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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해소·면역력향상·심신건강증진에 탁월한 자가치유법, TRE ⑤ 글쓴이 : KEEC   2021-10-24 17:04
스트레스해소·면역력향상·심신건강증진에 탁월한 자가치유법, TRE ⑤
- TRE: Tension & Trauma Releasing Exercise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조주영


  한편, 앞에서 설명한 만성적 긴장(불안, 두려움, 혐오 등도 같은 맥락)의 습득은 어떤 큰 사건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지불식간에 타고났거나 이루어지는 것도 있다. Jung의 집단무의식, Bowen의 다세대전수, 후성유전학, 카르마 등의 관점에서 볼 때, 태어날 때 일정부분 갖고 태어나는 것도 있다. 태어나서는 고전적 조건형성(Pavlov식 학습)의 한 변형인 Garcia에 의해 밝혀진 조건 맛 혐오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어떤 것에 의해 습득된 것도 있을 수 있다. 또는 고차조건형성(중성자극이 무조건자극이 아니라 잘 확립된 조건자극과 짝지어져 이루어지는 학습)에 의한 것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플라시보(placebo) 효과처럼 어떤 믿음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다가 또 노시보(nocebo) 효과처럼 어떤 믿음이 부정적으로 작용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우리 인간의 내면은 이처럼 복잡다단하다. 마치 종이에 각종물감을 짜서 반으로 접어서 데칼코마니(décalcomanie) 작업을 할 때, 물감이 있는 부위의 종이 위를 손으로 이리저리 문지르면 물감들이 엉켜있는 것처럼 복잡하다. 또는 큰 실뭉치의 실타래가 엉켜있는 것을 연상해도 된다.

  어느 하나가 풀리는 듯해도 좀 더 들어가면 또 오리무중이 되었다가 풀리는 듯하다가를 반복한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그냥 포기한다. 내면에 엉킨 채로 두고 꼬인 채로 살아간다. 그러나 이들의 엉킴을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인간의 두뇌와 자율신경계는 단순히 데칼코마니나 실타래와는 달리 복잡한 자기조직화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비선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매우 많은 요소들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고, 이 요소들이 집단행동을 보여준다.

  자기조직화 시스템은 환경이나 에너지, 또는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작용하며 함께 진화하고 고도의 질서로 자기갱신을 하며 내부 구조와 활동 패턴을 바꿀 수도 있다. 각 요소들이 무관한듯하면서도 전체에서 볼 때는 고차원적 질서가 있다. 스스로 조직되어서 더 높은 차원의 질서가 출현한다. 각 요소들은 각자의 역할과 기능이 있다. 즉, 우리 두뇌에 있는 개별 뉴런들은 각자의 역할과 기능이 있다.

  그리고 각 요소들 간의 단순한 상호작용이 모여서 전체시스템 레벨에서 보면 매우 복잡한 행동이 출현한다. 단순한 신경세포(뉴런) 수십억 개가 상호작용한 결과, 전체레벨에서 자아를 출현시킨다. 뉴런의 진동이 전기화학적 임계치를 넘어 이웃 뉴런의 진동과 부분적으로 동조할 경우 그 뉴런이 활동전위를 일으켜 인접뉴런으로 신호를 보낸다. 이렇게 인간의 자아는 두뇌 뉴런들의 자기조직화가 출현시킨 현상이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에겐 머리·가슴·장이 있고, 몸과 마음은 서로 연동한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긴장이나 불안, 두려움을 자각하든 못하든 매우 복잡다단한 자기조직화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런 복잡한 자기조직화 시스템으로 대응하는 예들로 인간의 두뇌나 자율신경계뿐만 아니라 난류, 해안선, 공기대류, 개미나 꿀벌 같은 사회적 곤충, 새무리의 행동 등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두뇌는 위의 다른 예들과는 달리 무한한 선택의 자유가 있다. 인간만이 지니는 독특한 지능과 창의력으로 새로운 행동규칙을 스스로 만들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혼란과 모순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건강한 방향을 지향한다면 진화는 거듭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잠재역량을 제대로 잘 발현시키고 보다 본질적인 삶을 향유해 가려면 과도한 만성적 긴장이나 불안, 두려움 등의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생존에 적합하지 않은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자기정화와 치유를 꾸준히 지속해가야 하는 이유이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변화를 위한 임계수준도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거기에는 개인의 경험, 다양한 조건과 상황들이 미묘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층수련 및 치유를 삶 속에서 리추얼(Ritual: Mason Currey는 리추얼에 대해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으로 정의 함)화 함으로써 점진적으로 본질을 회복하고 영적으로 성장해 갈 수 있다.

  그 중에서 이 글의 주제어로 제시한 TRE는 한 번 잘 배우고 나면 스스로 운동을 지속하며 자기 돌봄과 자가 치유가 가능하다. 지난여름 방학기간에 온라인 Zoom을 통해 TRE를 2회 과정으로 운영한 결과에서도 놀라운 경험보고가 있었다. “어깨의 근육통과 뻣뻣한 느낌이 신기하게도 부드럽게 변화하였고 머리가 시원하며 개운한 느낌이다(김OO).”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불면증이 있었고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TRE를 처음 체험한 날 정말 잠을 잘 잤고, 자고나서도 매우 개운했다(도OO).” “그동안 다른 몸 치유 작업과정에서 잘 안되던 부분이 TRE후에 자연스럽게 잘 되었다(천OO).” 등이 그것이다.
 
  TRE는 위의 사례처럼 만성피로와 만성통증을 완화함은 물론, 긴장해소와 트라우마 치유, 불면증 해소로 숙면 증가, 심신의 균형증진 및 면역력 향상, 월경 곤란증 완화, 자연치유력 증가, 가족 및 대인관계 향상, 감각적 수용 및 감정조절력 향상, 생활 활력 증진, 업무능력 향상, 현존감과 그라운딩 증진, 아토피치유, 공황장애 개선 등의 효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TRE를 다년간 해온 사람들은 TRE과정에서 태내경험(최OO), 출생경험(조OO1), 구강기 경험(주OO) 등을 보고 하기도 한다. TRE가 자신과 온전한 사랑으로 만나게 해주고(이OO1, 이OO2, 조OO2), 의식이 확장되며(홍OO), 생명의 본질과의 만남이며(최OO), 몸의 향연(구OO), 트라우마 지우개(성OO)등을 넘어, TRE는 우주의 본질과 같다(윤OO)고 생각하는 등 놀라운 경험보고들이 줄을 잇는다. 나는 이들 효과들을 보여준 연구논문 및 칼럼들을 수차례 발표하였고, 또 앞으로 발표 준비 중인 것들도 있다.

  이제 이런 효과를 가져다주는 TRE운동과정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TRE운동의 7단계를 사진을 통해 간단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그림 4).

- 사진 출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치유할 수 있다(최은주 역, 2017)」 중에서 -
  * 참고: TRE가 우리나라에 처음 제대로 도입된 것은 최은주에 의해서이다. 그녀는 TRE Korea를 설립하여 TRE 보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사진을 제시하는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해 부담부터 갖는 사람들에게 TRE는 매우 쉽고 간단하다는 것을 알리고픈 마음에서다. 그렇지만, TRE를 개인에게 적용해 가는 데는 매우 중요한 몇 가지 유의점이 있고 더 섬세한 안내와 지도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TRE를 처음 시작할 때는 꼭 훈련받은 TRE프로바이더로부터 적절한 안내를 받기를 권장한다(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TRE Korea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음).

  TRE가 매우 쉽기는 하나 한 번도 전문가로부터 지도받지 않고 책이나 유튜브를 통한 영상정보만을 이용하여 하는 것은 자칫 큰 무리가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운동과정은 반드시 위에 제시한 방법만으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4회차 칼럼에서 발바닥과 발목에서부터 상체로 올라가며 떨림 기제를 작동시키는 방법을 안내했다. 그 내용처럼 개인이 처해진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각 단계별로 요구되는 근육을 적절히 긴장하거나 이완할 수 있는 다른 창의적인 자세나 동작으로 대치가 가능하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치유기제인 자연적 떨림이 억제된 사람일수록 자가 치유 기능이 제한된다. 그만큼 몸이 긴장하고 있으며, 더불어 마음도 경직되어 있다. 인도 비하르 요가의 창시자인 Swami Satyananda Saraswati는 “오늘날 세계적인 문제는 기아, 빈곤, 마약 또는 전쟁의 공포 등이 아니라 개개인의 긴장이다.”고 강조한다.

  “모든 질병의 배후에는 무의식에 깊은 긴장이 있다. 대체로 일반적인 이완법은 신체의 표면적인 긴장을 다루거나 마음의 얕은 층의 긴장만을 다루는 문제가 있다(Swami Satyananda Saraswati).” 현대인의 대부분은 과도한 긴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는 그 긴장의 정도가 임계수준을 넘어 그 개인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통증과 더불어 질병과 삶의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긴장과 경직이 지속될수록 문제를 가중시키고 현존하기 어렵게 된다.  

  에니어그램의 관점으로 설명하자면, 머리와 가슴과 장이 불균형되어 있다.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적절히 처리하지 못할 경우, 갇힌 에너지가 문제를 야기한다. 몸은 계속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보호와 방어의 만성적 긴장 패턴을 되풀이한다. 이로 인해 두려움은 커지고 성격강화의 요소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힘의 중심에 대한 불균형도 심해진다. 긴장을 이완하고 감각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에니어그램 장중심의 통합을 위한 주요과제임을 기억하자.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고, 개인의 잠재가능성이 제대로 발휘하도록 도우려면 내면 깊은 곳에 쌓인 긴장과 무의식이 이완되어야 한다. 몸과 신경계에 축적된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고 치유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운동인 TRE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기존의 각종 상담이나 치유방법과 TRE를 병행하여 사용하면 상호보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제 이 고마운 방편의 힘을 자기 것으로 챙기기 위해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자연스런 치유기능인 떨림을 인위적으로 유발해 보자. 매우 간단하고 쉬운 일련의 운동을 그저 시도만 하면 자연스런 치유기능인 떨림이 되살아난다.

  놀랍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 몸이 떨리게 허용함으로써 원하는 방향을 바람직하게 찾아갈 수 있다. 알고 있는 것이든,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것이든, 또는 자기조직화시스템에 의해 또 다른 혼란이나 변질이 온 것이든 내면 깊이 쌓여 있는 만성적인 근육의 수축상태나 화학물질들을 방출할 수 있다. 떠는 과정을 통해 신체는 과도한 흥분상태의 에너지를 방출하여 적절히 조절하고 휴식과 이완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이때 TRE과정에서 각자가 지닌 생명체의 리듬을 우선적으로 존중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집단으로 TRE 과정을 운영할 때, 자신의 잔잔한 떨림 양상을 다른 사람의 큰 떨림 양상과 비교하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런 비교는 쓸데없는 것이다. 오로지 한 생명체로서의 자신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고, 그 순간에 맞이하는 현실을 존중하며 받아들인다. 우리가 현존하며 관심과 애정을 갖고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주목해 주면, 우리의 몸은 자신의 상태에 맞게 적절히 나아갈 방향을 찾아간다.

- 다음 호에 계속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