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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26) 글쓴이 : KEEC   2024-01-26 21:10

온전한 자기 돌봄·자기사랑·치유과정 (26)

- 힐다의 웰니스학교와 수수네숲의 콜라보 프로젝트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조주영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EFT는 쉽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접근이 용이하다. 나는 최근 30여년 경력의 유치원교사 L과 연구 겸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미력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며 만3세 유아들을 대상으로 EFT를 시도한 바 있다. 이 연구와 관련하여 사전에 해당 유아의 부모로부터 녹음이나 영상촬영 등 연구동의를 얻었다. 

 

  유아의 스트레스와 관련한 선행연구는 많이 나와 있다. 그것들을 참작하며, 그간 L이 부모를 인터뷰하며 모은 정보, 유아들의 스트레스 관찰 등을 고려하여 진행하였다.  아직 어린 아이들인지라 정식 EFT보다는 놀이 형태를 적극 도입했다. 넓은 의미에서 볼 때, EFT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놀이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작용했다. 그리고 그런 놀이의 연장선에서 몸의 타점이나 손의 타점의 일부를 두드리거나 터치하는 등의 방식을 취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유아대상의 EFT 관련 연구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나의 힐러로서의 수십 년 경력과 L의 유치원교사로서의 수십 년 경력을 토대로 그 길을 개척해 보자고 의기를 투합했다. L은 유치원교사이지만 상담을 전공한 박사이며, 근원치유에도 관심이 많다. 그리고 청소년이나 성인들이 겪는 심리적 고충들이 초기경험이나 세대 간의 전이 등 여러 요소들이 작용한다는 점에 대해서 경험적으로도 잘 인식하고 있다.

 

  이 연재 글에 이 예를 포함하는 것은 유아들의 성장환경(물리적, 심리적 환경 포괄)의 중요성, 온통생명사랑교실 참여자 및 이 연재 글에 대한 독자들의 유아기 탐색과 치유를 독려하는 마음, 수련의 리추얼화에 온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 모색 등 여러 이유를 고려한 것이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는 “사람들이 다섯 살 때부터 명상을 한다면 전 세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라고 했다. 

 

  나는 이 말을 보다 이런 시기에 각 개인이 가장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조력하는 것의 중요성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최근 SNS에 올린 새해메시지에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민과 내적 평화”를 강조했다. “우리가 내적 평화를 찾을 때만 세상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면서 “모든 인간은 내적 평화를 구축함으로써 세계 공동체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매일경제, 2024년 1월 2일).  

 

  내가 지난 35년간 국내·외를 오가며 섭렵한 동서양의 지혜와 치유방편들 중에서 쉽고 재미있는 것들만을 뽑아 구축한 힐다모델은 달라이라마의 이런 가르침과도 닮아 있다. 달라이 라마가 말했듯이 “우리 모두가 인류로서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이런 인식이 커짐으로써 더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다(매일경제, 2024년 1월 2일)”. 나도 여러 수련팀을 이끌며 이런 내용을 강조하곤 한다.

 

  나와 L은 이번의 이런 시도를 파일럿 연구로 여기며 더 발전적인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사전에 수차례 회의를 거치며 나아갈 방향과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제1연구자로서 나는 연구의 총괄기획, 문헌을 통한 이론적 타당성 확보, 원활한 과정진행을 위한 회의 주재, 전문적 개입을 위한 연구자 상호간의 적극적 정교교류 등의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제2연구자인 L은 유아들에게 놀이형식의 EFT를 실제로 진행하는 것을 담당하였다. 

 

  그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영상을 촬영하였으며, 그 내용을 반복적으로 모니터링 하였고 그 결과를 반영한 회의를 통해 더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하였다. 그리하여 연구의 타당성을 강화하고 놀이형식의 EFT를 원활히 운영하고자 더 굳건히 해야 할 것과 더 보완할 것 등에 대해 세세히 검토하였으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을 반영하였다. 초기단계에서부터 중기단계의 중반정도까지는 주1회 정도 회의를 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는 카카오톡 톡방을 통해 필요한 정보와 의견을 교류하며, 꾸준히 더 발전적인 진행방안을 모색하였다.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며, EFT를 놀이형식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떠올랐다. 예를 들면, 코코코 놀이를 활용하는 것인데, 그 구체적인 절차는 ① 유아들과 마주 앉는다. ② 교사가 집게손가락으로 “코코코”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코를 톡톡톡 가볍게 터치한다. ③ 유아들도 교사와 함께 동시에 따라한다. ④ 교사가 앞에서 말한 “코코코” 다음에 “입!”이라고 말한다. ⑤ 유아들도 교사와 함께 동시에 따라한다. 

 

  놀이 과정에서 교사는 유아들의 긍정적 정서함양과 원활한 참여를 위해 칭찬과 격려를 적극적으로 한다. 그리고 유아들이 이 기본놀이에서 충분히 잘 맞히면 놀이의 과정을 응용하여 발전시킨다. 앞에서 설명한 “④”의 단계에서 “코코코” 다음에 “입!”이라고 말하면서 머리나 다른 부위를 집게손가락으로 터치한다. 즉, 말하는 부위와 손으로 터치하는 부위가 다르게 하는 것이다. 이때 아이는 시각적 신호를 무시하고 입을 가리킬 수 있어야 한다. 

 

  이 놀이는 마치 Stroop Effect를 연상케 한다. 이는 단어의 의미와 색상이 일치하는 자극과 일치하지 않는 자극을 제시하였을 때, 그 자극을 보고 명명하는 시간이 전자보다 후자가 더 증가하는 현상이다. 이때 전자는 스트룹 촉진효과로, 그리고 후자는 스트룹 간섭효과로 설명한다. 

 

  자극에 대한 무의식적인 자동적 주의의 영향을 받는 스트룹 간섭효과는 의미적 간섭과 관련되며 인지적 주의를 위한 의도적 주의 조절이 필요하다. 우리는 보편적으로 의식적 처리보다는 자동적 처리를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익숙한 것을 무시하는 데에는 어려움도 따르고 시간도 더 소요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스트룹 촉진효과에서는 의미적 촉진현상이 일어난다. 즉, 사람들은 단어의 의미를 읽는 것이 오랜 경험을 통해 익숙해졌기 때문에 효과의 크기가 간섭보다는 작다. 

 

  이 스트룹효과는 향후, 유아들보다 좀 더 큰 아이들이나 성인들을 위한 놀이형식의 EFT운영에 응용할 수 있을 듯하다. 스트룹 과제의 기본 구성인 중립조건, 일치조건, 불일치 조건을 고려하여 구상해 볼 수 있다. 특히 정서적 단어(부정적 혹은 긍정적)를 활용하는 정서 스트룹 과제를 적절히 응용하며 진행하면 참 괜찮은 수단이 될 듯하다. 학자들은 스트룹과제로 알 수 있는 것을 다양하게 보고하고 있다. 특히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일관된 보고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기본적인 스트룹 과제의 예]

 

- 이미지 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94205&cid=41991&categoryId=41991

 

 

  각설하고, 다시 놀이형식의 EFT 진행 얘기로 돌아오자. 진행 과정에서 교사가 목소리 톤을 바꾸어 보거나 말하는 속도를 조율해 보기, 소리를 낮추어 보기, 역할을 바꾸어 보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미있게 변화를 준다. 그리고 이 놀이에서 자연스럽게 타점 부위도 익힐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놀이를 통한 워밍업으로 즐거운 장(場)을 조성한 다음 EFT의 기본 타점을 부분적으로 순서대로 알려 준다. 이는 유아의 발달수준을 고려한 전략이다. 

 

  예를 들면, 1회에는 손날타점만 알려주기, 2회에는 손가락 타점 알려주기, 3회에는 얼굴에서의 타점 알려주기 등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타점을 두드릴 때도 일반적으로 EFT를 하는 순서를 따르는 것은 무리가 있을듯하여 어느 한 타점을 교사와 함께 횟수를 세며 두드린다. 이렇게 하는 것은 놀이적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부가적 학습효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타점에 대해 퀴즈를 내기도 하고, 아동이 퀴즈를 맞히면 칭찬과 격려를 통해 지속적으로 원활한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촉진한다. 또한 타점을 두드리는 방식도 다양하게 응용하였다. 예를 들면 세계적인 면역학자 아보 도오루 교수가 제안하는 손(발)톱 마사지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국내에 번역 발간된 그의 저서 “병이 달아나는 新건강법”이라는 책에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즉, 손톱 뿌리 부분을 반대쪽 엄지와 검지로 마사지한다. 한 손가락마다 10초씩 조금 아플 정도로 마사지한다. 그는 이 방법을 하루 1~2회 반복하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권장한다. 이 방법을 유아들에게 적용함에 있어서 복잡하게 설명하거나 정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래서 EFT의 TAB(Touch and Breath) 기법과 절충하여 전행했다. 그냥 해당부위를 터치하고 쉼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방법들을 유아스스로 교사를 따라서 해 보게 하고, 또는 놀이적 느낌과 호혜적 상호작용을 촉진하고자 친구들을 해주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아보 도오루 교수는 신경이 집중된 손발 끝을 자극하는 것은 부교감신경 자극과 관련되며, 혈류를 좋아지게 하고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단, 약지는 부교감신경이 아니라 교감신경을 자극하므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외하라고 설명한다. 아래 그림에 제시된 “손가락별 신체 대응표”를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손톱 맛사지]

 

[손가락별 신체 대응표]

 

- 출처: 아보 도오루 & 이시하라 유미 著 / 정민우 譯(2009). 병이 달아나는 新건강법, 삼호미디어 -

 

 

  위 그림의 “손가락별 신체 대응표”에서 볼 때 치매, 파킨슨병, 노안 등 나이 들어 일어나는 질환이나 현상들은 유아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건강의 유지증진이나 문제의 예방측면에서는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경우에 아프거나 건강이 악화되고 나서야 건강을 챙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몸이든 마음이든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방법을 사전에 예방적 차원에서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와 L이 의기투합하여 다소 거칠지만 용기 있게 감행하는 이 시도는 그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편, 유아들에게 놀이형식으로 EFT를 진행함에 있어서 과정진행 하는 날을 전후하여 일부 아이가 감기 등 몸이 아파 등원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 경우에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감기예방이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를 강조하며 몸이나 손의 타점을 두드리거나 마사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말하자면 현실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대리 EFT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용확언이나 단축어도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어 유연한 방식으로 아주 쉽게 하였다. 

 

  예를 들면, “친구 OO가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나는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엄마가 화내서 속상해요.” “OO친구가 안 놀아 주어 속상해요.”와 같은 식이다. 이런 내용을 선정하여 한 것은 아이들이 이번 연구과정에서 표현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이들 내용들은 유치원교사인 L이 “우리친구들 어떨 때 속상해요?” 라고 물으면,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자신들의 속상함을 얘기하고자 손을 들었고, 또 순서대로 얘기하는 것이 촬영된 동영상에서 확인되었다. 

 

  이 과정을 운영한 결과는 긍정적이다. 한편에 혼자 있으려던 경향을 보이던 유아의 참여가 늘어났고, 신경질적인 유아는 짜증을 덜 냈으며, 보편적으로 활력이 증가했다. 일부 엄마들의 보고에 따르면 자녀가 등원하는 것에 대해 더 즐거움을 드러냈다고 한다. 나와 L은 유아를 대상으로 하여 EFT를 적용하는 것에 있어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소규모로 예비 연구한 것을 토대로 연구 질문을 식별하거나 수정·보완하며 연구방법이나 절차에 있어서 보다 적합한 방법을 찾아나가고자 한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접하는 청소년이나 성인이 겪는 문제들에 대해 임기응변식의 대처는 문제의 근원을 치유하기에 매우 제한적임을 많이 보아 왔다. 따라서 보다 근원적 치유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각 개인의 현재 삶은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와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자신이 어떤 경험을 축적해 왔느냐에 따라 그것들이 음으로 양으로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명시적 또는 암묵적 기억에 의한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앞 연재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것이 스몰트라우마든, 빅트라우마든 해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큰 파괴력을 갖는다. 

 

  생명체로서 그 생명력을 유지 증진해 가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 기억은 괜찮다. 그러나 해소되지 않은 트라우마적 기억이 있을 경우, 현재 그 개인의 삶의 경험은 그 기억에 상응하게 왜곡되는 경향이 있고, 위기를 가중시킨다. 마치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듯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은 상황을 문제로 지각하며 과한 경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SE(Somatic Experiencing)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연재해”라는 주제를 다룰 때 경험한 일이다. SE는 세계적인 트라우마 전문가 피터 레빈(Peter Levine)박사가 개발한 것으로 트라우마 치료에 많이 활용되는 방편이다. 실습과정에서 나의 파트너인 K선생이 자연재해와 관련하여 비교적 가볍다고 생각되는 자신의 이슈를 제시하였다. 그런데, SE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쯤에 경험한 자연재해의 간접 트라우마 기억을 이슈로 다루었다. 그 당시 여름에 비가 많이 왔고, 전국이 홍수로 떠들썩하였다. 내가 살던 동네에서 우리 집은 비교적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괜찮았지만, 이웃의 몇몇 집들은 물난리를 겪었다. 실습과정에서 내가 다룬 사례는 그것들에 대해 내가 직접적 피해를 입었다가 보다는 피해 입은 사람의 얘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들은 것이었다. 

 

  그것은 이웃집의 한 아저씨가 작은 냇가에서 갑자기 불어 오른 물을 미처 대피하지 못해 휩쓸려 내려간 사건이다. 동네 어른과 청년들이 그 아저씨를 찾아 나섰고, 나중에 그 냇물 줄기의 어느 지점에서 코와 귀 등이 사라지고 많이 훼손된 그 아저씨의 시신을 찾을 수 있었다. 동네 어른과 청년들이 어린 아이들은 이 끔찍한 사고를 듣지 못하도록 신경을 썼지만, 나는 이런 저런 과정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그 이외의 기억은 아련하다. 그 내용을 SE로 다루는 과정에서 올라오는 몸 반응을 통해 당시에 내가 많이 놀랐고 두려웠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수십 년 전 그 당시에 놀람과 두려움을 몸에 쟁여둔 채 감히 울지도 그리고 충분히 풀어내지도 못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그것을 SE를 통해 알아차리고 눈물과 함께 흘려보냈다. 나의 눈물은 일차적으로는 과거에 자연재해(홍수)의 간접트라우마와 관련한 놀람과 두려움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처리하고 나서는 이렇게 뒤늦게라도 해소함으로써 좀 더 자유롭게 된 점에 대한 위안과 감사의 눈물이 올라왔다. 

 

  힐다모델이 자가치유, 근원치유 등에 무게를 많이 두고 있고, 나름 수십 년간 힐다모델에 포함되어 있는 여러 치유방편으로 수련을 해 왔기에 웬만한 문제들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남아 있는 트라우마적 기억이 살아있는 박물관인 몸의 기억을 통해 소환되었다. 미해결된 과제의 몸 반응이 올라왔지만 다행히 잘 알아차려서 안전하게 완료하고 개운하게 흘려보냈다. 

 

  그래도 오랜 수련 덕에 그 과정이 비교적 순조로웠으며 짧았다. 나의 치유과정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스스로 잘 조율한 것에 대해 나의 자연치유력을 높이 평가하였으며 감동의 피드백을 주었다. 이 경험은 내게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나는 수십 년간 상담을 통해 내담자들을 조력하는 과정에서 직접 겪은 트라우마적 기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의 생애동안 만난 대부분의 사람 중에서 간접트라우마나 스몰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보통 트라우마적 사건이 일어나면 직접 그것을 경험한 당사자들에게 주로 초점이 맞추어진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간접트라우마나 스몰트라우마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에 대해 생각이 미치니 지금 우리사회의 대응책이 참 안타까운 현실로 다가온다. 

 

  직접 겪은 큰트라우마는 물론이고 비록 간접 트라우마나 스몰트라우마라 할지라도 치유를 위해 제대로 된 정성을 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 부정적 파급효과가 얼마나 클지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때로 까칠하거나 거칠고 파괴적인 행동, 퇴행적인 행동으로 자신은 물론 주변인들에게도 상처를 준다. 그 사람의 까칠하거나 거칠고 파괴적인 행동, 퇴행적인 행동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그것은 크고 작은 트라우마적 기억이 미해결과제로 남아 있어 일어나는 살고자하는 몸부림이다. 그러나 당장은 그 당사자가 지각하는 문제로부터 모면할 수 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긴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가? 그것은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오랜 수련 덕에 과거에 비해 정말 많이 나아지고 있다. 지금은 그렇게 대처해야만 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또한 그 상황에서 더 바람직한 행동이 무엇인지를 자각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가족팀, 전문가팀, 일반인으로 구성된 팀 등 여러 수련팀을 수년째 이끌며 그들도 아픔을 잘 치유하고 자신들의 성장스토리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재구성해 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수련 초반에는 참가자들의 상황을 SE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과다 결합된 가족구성원과 과소 결합된 가족구성원이 뒤섞여 팽팽한 긴장 속에 처해 있었다. 마치 하루하루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역기능적 상호작용으로 난경에 처해 있었다. 

 

-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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