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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해소·면역력향상·심신건강증진에 탁월한 자가치유법, TRE ④ 글쓴이 : KEEC   2021-09-25 10:42
스트레스해소·면역력향상·심신건강증진에 탁월한 자가치유법, TRE ④
- TRE: Tension & Trauma Releasing Exercise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조주영


  Berceli 박사가 수단의 전쟁터에서 목격한 사실들도 그의 연구촉발에 기여했다.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폭격이 떨어지는 위험상황을 피해 대피소로 이동한 후에 일어난 일이다. 위기를 모면한 아이들이 몸을 떨며 긴장과 스트레스의 해소반응을 보였다. 폭격이 떨어지던 위험상황(교감신경계의 과각성)에서 벗어나 안도하게 되고, 안전감을 느끼게 되자 아이들에게 타고난 치유 및 회복 기제가 자연스럽게 작동된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몸을 떨어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해소하고 다시 안전하고 편안한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치유반응이다. 이러한 현상은 야생동물에게서도 쉽게 발견되는 일이다. 즉, 동물이나 아이들은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경험한 후에, 자연스레 타고난 생리적 기능을 사용하여 몸을 떤다. 그러나 동일한 상황에 처해있던 어른들은 아이들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른들은 태어난 이래, 점차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이성을 과도하게 발달시켰다.

  이성의 뇌를 불균형하게 발달시켜온 대부분의 인간은 몸이 떨리는 자연스런 치유반응을 의도적으로 막으려 한다. 사회화 과정에서 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을 습득하였으며, 심신에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긴장하거나 흥분했을 지라도 몸을 떠는 것은 약해보이거나 두려워하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를 보호하고 생존하기 위해 선천적으로 타고난 보호기제와 치유기제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어른들은 그것이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문제가 되는 과도한 긴장과 흥분에너지를 적절히 해소하거나 치유하지 못한 채 축적된다. 뿐만 아니라 자연치유적 감각의 힘에 저항하게 된다. 그만큼 우리의 몸과 신경계는 긴장과 스트레스가 축적된 채 과각성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이런 경향성이 유지될수록 수축된 근육들이 긴장을 풀고 신체의 능력을 자연치유하는 기능은 더욱더 감소되고 퇴화한다. 이런 현실에 놓여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람직한 생존전략의 발휘에 실패하곤 한다. 살면서 주어지는 위험이나 위협들에서 필요한 정향반응을 보이기 어렵다.

  트라우마와 관련하여 유명하게 회자되는 얘기를 돌아보자. 그것은 “이 세상에서 트라우마를 겪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 또는 인간과 긴밀하게 살아가는 동물(애완동물, 동물원의 동물)이다.”라는 것이다. 이 말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시사점이 크다. 인간이 대뇌피질을 사용하는 역량을 갖춘 것은 매우 큰 선물이다. 그러나 그 선물의 가치는 개인의 상태와 처한 현실에 따라 다르다. 온전한 선물은 삼중구조의 뇌기능을 통합하여 균형을 갖추고 안전하게 지각된 상황에서 조화롭게 쓸 때만이 해당된다.

  삼중구조의 뇌기능을 통합하지 못할 경우, 즉 대뇌피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등 불균형하게 유지될 경우 지각이나 신경지의 오류로 과대기능이나 과소기능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느 하나가 과대기능을 하는 것도 문제이고, 과소기능을 하는 것도 문제를 야기한다. 게슈탈트의 창시자 Fritz Perls가 이런 상황에 딱 맞는 명언을 남겼다. 그것은 “사람들은 이곳에 있으면서 저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상황은 사고와 감정과 행동이 따로 노는 형국이다.

  보통 사람들은 몸은 여기에 있지만, 생각은 미래에 가 있고, 느낌은 과거에 머문다.  몸이 지금-여기에 있다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현존이다. 이에 대해 일상생활 장면에서의 자각을 보다 쉽게 하는데 있어서 에니어그램의 지혜와 연계하면 유용하다.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알고 있을 경우 몇 가지 질문으로 자문자답하며 자가 점검할 수 있다. 힘의 중심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기본 유형이 건강하며 온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는가? 날개는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에너지의 흐름은 통합을 지향하고 있는가?

  행동방식은 통합을 지향하고 있는가? 하위유형은 균형 잡혀 있는가? 발달(의식)수준은 현재 어느 위치에 있으며, 정체나 하강나선이 아니라 상승나선을 지향하고 있는가? 머리는 신성하고 거룩한 사고로 식별하고 가슴은 미덕인 사랑으로 충만하며, 장은 지금-여기에서 옳은 행동을 하고 있는가? 등을 통해 알아차림과 현존여부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삼중구조의 뇌기능이 통합된 상황은 에니어그램의 힘의 중심이 통합된 상황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삼중구조의 뇌기능을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 앞에서 다룬 윤운성이 명명한 에니어그램 성격에 대한 발달(의식)수준을 기억해 보자. 1수준인 천품은 통합된 상황이다. 2수준인 인품과 3수준인 성품은 약간의 에고가 등장하였을지라도 건강한 범위이다. 그러나 불균형이 시작되는 4수준의 성격과 그 이하 성질, 성깔, 그리고 불건강한 수준의 억지, 싸가지, 싸이코 등으로 내려갈수록 통합으로부터 더 멀어진 상태이다.

  Riso는 사람들의 발달수준에 대해 정상분포 곡선에서 대부분 보통수준인 4~6수준에 90%가 머물러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양끝으로 건강한 수준인 1~3수준에 5%, 불건강한 수준인 7~9수준에 5%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한편, Gurdjieff의 발달수준, Wilber의 의식수준, Jung의 개성화, Bowen의 분화수준, Hawkins의 의식의 밝기, Satir의 일치수준 등도 설명되어지는 세부내용은 다르지만, 그 정도와 질에 대해서는 유사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꽤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맥락을 에니어그램 관점으로 종합함으로써 통합성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더불어 TRE의 실천기술을 적용하여 면역력 향상과 심신건강증진을 넘어 영적성장을 지향해 갈 수 있다. 그것은 통합을 지향하는 것이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본질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다. 이 궁극의 목적을 찾아가는 여정은 무리되지 않게 자연적인 순리를 따라야 한다.

  문제의 근원에 대한 치유와 진정한 성장을 원한다면 삶의 과정에서 수련을 선택함으로써 점진적으로 정화하고 정진해 가는 것이 가능하다. “일상생활 장면이 영성훈련장이다(Gurdjieff).” 본질을 회복하고자 나아가는 수련의 여정은 고래로부터 전해지는 수련의 3요소인 행원(行願), 견지(見地), 수증(修證)으로 확인하고 강화해 간다. 그저 어떤 것을 무작정 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돛단배가 망망대해에서 어떤 목적지 없이 열심히 항해만 한다면 그것은 표류이다. 어떤 목표와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내가 운영하는 수련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는 수련과정에 오기 전에 그냥 열심히 명상하거나 요가를 하였지만, 제 효과를 못 얻었다는 등의 어려움을 보고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 다루고 있는 주제의 연재에서 스승이나 멘토의 도움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수련과정에서 정체로 어려움을 보고하였던 사람들은 나의 스승인 에니어그램 지혜의 관점과 수련의 3요소[행원(行願), 견지(見地), 수증(修證)]를 다루어주었을 때, 그들이 수련과정에서 정체기를 겪었던 이유를 발견하곤 한다. 무턱대고 수련의 형식만 취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Berceli 박사가 오랜 경험적 연구를 통해 야생동물이나 어린아이와 달리 어른들은 떨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 주효했다. 그는 또한 동서양의 다양한 지혜를 통해 인간의 마음, 정신, 신경계와 생리적 기능, 사회 유대관계가 밀접하게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TRE의 개발은 이러한 것들의 바탕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Berceli 박사의 경험적 연구와 체험을 토대로 얻어진 위대한 업적이다. 그는 매우 간단하고 누구나 따라 하기에 용이한 자연적인 떨림을 유도하는 체계적인 준비운동과 방법을 구체화하였다.

  TRE의 준비운동은 인간이 자연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떨림 기제를 작동시킨다. 구체적으로 발바닥과 발목을 활용하는 1번 운동을 통해 그라운딩하고 이완하며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점차 몸의 상체를 향하여 위로 올라가며 종아리근육, 허벅지 근육(대퇴사두근), 내전근과 햄스트링(슬굴곡근), 요근 등의 순서대로 작동시키고 운영하며 교감신경계를 교대로 활성화한다(그림 2 참조).


[그림 2: TRE 운동에 활용되는 근육군]

  마지막 단계에서는 코어근육을 스트레칭하며 발에서 다리를 거쳐 골반과 등을 지나 어깨까지의 모든 근육군을 움직여서 중추패턴발생기가 작동되는 것을 돕는다. 이런 과정들은 뉴런의 전기적 신호와 피질연결고리를 통해 떨림에 필요한 진행과정을 거친다. 피질연결고리는 구심성 신경원을 통해서 우리 몸의 눈, 코, 입, 귀, 피부 등의 감각기관들이 감지한 신경자극을 뇌로 전달한다. 뇌는 원심성 신경원을 이용하여 신경자극을 받아 반응정보를 몸의 감각기관으로 보낸다(그림 3 참조).


[그림 3: 구심성 신경원과 원심성 신경원의 교신체계]

  이 두 신경원의 교신체계가 원활히 작동하는 것이 우리의 온전한 생존에 중요하다. 우리가 성격을 강하게 쓸 경우 그 이면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두려움은 본질과의 연결이 끊어진 상황이며, 두려움을 덮기 위한 욕망을 야기한다. 더 나아가 나름의 생존전략으로 어떤 체계가 과대기능이나 과소기능을 하게 된다. 결국 이 두 교신체계의 원활한 연결과 작동에 무리가 따르게 된다. 즉, 몸은 자극을 머리(뇌)에 제대로 전달할 수 없고, 머리에서의 이해는 몸으로 연결되지 않게 된다. 에니어그램 힘의 중심에서 보자면 머리·가슴·장이 불균형한 상태인 것이다.

  TRE를 통한 지속적 수련은 두려움의 근원적 요소들에 안전하게 접근하여 그것들을 하나하나 흘러가도록 돕고 안정시키며 평정하도록 돕는다. 구심성 신경이 점차 필요한 작용을 하게 돕고, 원심성신경에게 할 일을 적절히 명령할 수 있게 한다. 마치 조직의 복지부동처럼 굳어 있는 자기 내면의 복지부동이나 수동공격을 알아차리고 미해결과제들을 흘러 보냄으로서 굳어진 내면이 유연해지고 회복된다.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구심성신경과 원심성신경의 원활한 상호작용으로 이어진다.

  즉, 우리가 타고난 자연적인 해소 메커니즘인 떨림을 유발함으로써 몸과 신경계에 깊이 쌓여 있는 만성적 근육수축의 상태를 해소한다. 트라우마 해소운동의 열쇠는 떨림이 골반 내에 위치한 신체 중력의 중심에서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신체의 중심에서 떨림이 일어날 때 이것은 몸 전체에 울려 퍼지면서 그 경로를 막고 있는 깊이 쌓인 만성적 긴장을 찾아서 자연스럽게 해소한다(Berceli 박사 著/최은주 역,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치유할 수 있다」 중에서).
- 다음 호에 계속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