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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아일보 김세원기자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작성일 : 2004-04-23
  • 작성자 : 관리자
  • 조회수 : 1469
작성일 2004-04-23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1469 첨부파일
한국에니어그램교육연구소에서 한국형에니어그램을 수강한 동아일보 김세원 기자가 동아.com에 올린 기자 컬럼입니다. 제목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글쓴이 김세원 기자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에 대한 얘기였다. 삶은 자기 자신을 찾아 떠나는 기나긴 여정이라고 헤르만 헷세가 말했던가. 40이 넘도록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살아왔던 내 자신이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성취지향적인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지난주 열린 온라인 코뮤니티 월례 포럼에서 애니어그램 심리성격검사를 받고 난 뒤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낙천가요, 쾌락주의자라니. 아무리 다시 해봐도 결과는 같았다. 낙천가라면 정치에는 무관심한 채 배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요순시대의 농부가, 쾌락주의자라면 영화 ‘쿼바디스’에서 날이면 날마다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향연을 즐기던 로마 왕족부터 떠오른다. 평소에 혐오해 마지 않던 현실 안주형 인간이나 비도덕적인 쾌락주의자가 내 모습이라니 충격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에니어그램 하지만 한국에니어그램 교육연구소에서 나온 강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오해가 풀리기 시작했다. 성격유형을 9가지로 분류하는 에니어그램은 기원전 2500여년 전 아프카니스탄에서 시작돼 이슬람교 신비주의인 수피파와 유대교 신비주의인 카발라 지도자들에 의해 구전으로 전승돼 오다가 1980년경 미국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교수들이 체계적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애니어그램의 결과는 심리적 무장을 해제한 뒤 환경과 관계를 맺으면서 발전시켜 온 각자의 본질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1번 개혁가, 2번 조력가, 3번 성취자, 4번 예술가, 5번 사색가, 6번 충성가, 7번 낙천가, 8번 지도자, 9번 조정자가 애니어그램의 9가지 유형이다. 각각의 유형은 양면을 가지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건강한 면과 불건강한 면이 드러난다. 이 9가지 유형은 중심 영역에 따라 다시 세 가지로 나뉜다. 2~4번은 감정 중추가 발달된 가슴형, 5~7번은 사고 중추가 발달된 머리형, 8~9 1번은 본능 중추가 발달된 장(腸)형이다. 30여명의 참가자중 장형이 월등하게 많았고 다음이 머리형, 가슴형은 두 명밖에 없었다. 대체로 한국 사람들은 이런 분포를 보인다고 했다. 중심 영역이 같은 사람들끼리 소그룹을 지어 주어진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토의해 봤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같은 그룹끼리는 차이점이 크지 않은데 비해 다른 그룹끼리는 결과가 두드러지게 다르게 나타났다. 고층빌딩에서 투숙해 자는 동안 불이 났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장형은 대개 비상구를 찾아 일단 대피하겠다는 대답이 많았다. 반면 가슴형은 화재 사실을 주변에 널리 알리겠다고 했고 머리형은 수건을 물에 적셔 입에 댄다던지 시트를 찢어 긴 끈을 만들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답이 나왔다. 강사는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먼저 뛰어내리는 사람은 행동이 앞서는 장형에 속하며 이것저것 따져보다가 불을 피하지 못하는 사람 중에는 머리형이 많다고 귀띰했다. 한밤중에 옆집에서 고성방가를 할 때, 장형은 대개 달려가 한 대 올려붙이겠다고 한 반면, 머리형은 왜 한밤중에 떠드는지 원인을 따져본다는 사람이 많아 반응이 대조적이었다. 나는 옆집으로 가 상황을 알아 본 뒤 말리기가 어렵고 분위기가 좋으면 (어차피 잠은 깬 거니) 같이 어울리겠다고 대답했는데 이런 대답을 한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내가 봐도 낙천가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답이다. 예상치 못한 1000만원이 생겼을 때, 장형은 친한 친구들을 불러 같이 술 마시고 놀겠다는 대답이 많았으며 머리형은 자신의 재정상태를 점검해 보고 빚을 갚는 등 가장 효과적으로 쓸 곳을 찾겠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몇 %를 기부금으로 낼 것인가를 고민하겠다고 했는데 퍼센티지를 따지는 것으로 보아 어쩔 수 없는 머리형임에 분명했다. ## 나는 낙천가? “낙천가형은 자유분방하고 모험심이 많다. 명랑하고 아이디어가 넘친다. 늘 새롭고 신나는 경험을 찾으며 지적 유희를 좋아한다. 사회적 지위나 보수보다는 재미가 모든 일을 결정한다. 즐거울 때는 아예 시간을 잊어버린다. 틀에 박힌 일, 무미건조한 일은 견디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멋있다’ ‘재미있다’란 얘기를 제일 듣고 싶어한다.“ 낙천가 유형의 특징을 듣고 보니 한마디 한마디가 어쩌면 그렇게도 잘 들어맞는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정말 부끄러운 얘기지만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열권짜리 무협지를 빌려 밤을 새워 읽은 적은 있어도 ‘토지’나 ‘태백산맥’ ‘장길산’같은 필독 대하소설은 읽은 적이 없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같은 화제작에서부터 9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실미도’까지 비참한 전쟁 영화나 비해피엔딩 영화는 제아무리 명작이라도 보지 않는 것이 나의 영화 감상 원칙이다. 대신 ‘원죄적 본능’이랄지 ‘총알 탄 사나이’시리즈 같은 패러디 영화,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엑스맨’ ‘매트릭스’같은 사이파이영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백발마녀전’ ‘동방불패’같은 판타지 영화에는 열광한다. 야망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며 경쟁심으로 가득한 성공지향형이 되고자 했지만 진실의 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은 어쩔 수 없는 ‘영원한 피터팬’이었다. ###한국인은 본능 중추에 충실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은 누구나 이 9가지 유형이 보여주는 성격적 특징을 조금씩은 갖고 있다.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힘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해 아홉가지 요소가 균형과 통합을 이루도록 노력한다면 전인(全人)적 인간이 될 수 있다. 한국에니어그램교육연구소 윤운성 소장에 따르면 한국인에게는 개혁가, 조정자, 조력가형이 많으며 성취가형이나 사색가형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한다. 정치 지도자중에는 장형이 많다.전두환 전 대통령은 독재적인 지도자형,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정몽준 전 대통령 후보는 수용적이면서도 억압적인 조정자형,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완벽주의를 추구하지만 편협한 개혁가형이라고 한다. 한국인들에게 많은 개혁가나 조정자형은 모두 본능에 충실하며 행동이 앞서는 장형에 속한다. 그래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남비 근성에 너나 할 것 없이 정치에 관심이 많은 건가. 삶의 궁극적인 목적인 자아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세상이 복잡하고 어지러울수록 내면으로 침잠해 진정한 나를 찾아 나선다면 의외로 길이 쉽게 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