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이 억제된 행동형 9번으로서 평균상태를 벗어나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우선은 평균상태에서 느낀 점만 간략하게 기록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다른 상태에 이르러보지는 못했어도 평균상태를 통찰하는 에니어그램이 제 행동을 거의 정확하게 설명하고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에니어그램을 알고 나서, 평균상태에서는 언제나 남을 수용하려고 하는 내 모습이 실은 나를 더욱 한 가지 행동에 고착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내 안에 수많은 욕구와 주장이 있는데도 그것을 억누르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수용함으로써 안정을 얻고자 했지만, 그것으로는 절대로 안정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씩 알아가는 듯합니다. 평균상태이긴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요즘은 정서적으로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외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다 보니 해야 할(하고 싶은) 일이라든지 고치고 싶은(주장하고 싶은) 부분이 너무나도 많아서, 이전과는 반대로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진정한 평화를 이룩하려면 고려해야 할 부분도, 부딪치고 희생해야 할 부분도 참으로 많다는 사실을 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부분을 균형 있고 조화롭게 내세우고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다른 사람이 피 흘려 이룬 평화를 날로 먹기만 할 게 아니라, 여태껏 살아오면서 건네받은 안정과 평화의 크기만큼 나도 다른 사람과 나 자신에게, 스스로 피 흘려 얻은 진정한 평화를 선물할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