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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월터의 은밀한 삶 글쓴이 : KEEC   2015-04-28 15:04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월터의 은밀한 삶   - 글 / 전임교수 소희정


‘지금까지 특별히 가본 곳이 없어서요.’
사진 전문잡지 ‘라이프’잡지사에서 16년째 포토에디터로 묵묵히 일하는 월터 미티. 현실에서와 달리 그
의 유일한 취미는 틈만 나면 상상을 하는 것이다!
어느 날, ‘라이프’지의 폐간을 앞두고 전설의 사진작가가 보내온 마지막 25번째 표지 사진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당장 사진을 찾아오지 못할 경우 직장에서 해고될 상황에 처해지게 되고, 월터는 중요
한 마지막 사진을 찾으려고 연락조차 닿지 않는 사진작가 숀펜을 만나러 무작정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어두컴컴한 사무실 안에 존재하던 월터가 모험도 세상에 이런 모험이 어디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헬리
콥터를 타고 하늘을 날다가 바다 한 가운데 떨어져 무시무시한 상어로부터 겨우 살아나기도 하고, 아이
슬란드 화산이 폭파를 하는 곳에서 간신히 빠져나오거나, 아이들을 만나서는 어릴 적 갖고 놀던 장난감
과 맞바꾼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앞으로 전진해가는 모습에서는 짜릿한 즐거움도 더해주고 있다.

현실이 상상에 완전히 억눌려있는 것처럼 보이는 삶이지만 어느 순간 현실이 상상을 추월해서 현실이
상상보다 더 드라마틱해지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누구라고 딱 꼬집어 말할 필요 없이 스크린을 통해 대
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설상가상 온갖 고난과 역경 속에서 도착하게 된 곳은 히말라야 산맥. 탁 트인 멋진 풍경이 선사하는 그
곳에서 그렇게 만나고 싶어 했던 사진작가 숀펜과 조우하게 되는 데, 유령 표범이 카메라에 포착되는 순
간을 감지하게 된다. 그렇게 갈망하던 바람이 현실이 되는 순간, 연속 컷을 누르고도 남을 찰나에 숀펜
은 셔터를 누르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의아해하는 월터에게 자신의 망원카메라를 넘기
며 지긋한 미소를 띠며 한마디 건넨다.

월터의 인생 최초 여행의 목적은 ‘라이프’지의 마지막 표지에 싣는 사진 찾기였지만, 상상이 멈추는 시점
부터 월터는 모험이 아닌 ‘자신의 삶’의 영역으로 스며들어 받아들이게 된다.
“25번째 사진은 어쩌면 유령표범과 같은 것이지. 바로, 자네. 월터 미티..”
이 같은 그의 도전은 ‘라이프’지의 모토와도 꽤 닮아있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다.”

Stay in it. like there, like here.
“어떤 때는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그래 바로 저기, 그리고 여기...”


< 질문 >
● “25번째 사진“이 삶의 정수라고 한다면 늘 가까이에 있는 일상의 평범한 나에게서 정수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마지막 한 장의 사진을 찍는다면 어떤 사진을 찍고 싶나요?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제목처럼 세상에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떤 일
이 일어나면 좋을까요?
영화 [설국열차] 인물 성격유형 분석 글쓴이 : KEEC   2014-01-08 17:52

영화 <설국열차>는 프랑스 동명의 만화책에서 그 뼈대를 가져와 봉준호 감독의 독창적인 해석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칸. 열차안의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17년째,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는 긴 세월 준비해 폭동을 일으킨다. 기차의 심장인 엔진을 장악, 꼬리칸을 해방시키고 마침내 기차 전체를 해방시키기 위해 절대권력자 월포드가 도사리고 있는 맨 앞쪽 엔진칸을 향해 질주하는 커티스와 꼬리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도우며 기차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는 남궁 민수와 요나.


  앞칸으로 갈수록 사람들의 생활은 흥청망청이다. 술과 마약을 하고 춤을 추고 고기를 먹고.
  기차는 또 하나의 세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 밥 한 그릇 먹기가 힘들어 버둥거리고, 어떤 사람들은 한끼를 해결하는데도 거금을 들여 멋들어진 식사를 한다. 마치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처럼.



  마지막 장면에서 커티스와 남궁 민수와의 대화.
 “내가 열고 싶은 문은 이런 엔진의 문이 아니야. 기차의 문이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저 문이지.”
  남궁 민수가 환각을 위하여 모으는 것처럼 위장하며 열심히 모았던 크로날이라는 물질로 폭탄을 만들어 결국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고 기차는 힘없이 멈춘다. 그리고 요나와 타냐의 아이가 나와 북극곰을 만난다. 기차안의 닫힌 공간이 아닌 살아있는 공간에서 살아있는 생명체를.


  영화는 이렇게 생각할 여운을 남기고 끝이 난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을 중심으로 대화와 행동들을 중심으로 성격유형을 분석해 본다.

1. 월포드(8w9유형) : 지구 종말을 예견하고 세계를 도는 기찻길을 만들고 멈추지 않는 기차를 만들어 지구 종말에 대비하여 결국 종말을 맞고 살아있는 단 하나의 공간, 작은 지구를 만들어 다시 지구가 사람이 살 만한 때가 될 때를 기다리려 하였던 사람. 마치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다시 보는 것 같다.  그 소우주를 지키기 위하여 개체수를 기차안의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절하고. 철저하게 자기의 통제하에 하나의 기계부품처럼 움직이게 만든다. 결국은 커티스에 의해 끝나지만.


2. 길리엄 (3w2유형): 꼬리칸 사람들의 지도자. 성자로 떠받들어졌던 인물.
  영화 마지막 즈음에 나와서 알게 되지만 초반에 꼬리칸 사람들이 먹을게 없어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는데 붙잡힌 아이를 구하려고 스스로 자신의 팔 한쪽을 잘라 내어주며 아이를 구해낸다. 그러나 자신의 영웅적인 행위에 대해 전혀 내색하지 않는다.
그의 이러한 행동으로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지고 질서를 찾아가는데 그제야 앞칸에서 단백질 음식이 제공된다. 전체적으로 성품이 조용하고 온화한 편이나, 분열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전체를 하나로 모아내는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전체를 보는 눈과 꼬리칸 사람들의 단결을 이끌어 내고, 또 적재적소에 사람들을 배치하는 그의 능력은 3번의 목표지향적인 지속적 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추고 거의 도량이 넓은 영웅적인 행동을 보여주므로 발달수준 2정도의 3유형의 수준을 보여준다.



3. 커티스(5w6유형) : 혁명을 이끌어 성공시킨 주인공.
   그는 17년이란 긴 세월을 침착하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다.
 옆에서 언제까지 계획만 세우고 기다릴거냐라는 말들을 하고 재촉을 하여도 그는 흔들림없이 상황을 주시하며 때를 기다린다. 성공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계획을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아 5w6유형이란 생각이 든다.


4. 메이슨(9w1유형) : 월포드가 설국열차를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월포드의 권세에 빌붙어 편히 살아가며 그를 도와 설국열차를 잘 굴러가게 하며 그 힘을 이용하여 설국열차안의 사람들을 지배한다. 허당끼가 있으면서도 허세도 있고 탐욕도 있다.
커티스에세 잡혔을때는 비굴하게  생명을 구걸하면서도 다시 자기의 권위를 되찾으려는 야망도 들어낸다.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지만.


5.남궁 민수(3w4유형) : 설국열차를 설계한 설계사다.
   설국열차 안 1인 감옥에 갇혀 있으며 때를 기다린다. 대사도 별로 없고 특별하게 드러나는 특징이 없어 어떤 유형인지 잘 판단이 안서나 자기 이름을 잘 못 말하자 바르게 알려주며 욕을 한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즉 설국열차 밖으로의 탈출을 위하여 커티스 일당을 돕는다. 자기의 목적을 숨기고 폭발물로 사용할 수 있는 크로날이라는 물질을 얻기 위하여 환각을 하려는 것처럼 위장도 하면서. 결국 기차는 멈추고 밖으로 나가는 문은 열리지만 그가 살아있는지는 나오지 않아 생사를 알 수는 없지만.


6. 요나(7w6유형) : 남궁 민수의 딸. 투시력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
  아빠와 함께 감옥에서 지내고 있다 커티스 일당과 아빠와 함께 열차 탈취에 가담한다. 특별한 능력인 투시력을 이용하여 커티스 일당에게 도움을 주지만 크로날을 흡입하여 환각에 빠지고 열차 앞칸으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타락한 자들이 머무는 장소에 오자 그 곳에서 즐기며 빠져들려 한다. 닥쳐오는 위험도 모험인양 즐기면서. 요나 역시 유형 파악이 잘 안되는 인물 중 하나이나 낙천적으로 걱정안하는 것과 쾌락을 즐기는 것 등으로 미루어 7번 유형인 듯하다.

영화 <詩>를 보고…(이정자) 글쓴이 : KEEC   2013-06-12 14:47

영화 <詩>를 보고…

이 과제를 받고 나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영화가 어떤 게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심화단계까지는 1번 유형으로 참여하여 1번 유형이 잘 드러나는 인물의 영화를 찾느라 고민했는데 최근에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는 팀들과  스터디를 하면서 다시 유형 검사를 해봤더니 4번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문득 떠오른 영화가 이 영화다.
내 주변 사람들도 나를 딱 보면 누가 뭐래도 4번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나 역시 4번이 나의 본질적인 모습일 것으로 생각한다.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면서 아직은 몇 편의 영화밖에 분석해보지는 않았지만 영화는 감성이 풍부한 예능인들이 만든 것이어서 인지 많은 영화들이 4번 유형으로 흐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4번 유형의 색깔이 물씬 풍겨나고 문학에 관
심이 많은 나와 주인공의 내면에 지닌 감성들이 닮은 점이 많다.
이제 이 영화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4번 유형의 특징을 살펴보기로 한다.

<詩>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다.
이 영화는 아이들이 자연학습 관찰을 하는 어느 강가의 장면과 함께 강물위로 한 소녀의 주검이 떠내려오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그 주검의 실체는 동급생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후 자살한 10대 소녀다.
그 주검과 영화의 제목 ‘시’가 보이는 장면이 나타나는데 그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감독이 던지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무척이나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예쁘게 꾸미길 좋아하는 시적인 감수성을 갖고 살아가는 66세의 ‘양
미자’다. 그녀는 이혼한 딸이 맡겨놓은 중학교 3학년인 외손자와 생활보호대상자로 어렵게 살아가며 거동이 불편한 어느 회장의 간병 일을 한다.
그녀는 어느 날 문화원에서 시 쓰기 강좌 수강신청을 하고 시문학 강의를 들으며 시인이
되는 꿈을 갖는다. 그녀는 시를 잘 쓰기 위해 세상을 보는 방법, 즉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이 영화는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주인공 ‘미자’가 어떻게 한 편의 시를 완성하며 맞닥뜨
려진 삶의 문제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며 살아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4번 유형의 특징을 반영하는 부분을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한다.
주인공 미자는 팔이 저릿저릿하다며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나오다가 응급실 쪽에서 혼이 나간 듯 맨발로 왔다 갔다 하며 슬픔에 못 이겨 혼잣말을 하는 어떤 어머니를 목격하게 된다. 바로 성폭행으로 죽은 소녀의  엄마다.
미자는 그 광경을 보고 무심코 지나치지 못하고 충격과 연민의 감정으로  심각하게 지켜본다. 4번 유형은 남의 아픔이나 슬픔에도 쉽게 감정 이입이 되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특히 죽음이나 고독, 슬픔 등 깊고 어두운 감정에 더 관심을 보이고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그녀는 간병을 하는 회장의 딸이 계산원으로 일하는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그 소녀의 자살 소식을 들려주자 회장 딸은 자기 일만 하며 들은 체 만 체 아무런 반응도 없다. 집으로 돌아와 손자 종욱에게도 그 소식을 전하자 손자도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우리 이웃이나 세상에서 일어나는 슬픈 일들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의 표정이 주인공 미자의 성품과 대비되어 나타난다. 여기서 우리는 이웃이나 남의 일에 너무나 무관심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따뜻한 정서가 메말라가는 인간성 상실의 문제를 자각하게 된다.
4번은 남의 아픔이나 슬픔을 보아도 그 감정이 가슴에 오래 머무는 편이다.
영화 전반부에 친구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녀는 “내가 시인 기질이 좀 있지. 꽃도 좋아하고. 이상한 소리도 잘 하고...”라는 말을 한다. 4번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이 영화에서 4번의 깊고 섬세한 감성을 표현한 대사는 영화 말미에 미자가 희진의 어머니를 찾아간 대사에서다. 그녀는 청아한 새소리가 들리는  시골길을 걸으며 시골 풍경의 감성에 푹 젖어 들어 감동에 충만한 표정으로 희진 엄마에게 말을 한다.
“아까 살구가 떨어진 걸 보고 참 간절하다 생각했어요. 살구는 자기 몸을 땅에 던져 다음 생을 준비하잖아요?내가 평생 살아도 오늘 살구에 대한 그런 거 처음 알았네.호호.또 살구 나무 옆에는 백일홍도 있고.백일홍 꽃이 얼마나 예쁘게 떨어져요?오면서 이런 데 걷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싶더라구요. 난 꽃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보고 있기만 해도 행복해요.꽃만 바라보고 있어도 배가 불러서 밥 안 먹어도 돼요. 호호…” 이 대사는 4번 유형의 섬세하고 깊은 감성이 잘 드러난 표현이다. 4번 유형은 감성이 풍부하다 보니 사소한 것에서도 감동을 잘 받으며 꽃이나 사물에게도 말을 걸며 정서적 교감을 나눈다.
죽은 소녀의 어머니를 만나 합의하자는 설득을 하고 와야 하는데 시골 풍경의 자연 속에
동화되어 시적인 감성에 젖어 든  말만 하고 돌아오다가 아차 싶어한다.
알츠하이머 증세가 있다는 진단을 받긴 했지만 감성에 젖어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감정 통제가 어려울 수도 있는 4번 유형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우리의 성격은 에니어그램의 역동성이 말하듯 그 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건강할 수도
있고 불건강 할 수도 있다. 즉 이성과 감성의 조절, 또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힘의 조화
가 깨지거나 균형을 잃을 때가 있다.
이 영화에서 미자의 발달 수준은 양심과 현실 문제 해결 사이에서 갈등하는 보통 수준으
로 보인다.
어느 날 그녀는 시문학 강좌를 신청하고 듣게 되는데 시를 잘 쓰고 싶은데 도무지 시
상이 떠오르질 않아 고민이다.
그녀는 일상에서도 시상을 찾고 시 낭송회도 찾아가고 늘 수첩과 연필을 들고 다니며 자
연이나 사물을 관찰하며 떠오르는 시상을 메모한다.
어떻게 해야 시를 잘 쓸 수 있는지 시 강좌 시간에 열심히 듣고 질문도 해보지만 시인
강사의 대답은 모호하기만 하고 시를 쓰는 것이 그녀에겐 어렵기만 하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쫒기며 살거나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4번이 지닌 풍부한 감성
과 서정성을 문학으로 승화시키며 살려는 노력이 아닌가 싶다. 그녀는 영화 말미의 시
낭송회에서 어떤 낭송인이 여담으로 좀 야한 말을 하자, 시를 사랑하는 것은 아름다움을
찾는 것인데  맨날 저런 와이당이나 하고 꼭 시를 모독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것은 고상함을 추구하는 4번 유형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4번은 교양 있는 말이 아
닌 세속적인 말이나 야한 농담을 즐겨 하는 사람을 천박한 사람으로 볼 수도 있다.
그녀는 문학강좌를 신청하러 가서 수강 신청이 마감되었다는 직원의 말에도 바로 포기하지 않고 꼭 듣고 싶어 그렇다며 그래도 좀 받아줄 수 없느냐고 애교 섞인 부탁을 해본다. 결국 수강 신청을 받아낸다. 하고자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의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태도는 4번 유형의 건강한 수준의 행동이다.
어느 날 밤, 손자 친구 5명이 집으로 들이닥치고 그들이 문을 잠그고 소곤대는 대화에 이상한 느낌이 들자 문을 열어 배고프지 않느냐고 하면서 사과를 깎아줄까 하자 손자는 짜증난 얼굴로 할머니에게 귀찮게 왜 그러느냐며 문을 쾅 닫는다. 손자는 무력감에 빠져 공부에는 관심도 없고 태만하며 대답하는 것도 귀찮아 한다.
그래도 미자는 손자의 퉁명스런 대답이나 짜증 섞인 말에 화를 내지 않는다. 딸이 맡긴 외손자에게 자기 삶이 버거우면 투사를 하여 화를 내는 경우도 있을 법 하지만 무경우하게 분노하거나 화풀이를 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것으로 보아 미자는 건강한 수준의 4번 유형임을 알 수 있다.
어느 날 손자 친구 기범이 아버지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갔다가 죽은 소녀의 성폭행 사실에 손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죽은 소녀의 학교에서도, 성폭행을 저지른 아이들의 부모들도 모두 그 사실이 확장되지 않고 더 이상 새나가지 않게 쉬쉬하며 6명이 합의금 3000만 원을 마련하여 마무리 하려 한다. 미자는 죄책감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마음이 복잡해지고 1인당 부여된 500만 원을 만들 길이 없어 막막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자는 자살한 소녀의 위령 미사에 참석하고 죽은 소녀 박희진의 사진을 몰래 가져온다.
그녀는 희진이 성폭행 당했던 곳과 희진이 자살한 곳까지 찾아가 보고 그녀의 고통에 슬
픈 연민을 보낸다. 한 소녀가 성폭행을 당해 죽음으로 맞섰어도 세상 사람들이 양심의
가책도 잘 안 느끼는 것에 비해 미자는 죄책감을 느끼며 그녀의 죽음을 아파하고 위로한
다.모든 사람에게 양심은 있지만 4번은 어느 유형보다 선악에 민감하고 감성이 여리어
남에게 피해주는 행동을 못 하고 천성적으로 착하며 연민이나 동정심을 잘 느끼며 죄책
감에 더욱 시달리는 편이다.
미자는 희진이가 강물에 몸을 던졌던 곳을 다녀온 후 자신이 간병을 하던 몸이 불편한 회장에게 비아그라를 먹이고 성관계를 한다. 합의금을 마련할 길이 없던 미자는 나중에 회장을 찾아가 이유는 묻지도 말고, 이 돈은 갚지도 못할 돈이니 500만원 만 달라고 요구 한다. 이 행위는 합의금 마련과 윤리 의식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행동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주인공의 하위유형이 SP임을 말해준다.
영화 말미에서 미자는 ‘아네스의 노래’라는 한 편의 시를 완성한다.
‘아네스’는 16세라는 꽃다운 나이에 성폭행 피해로 자살을 한 소녀 박희진의 세례명이다.
즉 아네스를 위한 애잔한 시를 완성한 것이다.
이 시는 미자의 목소리로, 이어서 죽은 소녀의 목소리로 나즈막히 들려준다.
미자는 시 강좌 마지막 날, 강사님께 꽃다발을 한아름 놓아두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녀가 죄책감에 시달려 자살을 했는지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 사라짐은 어떤 의미인지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전체적인 흐름까지 4번 유형의 특징이 많이 드러난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원망하거나 누구를 원망하지 않고 외손자를 돌보며 꿋꿋이 살아가는 미자의 모습이 아름답다.
오늘날 점점 시가 외면 당하고 있고 시가 죽어가는 사회란 곧 인간의 아름다운 정서가 점점 죽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이 영화는 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오랜만에 감동이 있는 영화 ‘시’를 감상하면서 긴 여운을 안고 여기서 마무리 한다.

- 10기 전문강사 이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