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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QUEEN)의 노래로 보는 에니어그램 글쓴이 : KEEC   2020-10-24 15:31
퀸(QUEEN)의 노래로 보는 에니어그램
enneagram types as queen songs


1: radio ga ga - “like all good things on you we depend, 우리가 의지하는 모든 좋은 것이 있는”

2: somebody to love - “can anybody find me somebody to love? 누군가 내게 사랑할 사람을 찾아 줄 수 있나요?”

3: don’t stop me now - “i’m a shooting star, leaping through the sky 난 저 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이야”

4: bohemian rhapsody - “is this the real life? is this just fantasy 이것은 현실인가요, 그저 환상일 뿐 인가요?”

5: another one bites the dust - “i’m ready for you, i’m standing on my own two feet. 난 당신을 위한 준비가 됐어. 난 내 두발로 나 스스로 서 있어”

6: under pressure - “it’s the terror of knowing what the world is about 세상에 대해서 아는 것은 테러 (재앙)과 같은 거야”

7: i want to break free - “oh, how I want to be free 오 내가 얼마나 자유로워지고 싶은지”

8: we are the champions - “we’ll keep on fighting ‘til the end 우리는 끝까지 싸울 거야”

9: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 “i gotta be cool, relax, get hip 침착해져야 해, 긴장풀어!”


출처 : https://enneagramwonder.tumblr.com

사진 : http://www.ultimatequeen.co.uk/freddie-mercury/miscellaneous/freddie-mercury-statue.htm

나는 중학생이다 글쓴이 : KEEC   2020-09-25 16:14


나는 중학생이다
장순옥

나는 중학생이다.
내 나이 79세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학생이 되었다.
늘 가슴 한켠에 공부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어서 어렸을 적엔 교복 입은 학생들만 봐도 너무너무 부럽고 가난한 부모님을 원망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이 알게 된 한마음성인중학교에 학생모집 공고를 보고 전화를 했더니 마감 마지막 날이란다. 내년에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음 날 아침까지 접수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는 너무 들떠서 잠을 설쳤다.
잠결에 교복을 입고 학교 다니는 꿈마저 꾸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둘째 딸애와 함께 학교에 가서 입학금을 내고 등록을 하였다. 너무 기뻐서 큰딸에게 전화했더니 너무나 잘했다고 하면서 나보다 더 좋아해 주었다. 그러더니 그길로 바로 나오라고 해서 나가니 책가방이란 필기용품을 사주었다.

또 들뜬 마음으로 막내에게 전화하니,“엄마 국민(초등)학교 졸업장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벌써 책가방을 사면 어떻게”라며걱정을 하였다.
학교 다닌다는 생각에 들떠 미처 그 생각을 못 했다.
나는 그 당시 강원도 산골로 피난 와서 생활 하다 보니 너무 가난했다. 국민(초등)학교 4학년을 다니고 선생님의 배려로 바로 육학년으로 월반했지만,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매일 교무실로 불려가서 청소도 하고 시달렸기 때문에 2달만 다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강원도 원주 동사무소에 졸업장을 신청했더니, 다행히 졸업장이 왔다. 나도 모르게 “야호” 소리를 질렀다.
7회 졸업생이란다. 나도 정말 학교에 갈 수 있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에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설렘으로 잠을 설치기를 몇 날 며칠이 지났다. 코로나로 인해 입학식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쉬움도 있지만, 지금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처음에 영어 알파벳을 잘 몰라 식탁에 붙여놓고 열심히 외워서 지금은 어느 정도 읽고 쓸 줄 알게 되었다. 반 학생들과도 친해져서 언니 동생 하며 서로를 챙기고 있다. 친구들은 지금 배워서 뭐에 써먹냐고들 하지만 나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 학교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오늘 배운 내용을 잊어버리고 또 배우고 또 배우다 보면 하나는 배우겠지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특히 영어는 아직도 단어를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느끼지만, 열심히 하면 한가지라도 알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배움은 나를 기쁘게 한다.

나는 맨날 맨날 학교 가는 날만 기다려진다.
나는 오늘도 먼저 하늘나라로 간 남편의 사진에다 말한다.
 “학교 다녀올게요”

‘자기계발 중독’ 에서 ‘자아탐구자’로 글쓴이 : KEEC   2020-08-24 17:36

도덕의 계보학(니체, 2020.4. 연암서가) 리뷰

 

자기계발 중독에서 자아탐구자

 

춤추는 별(4W3)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가 되기 위해, 또는 무엇이길 바라며 달려왔다. 전 생애 계획을 일기장에 붙여놓고 어디까지 왔는지를 점검했다. 10년 단위, 5년 단위, 1년 목표를 세우고 그렇게 되어 있는 나를 상상하고 성취했다.

내내 무언가”, “무엇을”, “그렇게바랬지만, 실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여기에 없는 것 같다는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랬겠지만. 항상 내 앞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될 일, 두 갈래 길이 있다고 느꼈다. 그 때마다 우선적으로 해야 될 일이라 생각되는 것을 먼저 했다. 그리고 남겨진 욕망은 마음 한 켠에 꽁꽁 동여매어 두었다. 이 숨겨진 욕망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애틋해졌다. 내 일기장 속의 계획은 착착 실현되고 있었지만, 일상속의 나는 무력감과 악의적이고 적대적인 감정에 풀이 죽은 자였다(45).

누군가가 칭찬해주기를, 인정해주기를 기대했던 것일까? 내 생각 속에서 그리는 위대한 자의 표상을, 모델을 계속 찾았던 것 같다. 이것을 목표로 삶의 계획이 설정되어야 하니깐. 법으로 세상을 바꾸는 국회의원? 현장 속에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시민운동가? 인간의 의식을 두드리는 작가? 블로그에 글을 쓰고 인스타그램과 팟캐스트, 유튜브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 강단에서 아이들에게 비전을 설파하는 교육자, 이런 것일까? 저런 것일까? 내 일기장 속의 plan Aplan B는 맹렬히 작동하였고, 잠을 줄이고 휴식을 절제하며, 진로를 설계하고 공부했다. 마치 고행하듯이 훈련을 자청하였다.

그러나 나는 점점 잘 웃지 않게 되었으며, 찡그린 얼굴로 만성피로에 시달리며,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다. 요즘 나는 이제 이런 훈련은 그만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이 영토에서 떠나지 못하는 고정된 자신을 한심해 하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축적하는 행위, 자기계발의 습관

 

사실 우리는 무언가를 집으로 가져가는단 한 가지 일에만 진심으로 마음을 쏟는다. 그 외에 삶, 이른바 체험에 관한 일에 우리 중에서 과연 누가 진지하게 마음을 쓰겠는가? 아니면 그럴 시간이 충분하겠는가? 우리는 그러한 일에 한 번도 제대로 집중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의 마음이 거기에 가 있지 않고, 우리의 귀조차 거기에 가 있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이 세상사람 같지 않게 멍하니 자기 자신에 몰두해 있다가 마침 정오를 알리는 열두 번의 종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지자, 문득 정신을 차리고 대체 몇 시를 쳤지?’라고 묻는 사람처럼, 우리도 때때로 나중에 가서야 귀를 비비고는, 무척 놀라고 당황해하며 우리가 대체 무슨 체험을 했지? 더 나아가 우리가 대체 누구인가?’ 라고 묻는 것이다(도덕의 계보학, 니체, 2020.4. 연암서가 12).

 

퇴근 후 나의 일주일은 이렇게 집으로 가져가는 행위로 꽉 차있다. 실질적인 스펙 쌓기를 위한 것부터 인성과 예술적 감수성, 리더쉽 등에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나름의 목표를 설정하여 픽한 온갖 배움으로 말이다. 그렇다고 나의 일과 중 업무가 녹록한 것도 아니다. 근무시간 중 업무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숨 쉴 틈 없는 회장님의 호출과 요청사항 처리, 이어지는 회의들로 꽉 차 있다. 화장실을 제대로 가지 못해 주기적인 방광염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가족은 일과 중 나와의 연락은 기대조차 하지 않을 정도이다.

주중은 주로 인성과 예술적 감수성을 강화하기 위한 배움의 시간이다. 월요일은 패션, 화요일은 클래스 101’ 원격 컬러공부, 수요일은 수채화와 캘리그라피, 목요일은 힌두명상, 금요일은 네트워킹을 위한 미팅과 스케쥴 조정을 위한 예비일로 남겨뒀다. 감각적인 내가 되기 위한 공부라고 스스로 처방한다. 마음치유학교, 퇴사학교, 온오프믹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크몽에서 주기적으로 배울거리를 검색한다. 포노사피엔스에게 필요한 팟캐스트와 유튜브 제작기법, 1인 독립출판, 블로그 운영은 기본이다. 이런 수업은 소위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한 공부로 분류된다. 주말은 커리어를 위한 스펙 쌓기에 집중한다. 리더쉽과 코칭능력을 키우기 위해 애니어그램, MBTI, NLP, 오라소마, 로고테라피, WPI, 퍼실리테이터 등의 단계별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저녁에는 교수임용을 위한 저널스터디가 있다. 그리고 일요일은 가족과의 시간, 둘레길 산책을 위해 남겨둔다.

작업실 겸 서재로 쓰는 거실은 원래 남편과 나의 공용공간이었다. 남편은 책읽기를 정말 좋아한다. 나는 책을 읽기보다 모으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 같은데, 남편은 내가 사 모으는 책을 차근차근 읽어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내가 온갖 공부에 딸린 과제에 매달려 있으면, 옆에서 오롯이 책을 읽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남편이 자기 짐을 몽땅 싸서 침실로 들여갔다.

이유를 물어보니 이제 더 이상 정신 사나워 여기에서는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남편의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사방에 널려있는 페이퍼, 붓이며 물감이 짜진 파레트 등의 미술도구에 최근에 블로그 공동구매로 들여온 재봉틀까지마치 만국 박람회장처럼 내 공간이 벌려져 있었다. 나의 일상, 나의 주의가 체험 박람회장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다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인가가 되고 싶어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하는 나,

그 많은 체험 속에서도 나는 나를 찾지 못했다. 그 순간에 나는 웃지 않고 있다. 행복하지 않다. 무엇에도 집중되어 있지 않다. 지금 이것을 하면서 끊임없이 그 다음을 찾아 헤맨다.

 

보물찾기, 내 마음을 찾아가는 자아탐구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 인식하는 자들조차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한 번도 탐구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느 날 우리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난단 말인가? “네 보물 있는 곳에는 네 마음도 있으니라라고 한 말은 옳다. 우리의 보물은 우리의 인식의 벌통이 있는 곳에 있다. 날개달린 동물로 태어난 우리는 정신의 벌꿀을 모으는 자로 언제나 그 벌통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도덕의 계보학, 니체, 2020.4. 연암서가 11).

 

서로 바쁜 우리 부부는 주말에 2~3시간의 산책을 함께 하며 밀린 대화를 하곤 했다. 부암동 언덕을 거쳐 윤동주 문학관 앞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와 집에서 비빔국수를 해 먹기도 하고, 컨디션이 좀 더 좋으면 걸어서 인왕산 스카이웨이를 거쳐 경복궁역 서촌시장에서 밥을 사먹고 돌아오기도 한다. ‘만선에서 쭈꾸미 무침을 한 사라 시켜 콩나물을 듬뿍 넣고 고추장에 참기름도 한껏 둘러 벌겋게 밥을 쓱쓱 비벼먹거나, 줄을 좀 서기는 하겠지만 계단집에서 소주 반 병과 와사비를 조금 뿌린 초고추장에 소라를 찍어 베어 물고, 해산물 라면 한 숟갈 호로록 곁들여 먹은 후, 낮술에 얼큰해진 얼굴과 그만큼 풀어진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상상해보라. 정말 맛있고, 재밌고, 행복한 느낌이지 않은가?

남편은 이 시간 속에서 여유로움과 평안함을 고스란히 즐기고 있었다. 정작 나는 그렇지 못하다. 매번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아깝고 무언가 유익하게 시간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손해 감정에 산책을 출발하기 전부터 불편한 마음이 들곤 했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내 혀에 닿는 고추장 맛이 더욱 매콤달콤하게 느껴지고, 돌아오는 길의 차 소리가 더 우렁차게 귓가를 때리고, 지나치는 나무들의 초록빛 잎 색깔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남편이 그 동그란 얼굴이 더 동그래지도록 한껏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짓는 표정도 발견했다.

나는 이때까지 삶에 맞서는 삶이라는 자기모순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모든 수단을 강구해 자신을 보존하려고 하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퇴화해가는 삶의 방어본능에서 생기는 금욕적 이상으로, 피로에 지쳐가는 삶. 내 감정과 마음은 내가 살아가는 현장에 있지 않았다. 오직 해야 할 일들 속에서 최대한 계발되어진 어떤 표상에 볼모로 잡혀있었다.

해야 될 일이란 무언가를 집으로 가져가는행위이다. 이것은 축적하는 것이며 오로지 성장에 포커스를 두는 것이다. 무언가를 하는 그 순간에도 내 감각과 나의 주의는 거기에 없으며 스스로 매긴 가치에 기반한 의미만이 있었다. 어떤 것을 배울 때 이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어디에 쓰일 것인가를 계산하며 그로 인해 도출될 결과, 목표에 그 의미를 두었다. 나의 진짜 욕망이 무엇인지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내 인식의 시선은 내부가 아닌 바깥을 향했다. 오로지 반응체로만 작동했고 피곤했고 생기가 없었다.

그토록 많은 배움 속에서 그 체험은 나에게로 통합되지 못했다. 나의 자기계발 행위는 마치 곁눈질 하며 몰래 은신처에 이 보따리, 저 보따리 싸서 숨겨두며 안전하다 여기며 영리하다 자만하는 약자의 공부였던 걸까? 바리바리 쌓아 축적하였지만 내 것이 되지 않았고 내가 되지 못했다. 배우는 것 자체를 좋아하였지만 목적이 설정되고 의미부여가 되어버리니 달성해야할 과제로 변형되었다. 키는 불쑥 자랐지만 속빈 쭉정이 같은 오랜 자기계발 습관에서 벗어나, 진짜 나를 발견하는 일. 무엇이 되기 위한 자기계발이 아니라, 오로지 내가 되기 위한 공부. 내 마음 속 보물을 찾아가는 진짜 공부를 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