명성이 있는 이들이고 절대로 믿을 만한 이들이다. 이번 일이 재산을 이동하는 일이라 반드시 내가 직접 서명을 해야 한다. 아무튼 서명은 모두 전자 서명으로 이루어졌다. 장 비서는 내가 서명하기 전에 갑자기 나를 때린다. 깜짝 놀란 나는 그에게 왜 나를 때리느냐고 묻는다. 그는 내가 맑은 정신으로 서명에 임하는가 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내가 반응을 보인 것을 보고 내 정신이 맑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내 스스로 내가 맑게 깨어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안다. 그 때 나는 무척 즐거웠다. 그것은 내가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문득 발견했기 때문이다. 서명을 마친 뒤, 장 비서는 나를 보고 창밖의 풍경을 보라고 한다. 나는 창밖에 집들이 있는 것을 보았다. 날이 이미 저물었기 때문에 그 집들은 모두 불을 밝혀서 아주 잘 보인다. 그 가운데 나는 어느 학교의 농구장을 보았다. 남자 아이들 몇몇이 농구를 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무척 기뻤다. 내가 어렸을 때, 때때로 내가 저녁에 농구를 하고 싶었지만, 그 때 운동장에 등이 없어서 하질 못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저녁에 등을 밝힌 운동장에서 농구를 할 수 있으니 정말 행복할 것이다. 나는 다른 일 한 가지를 주목했는데, 그것은 기차의 속도가 점차 느려진다는 것이다. 장 비서가 내게 말한다. "이 선생님, 우리는 당신이 깨어난 그 객실로 가야하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가죽의자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장 비서가 다시 묻는다. "이 선생님, 피곤하십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 비서는 크리스털 유리 잔에 물을 따라 준다. 주머니에서 약을 하나 꺼내서 그것을 물에 넣으니, 기포가 생긴다. 장 비서는 물을 찻상 위에 올려 놓으며, 내게 말한다. "저는 기차가 어떻게 다음 역에 도착할지 알고 있을지라도, 오직 당신 자신이 기차를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만 당신을 따를 뿐이지, 당신을 대신해서 그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장 비서가 떠난다. 나는 물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뒤, 나는 그 사내아이가 여전히 내 가슴에서 잠자고 있는 것을 알았다. 아이 엄마는 힘껏 아이를 흔들어 깨우고 있다. 그들이 곧 차에서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엄마는 다시 한 번 아이에게 나를 보고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시킨다. 그 아이가 나에게 작별 인사를 했는지 어땠는지 더 이상 기억은 못한다. 다만 그가 나에게 "할아버지는 어째서 그렇게도 기쁘세요?" 하고 물었던 것은 기억한다. 그 때 나는 그에게 "그것은 내가 내릴 다음 역에 곧 도착하기 때문이란다."하고 대답했다. * 리쟈통(李家同)은 현재 지난(暨南)、칭화(清華)、징이(靜宜) 대학교 명예교수이며, 그 가 쓴 이 글은 2009년8월4일에 타이완의 유력일간지 聯合報에 실렸다. http://blog.dreamwiz.com/bonojoy/13465403 |
시험(考試) - 양재오 글쓴이 : KEEC 2012-08-27 13:09 |
시험(考試) 글. 리쟈통(李家同) / 번역. 양재오 내일 은퇴하는 제가 이 글을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들께 드립니다. 삼십오 년 동안 고등학교 교사로 봉직한 내 스스로 생각할 때, 나름대로 한평생 충실하고 매우 뜻있게 살아왔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내가 고등학교 교사로 첫걸음을 내딛던 첫 해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뒤, 나는 꽤 이름이 있는 고등학교에 수학교사로 부임했습니다. 그 가운데 내가 맡은 학생들은 모두 엄격히 선발된 출중한 학생들로 우수 반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소수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열심히 수업에 임하고 성적이 좋아서 가르치기가 무척 수월했지요. 내가 임의로 어떤 문제를 출제해도 그들은 시험을 잘 보았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한 학급에서 수업하는 도중, 수업에 전혀 마음을 두지 않는 한 학생이 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늘 천장을 우두커니 쳐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의 수학 중간고사 성적은 고작 15점에 불과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온 반 급우 가운데 그 학생만 낙제했고, 성적도 이처럼 무척 저조하게 나온 것입니다. 나는 하루 날을 잡아, 방과 후 그와 얘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이 학생은 자신의 성적이 대폭 하락한 것을 짐짓 모른 채 하더군요. 그는 왜 성적이 떨어졌는지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가 하는 말인즉 수업 시간에 내 강의 내용을 못알아 듣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학부형을 찾아가 얘기를 좀 해야겠다고 겁을 좀 주었더랬지요. 그는 내 말을 듣더니 곧바로 긴장하며, 자기 아버지는 병환으로 돌아가셨는데, 그 때 자기는 다섯 살이었고, 또 어머니는 재혼한 뒤 자기를 버려두고 미국으로 갔다고 하더군요. 그 뒤 그는 자기 할머니와 함께 사는데, 집안 경제 사정은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할머니가 연세가 많으신 데다 국어(만다린)를 잘 못하시고, 글자도 모른다고 하며, 할머니가 만일 자신의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무척 상심할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내게 강요받는 느낌을 받은 그가 갑자기 묻더군요. “선생님, 제가 선생님을 속인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문제를 만들어 놓고는 마치 그 문제를 못 푸는 척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말을 들은 나는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다음부터는 좀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와 함께, 그를 위해 방과 후 수학 복습을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날 저녁부터 그 약속을 실행했습니다. 그러나 이 학생은 여전히 뻣뻣하여 내가 그를 위해 하는 일을 흔쾌히 받아들이질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처음 약속을 견지했고, 그는 저녁에 그저 얌전히 내 지도에 따라 연습문제를 풀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그가 실제로 열등하지 않고, 다만 수리에 대한 반응이 좀 늦을 뿐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렇지만 매 주간 저녁 두 차례에 걸쳐 복습을 하면서, 마침내 학습 진도를 따라갈 정도가 되었고, 시험 성적도 갈수록 향상되었습니다. 그 뒤 두 달이 지나고 나서 나는 더 이상 그 학생의 보충수업을 돕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뒤 이 학생은 나와 친해졌습니다. 그 때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아내는 그 아이가 부모가 없다는 것을 안 뒤, 그를 불러 식사도 함께 하고, 그 아이는 무슨 일이 있으면 나를 찾아와 상의도 하였는데, 게 중에는 인생계획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는 대학 입학시험도 순조롭게 치르고, 청공링(成功嶺)에 가기 전 나에게 작별인사를 하러왔습니다. 그러나 그 뒤 사흘째 되는 날 나는 편지 한 통을 받았는데, 그 내용이 나를 무척 놀라게 했습니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을 한 차례 속인 일이 있는데, 삼가 용서를 청합니다. 그 때 제 성적이 갑자기 크게 떨어졌는데, 그것은 제가 일부러 그랬던 것입니다. 저는 줄곧 아버지 없이 지냈고, 그 때문에 아버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면 제게 무슨 문제가 있을 때, 쉽게 물어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 가지 생각을 해냈습니다. 영어 선생님, 국어 선생님, 수학 선생님이 모두 남자 선생님이기 때문에, 그 분들 앞에서 수업을 잘 못하는 학생으로 가장해서, 그 분들의 반응이 어떤가 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영어 선생님은 내 성적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시험지 답안을 내게 되돌려 줄 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어 선생님은 나를 크게 꾸중했는데, 당신이 제일 미워하는 것은 공부 안하는 학생이라며, 벌로 한 시간 동안 서있게 했습니다. 제가 비록 고등학교 1학년생일지라도 키가 큰 편이어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벌로 서서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다 컸는데 그런 수치스러운 일을 당해야 하니 당연히 기분이 무척 좋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적벽부(赤壁賦)를 한 자도 외우지 못했는데, 국어 선생님은 내가 시험문제를 백지로 제출한 것을 보고 나서, 곧바로 나에게 벌을 세웠습니다. 그 뒤 수업이 끝날 때 그는 온 반 학생들에게 당신이 나를 포기했다고 선언해버렸습니다. 저에게 관심을 보여준 유일한 사람은 바로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사정을 물어볼 뿐만 아니라, 제 보충수업을 친히 도와주셨습니다. 사실 선생님이 제게 관심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저는 당신이 무료로 제 가정교사 노릇까지 해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 때 저는 정말 모르는 것처럼 가장해야했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무려 두 달이 지난 뒤, 마침내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때부터 저는 제가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제일 감동한 사람은 사모님이십니다. 사모님께서 제게 보여주신 관심을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사모님은 저를 초대해서 저녁식사를 하도록 한 첫 번째 분입니다. 그 때 마침 추운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일부러 점퍼를 입지 않았습니다. 사모님은 제가 입은 얇은 옷을 보시더니, 곧바로 저를 억지로 데리고 겨울옷 파는 가게로 가서, 저를 위해 두터운 점퍼를 하나 사주셨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월급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아는데, 저에게 그토록 잘 대해주셨습니다. 그 때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선생님을 아버지로 여기고, 무슨 일이 있을 때면 늘 선생님께 여쭙기도 하고 상의를 했던 것입니다. 그 때 마다 선생님은 제게 적절한 의견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저는 암암리에 선생님에게서 사람노릇 하는 것과 일처리 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선생님은 사람을 성실히 대해주셨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성실히 사람들을 대하려고 합니다. 선생님은 이 모든 것을 전혀 몰랐을 것입니다. 저는 지금 선생님께 용서를 청합니다. 그 때 선생님을 속인 것은 정말 부득이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정말로 좋은 아버지가 필요했었습니다. 다행히 선생님은 저를 잘 돌봐주셨고, 그래서 그 때부터 무슨 일이 있으면 상의를 드릴 사람이 생겼던 것입니다. 선생님은 제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 저를 방치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제 일생에 제일 큰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그럼 평안하시길 삼기 기원합니다. 선생님을 속인 장 아무개 드림 그런데 이 편지를 보고 나는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생들을 시험(테스트)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학생들도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는 것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그 학생은 저에게 시험문제를 하나 출제했고, 저는 분명히 그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나는 그 뒤 특별히 내가 맡는 열등 반 학생들에게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들의 자질이나 소질이 어떠한지 불문하고, 나는 그들에게 경솔하게 말하거나 대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늘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와서, 그들이 배울수 있는 만큼 충분히 배우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세월 동안, 나는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을 몇 명이나 가르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 가운데 어떤 학생들은 대기만성하여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학업성취의 정도가 어떠했든지, 그들 모두 사회에서 각기 자기 분야에서 열심이 하여, 한 사람도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없습니다. 나는 모든 학생들의 성취도가 모두 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라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난날 내가 가르친 학생들을 회고할 때 스스로 감개무량해집니다. 그들의 성취의 정도가 어떠했든 그들로 인해서 나는 어느 정도 성취감을 느낍니다. 내일 내가 지난날 가르친 학생들이 내 은퇴를 위해 마련된 자리에 참석할 것입니다. 아마 그들 대부분은 당시 열등반 학생들일 것입니다. 당시 나를 속인 그 학생도 물론 참석할 것입니다. 그의 사업은 성공했고, 줄곧 나와 연락을 유지하고 있지요. 내일 그를 만나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야겠습니다. 그는 내 일생을 바꾸었고, 그는 내 일생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입니다. * 이 글의 원문은 李家同의 考試이다 http://blog.dreamwiz.com/bonojoy/134653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