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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놓아라 흐르는 강물처럼 3
  • 작성일 : 2013-08-07
  • 작성자 : 장병길
  • 조회수 : 1048
작성일 2013-08-07 작성자 장병길
조회수 1048 첨부파일
어느 날 저녁, 나는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내가 도착하자 아버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필요할 때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냐? 너는 왜 그렇게 쓸모가 없어? 너는 아무리 욕을 먹어도 싸." 아버지가 늘 그렇게 나를 대했던 것은 아니다. 다정하게 대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과거에 아버지가 이런 말들을 했다면 나는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3년 동안 나는 대응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에게 사랑을 보내려고 애썼다. 나는 침대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살아온 대부분의 날들을 성공한 사업가로 사셨다. 그러나 지금의 아버지 몸은 노쇠하고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나는 아버지에게 연민을 느꼈다. 아버지의 고통과 고독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나는 아버지가 살아오면서 얼마나 여러 번 자신에게 주어진 사랑을 무시했을지, 얼마나 많은 낮과 밤을 자기혐오와 의심으로 고통에 시달리며 보냈을지 생각했다. "아버지, 사랑해요." 그 말이 가슴속에서 저절로 흘러 나왔다. 아버지의 몸이 부드러워졌다. 긴장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만족한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서서히 아버지의 얼굴 전체가 환해졌다. 아버지의 피곤한 눈이 빛을 발하면서 커졌다. 아버지는 천국을 바라보듯 천장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몇 년 동안 아버지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천천히 손을 들어 나의 어깨에 올려놓고는 다정하게 두드렸다. "잘 했어…… 잘 했어…… 잘 했다……." 아버지는 들릴 듯 말 듯 되풀이해서 말했다. "잘 했다." 그 순간 나는 매우 뜻 깊은 경험을 했다. 어떤 과정을 끝마친 기분이었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하며 행복해 하고 있다…….’ 나는 아버지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마침내 저는 평화롭게 죽을 수 있습니다. 제 아들이 드디어 이해했습니다. 30년이 걸렸지만 마침내 제가 아니라 그 애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심술궂고 가혹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그 애가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는 것을…… 어떤 상황에서라도.' 다음 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 버리기 전에는 깨달을 수 없는 것들(더 늦지 않게 나를 만나기 위한 마음 수업) 중에서 / 존 E 월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