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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죽도록
  • 작성일 : 2013-05-26
  • 작성자 : 장병길
  • 조회수 : 767
작성일 2013-05-26 작성자 장병길
조회수 767 첨부파일
죽도록 - 이영광(1965~ ) 죽도록 공부해도 죽지 않는다, 라는 학원 광고를 붙이고 달려가는 시내버스 죽도록 굶으면 죽고 죽도록 사랑해도 죽는데, 죽도록 공부하면 정말 죽지 않을까 죽도록 공부해본 인간이나 죽도록 해야 할 공부 같은 건 세상에 없다 저 광고는 결국, 죽음만을 광고하고 있는 거다 죽도록 공부하라는 건 죽으라는 뜻이다 죽도록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옥상과 욕조와 지하철이 큰 입을 벌리고 있질 않나 공부란 활활 살기 위해 하는 것인데도 자정이 훨씬 넘도록 죽어가는 아이들을 실은 캄캄한 학원버스들이 어둠속을 질주한다, 죽기 살기로 * 언제부턴가 광고가 버스를 도배하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광고판이 오늘도 시내를 천천히 가르며 지나간다. 교통 체증이 심한 서울인지라 이보다 효율적이기도 힘들다. 스포츠용품이나 영화포스터가 주종인가 했더니 요즘 들어 부쩍 성형외과와 유명학원 광고가 각광을 받나 보다. 달리는 버스를 쳐다보며 우리는 뱃살을 쥐어보거나 공교육의 울타리쯤 가뿐히 뛰어넘기도 하고, 아파트 투기에 열을 올릴 수도 있다. 어디 버스뿐이랴? 사방이 광고로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우리 모두 광고의 문구와 이미지에 빠진다. 건강을 위해 죽도록 헬스클럽엘 다니고, 죽도록 부자가 되려고 애쓰고, 예뻐지기 위해 죽도록 화장품을 바르고, 스키장이나 그 무슨 아쿠아 어쩌고에 가서 좀더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려고 죽도록 사진을 찍는다. -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