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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행복종합선물세트(3)- 2019년 여름은 아름다운 도시, 여수와의 만남으로 꽃피웠다 - 글쓴이 : KEEC   2019-10-24 20:38
여행은 행복종합선물세트(3)
- 2019년 여름은 아름다운 도시, 여수와의 만남으로 꽃피웠다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조주영

  1-3): 맛집 탐방d(여객선 식당-고등어조림으로 아침식사), 이동[여수 ⇨ 초도행(줄리아 아쿠아호 여객선)]

  여수여행 3일차. 이번 여행의 1부인 2박 3일의 여수시내 일정에서 3일차는 이른 아침 시간만 여수에 머문다. 그리고 여수 여행의 하이라이트, 고대하던 「초도」로 들어가는 날이다. 우리는 김미애 도슨트 댁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이틀을 묵었다. 이른 아침, 도슨트의 배웅을 받으며 여수연안여객터미널로 향한다. 이틀 동안 김미애 도슨트의 특별한 배려가 있었다. 이에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정이 들어 헤어지기 아쉽지만 다음 행선지로 떠나야 한다.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에서 7시 40분 출발하는 배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준비하였다. 여수에서 여객선으로 초도에 갈 수 있는 기회는 하루에 단 두 차례 뿐이다. 더욱이 배는 지난 3일 동안 해무 때문에 결항하였다가 오늘에야 출항을 한다고 한다. 이번에 꼭 무리 없이 승선을 해야 한다.
  초도엘 가려면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에서 거문도행 배를 타고 가다가 경유지인 초도에 내리면 된다. 우리는 오늘 꼭 초도에 들어가고픈 간절한 소망을 안고 시간적으로 여유 있게 터미널에 도착했다.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하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도착하고 보니 생각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 오늘은 확실히 출항한다는 확인까지 마쳤다. 이른 시간임에도 식당 문이 열려 있다. 그래서 아침도 제대로 먹기로 계획을 바꾸고 여객선 식당으로 들어가 맛있어 보이는 고등어조림을 주문한다. 자글자글 식욕을 자극하는 고등어조림. 밥 한 공기 거뜬히 뚝딱이다. 맛있게 먹고 나니, 배도 마음도 든든하다. 처음 가보는 초도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승선시간에 맞추어 쾌속선 “줄리아아쿠아호”를 탔다.

◦ 2부: 5박 6일의 초도 일정

  2-1): 초도 대동마을의 무작정민박집에서 민박 시작, 방풍나물 뜯기 및 방풍나물요리 체험(점심 메뉴: 요리체험학습a), 시인과의 대화(“무진교를 건너며” 詩 감상), 마을 투어(소형트럭 타고)a, 해초 채취(저녁 메뉴: 요리체험학습b), 동네 어르신 말씀 듣기, 바닷가 산책 및 밤낚시 구경a, 밤하늘의 별 감상

  여수연안여객터미널에서 초도까지는 1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배(旅客船)는 초도의 본 마을에 해당하는 대동마을을 경유한 후 거문도로 간다. 우리는 초도에 9시 10분경 도착했다. 초도 포구에 다다를 즈음 바라본 대동리 마을 전경은 소박하다. 그 자체로 아담하고 아름답다. 이 사랑스런 마을에서 우리가 머무르며 초도를 체험할 수 있다니 꿈만 같다. 하늘도, 산도, 바다도 싱그럽게 다가온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넓어지고 마음이 설렌다. 우리는 김진수 시인이 운영하는 무작정민박집에서 묵는다. 우리가 초도 대동마을의 포구에 도착하니 감사하게도 김진수 시인이 마중 나와 계셨다. 첫 느낌이 이웃집 오빠 같은 편안한 분위기이다. 얼굴엔 넉넉한 미소를 머금고 계셔서 친근하게 다가온다. 무작정민박집은 마을 초입에 위치해 있고, 포구에서 잘 보인다.

무작정민박집의 장소에서 마을기업(어업회사법인 초도사람들: 국고 및 자치단체지원)도 같이 운영한다. 마을 기업은 “지역주민 또는 단체가 해당 지역의 인력, 향토, 문화, 자연자원 등 각종 자원을 활용하여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며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하여 운영하는 기업”이다. 우리 팀과 같은 배에 타고 초도에 들어온 여수시 공무원 2명이 우리랑 같이 민박집으로 들어섰다. 마을기업 점검 차 나왔다고 한다. 민박집의 체험활동실에서 잠시 자리를 같이할 기회가 있어서 인사를 나누었다. 시인의 부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매실 청을 시원하게 희석하여 음료로 마시며 잠시 대화도 오갔다. 여수의 지리적 여건상 그렇게 하는 것이지만, 배를 타고 출장을 다닌 다는 것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아직은 초도라는 낯선 섬에 방문한 것이 처음이라 여러 면에서 어리벙벙하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며칠 지내다 보면 하나하나 알게 되리라 기대한다.
  김진수 시인과 공무원의 상호작용을 잠시 옆에서 지켜보며 처음 와본 초도에 대한 믿음이 커진다. 여수시 공무원이 먼 뱃길을 마다않고 관할지역 구석구석 챙기는 모습에서 든든함이 전해진다. 김진수 시인은 마을기업이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간절한 열망을 지닌듯하다. 또한 그것들의 건강한 파급을 꿈꾸며 지향해 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러한 가치지향이 멋지게 다가온다. 그리고 다행이다. 우리가 초도를 이번 여행지로 선택한 것은 인터넷 검색과 전화통화 등을 통한 정보수집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그렇지만, 직접 다 경험하기 전까지는 좋은 평가를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는 이런 몇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고 직감한다.
  여수시 공무원이 돌아가고, 우리는 한숨을 돌리며 우선 체험활동실을 좀 더 세세히 돌아본다. 시인의 시가 액자에 담겨 곳곳에 걸려 있다. 앞으로 초도에 머무는 동안 하나하나 더 깊게 감상기회를 갖고자 한다. 그리고 안내받은 방에 들어가 여장을 푼다. 이곳에서 일주일간의 섬 생활을 시작하다니, 꿈만 같다. 숙소 옆에는 빨랫줄이 보인다. 날씨도 딱 빨래 널기에 좋은 날이다. 햇살 좋은 날 빨래를 해서 말리는 기분. 빨래를 하여 빨랫줄에 널고 보니 마음까지 개운하다. 참 오랜만에 손빨래를 해 본다. 섬에서 빨래를 하고 그것을 줄에 너는 것이 재미지다는 생각이 든다. 빨래를 널고 민박집 뒤뜰을 둘러보는데, 오이넝쿨 하나가 집 뒤 담벼락의 벽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 오이넝쿨의 생명력이 경이롭고, 한편으론 사랑스럽다.
  민박집의 옆에는 무궁화꽃나무에 보랏빛 무궁화 꽃이 만개하고 있다. 공기가 참 맑고 청아한 날, 사방이 산이거나 숲이거나 바다인 곳, 미세먼지가 없는 곳, 그래서 모든 것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듯하다. 무궁화 꽃의 색도 산뜻하고 뚜렷하게 드러나 보인다. “참 예쁘다!” 요즘 미세먼지 문제로 꽤 오랜 기간 시달려온 터라 초도의 맑은 공기가 반갑고, 감사하고, 축복으로 다가온다. 같이 간 멤버와 이런 경험들을 나누며 하하 호호 웃고 있는데, 김진수 시인이 우리를 부른다. 숙소 옆 마당에서 방풍 나물을 뜯어볼 것을 제안한다. 방풍 나물은 아주 가끔 사 먹어 보았던 것이다.
  초도엔 도처에 식자재가 늘려 있다고 들었다. 과연 그런가보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체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부푼다. 우리가 직접 뜯은 방풍 나물은 점심반찬 중 하나가 된다. 방풍 나물을 뜯어서 씻고 데쳐 초고추장과 깨를 넣어 버무려 상에 올려졌다. 점심식사를 하며 그것들을 내 입으로 옮기고 저작한다. 쌉쌀한 맛이 혀에 감돌며 목구멍을 타고 전신으로 전해진다.  잔잔히 몸으로 스며들며, 동시에 여독을 날려주는 듯하다. 우리는 평소에 작은 것 하나도 시장에서 구입해서 쓰는 것이 익숙하다. 그런데, 초도에서 나물을 직접 캐는 체험과 더불어 그것을 요리하여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앞으로 이곳에 머물 시간들에 기대감을 더해준다.
  점심식단에 초도 막걸리도 곁들여졌다. 시인은 막걸리를 술잔에 쪼르르륵 부어주며 군침을 삼킨다. “이것은 막걸리가 아니여, 유산균 덩어리, 초도식 요플레!” 시인의 막걸리 예찬론에 나도 한 모금 마셔본다. “으 ~ 음 ~ ~ !” 과연, 예사 막걸리가 아니다. 목 넘김이 부드럽다. 부담이 없고 그야말로 깔끔한 느낌으로 술술 넘어간다. 막걸리 맛이 지금까지 마셔본 것과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이런 막걸리도 있구나. 시인의 막걸리 예찬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간 이곳에 오기위해 공부한 자료들에선 개도막걸리의 유명세를 많이 접했다. 시인에게 개도 막걸리는 어떠냐고 물었더니 비교를 삼가라며 손사래까지 친다. 개도 막걸리는 양조장에서 나오는 것이고, 초도막걸리는 직접 손으로 빚은 막걸리여서 질적으로 차이가 있단다. 시인은 초도막걸리에 대해 80대 어르신 내외가 정성으로 담은 누룩에 가마솥에서 찐 고두밥, 직접 농사지은 더덕, 그리고 손맛을 더해 빚어진 것이어서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다고 덧붙인다.
  김진수 시인과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고, 막걸리도 음미하며 자연스럽게 액자 속의 시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리하여 시인의 시에 대한 얘기도 듣고 감상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정말 축복받은 시간이다. 특별히 체험활동실에 걸린 “무진교를 건너며”라는 시가 마음에 든다.『너를 버려 나를 얻는 / 기막힌 적막감이 / 때로는 화두처럼 / 어둠을 몰고 온다 / 그 오랜 경계를 풀고 / 바람이 와 눕듯이 / 수평으로 어우러진 / 농게들 귀가하는 / 갈대숲이 젖어들 때 / 저 멀리 누가 부르나 / 등 밝히는 먼 마을』시인은 이 시가 불교에서 말하는 화두 같은 시라고 말한다. 시의 내용은 내가 주로 다루는 주제인 본질 지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하는 일에서 이 시를 인용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시인은 소형 트럭을 직접 운전하며 마을을 안내해 주신다. 초도전반을 함께 돌아보며 우리가 마을에 대한 윤곽을 보다 빨리 잡도록 돕기 위한 배려이다. 초도는 마을이 세 개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큰 대동마을, 그 다음이 의성마을, 그리고 진막마을이다. 시인은 차타고 함께 돌아보며, 곳곳의 정보를 들려주신다. 나는 미리 공부를 좀 하고 초도에 왔지만, 여러 정보가 뒤섞여 정리가 어렵다. 다시 한 번 차근하게 돌아보면 초도의 윤곽이 어느 정도 머릿속에 체계가 잡힐 듯하다. 정보들도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을을 돌아본 시간이 한 낮이다. 차를 타고 돌아보았지만, 중간 중간 내려 살펴보기도 했다. 그런데, 햇빛을 직접 쬐지 않으면 별로 덥지 않다. 초도가 섬이어서 온통 바다로 둘러 쌓여있는데다가 나무와 숲이 많고 지열은 없어서 그렇단다. 도시에서 수시로 경험하는 후덥지근한 느낌이 없다. 한 여름이므로 덥기는 하지만 몸에 부담스런 감각의 더위와는 거리가 멀다. 뭔가 형언하기 어렵지만, 그냥 이 느낌조차 소중하다.
  오늘 초도 전반을 휘리릭 돌아본 곳들이 다 관심이 가지만 특히 가장 강력하게 다가온 곳은 안목섬이다. 모세의 기적처럼 지금 바닷길이 열리는 중이다. 제대로 열리면 우리도 오게 될 거란다. 와~우! 바닷길이 열리는 광경을 직접 이 지역에서 머물며 제대로 볼 수 있다니. 거기다가 그곳에서 해산물 채취체험도 하게 될 거란다. 참으로 기쁘고 앞으로가 기대되고 설렌다. 그 날, 그 시간이 어서 오길 고대한다. 꼭 체험할 그 순간이 더 간절해진다.
  초도전체를 한 바퀴 휘리릭 돌아보고 다시 대동포구 방파제로 돌아왔다. 김진수 시인은 차에서 내려 마을 앞 바닷가의 바위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서며 저녁 찬거리 준비하는 법을 알려 주신단다. 우리도 따라 들어가 보니 바위 위에 해초들이 늘려 있다. 덕분에 톳, 참가사리(세모가사리) 등을 채취하는 체험기회를 가졌다. 해초가 썰물의 경계선에 있는 바위에 붙어 있는 것들이어서 물에 들어가지 않고 채취가 가능하다. 그동안 대중음식점에서 이런 해초들의 요리를 먹어보거나 말린 것을 사서 간편하게 요리하여 먹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있는 것을 직접 채취해 보는 것은 첫 경험이다. 신기하고, 재미지고, 신난다.
  나를 포함하여 현대인들의 상당수가 바쁘다는 이유로 때로 또는 자주 레토르트 음식을 먹는다. 더욱이 1인가구가 늘면서 냉동상태나 레토르트 형태의 식품유통이 늘고 있다. 그러나 건강에 가장 좋은 식품은 얼리지 않고 자연스런 식재료를 가장 간단하게 요리하여 먹는 것이다. 나는 지금 초도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신선한 식재료를 직접 만나고 있고 또 앞으로 요리해서 먹을 것이다. 오늘이 그 첫날인데, 생각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맑은 공기를 맘껏 마실 수 있는 것은 기본이다. 좌뇌의 피곤으로 이끄는 생각과 판단 등의 행하는 의식이 내려진다. 그리고 우뇌의 자연과 연결되는 편안한 느낌, 감탄, 기쁨, 몰입, 흡족 등 존재하는 의식과 긍정에너지가 살아난다. 더불어 심신이 절로 평온해진다. 그렇게 즐거운 놀이를 하듯이 해초들을 채취 한 후, 귀가 길에 동네슈퍼에 들러 아이스크림(비비빅)을 한 보따리 샀다.
  우리도 먹고, 마을 정자에 들러 동네 어르신들께도 나눠드리며 말씀 듣는 기회도 가졌다. 옛날에 초도에 사람들이 많이 살았을 때의 여러 에피소드, 자녀들이 객지에 나갔다가 다니러 올 때의 얘기, 주민들 간의 상호호혜적인 상호작용, 초도의 이런 저런 문화 등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난 듯하다. 마을 어르신의 말씀을 경청하는 중에 한 아주머니가 바다에서 저녁 찬거리를 준비한 듯, 한 손에 들고 지나간다. 마치 육지에 사는 사람들이 텃밭에서 한 끼 먹을 만큼 채소를 준비하여 손에 들고 지나가는 모습과 흡사하다. 단지 손에 들고 가는 내용물이 다를 뿐이다. 이런 시간들 하나하나가 흥미롭고 의미 있게 다가온다. 초도 대동마을의 정서를 조금이나마 접하는 기회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이런 기회를 또 가져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민박집으로 돌아와 좀 전에 채취한 해초를 다듬고 씻어 저녁반찬으로 올린다. 일부는 찌개재료로, 또 일부는 내일 먹을 미역냉국 재료로, 나머지는 다음을 위해 보관한다. 그렇게 직접 채취한 재료를 이용한 찬으로 오감충족 식사를 한다. 이 어찌 행복하지 않으리. 초도에 있는 동안 머무는 여행의 맛을 조금씩 알아갈 수 있을 듯하다. 저녁식사를 잘 마치고 설거지 등 정리도 마친 다음, 소화도 시키고 밤바다 구경도 할 겸 다 같이 바닷가 산책을 나간다. 시원한 자연바람이 인공의 에어컨 바람과는 비교할 수 없다. 만족스럽다. 포구에서 다정하게 밤 낚시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보인다. 아들이 좀 전에 쏨뱅이를 낚았나보다. 우리 멤버 중 한 분이 도시어부라는 TV프로그램에서 나온 고기라며 반가워한다. 내겐 낯설지만 신기하고 흥미로운 장면이다.
  들고 나온 손전등을 끄고 하늘을 바라본다. 북극성을 비롯하여 북두칠성과 수많은 별들 · · · .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라며, 별 하나 별 둘 세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잠시 추억에 잠긴다. 초도에서 밤바다를 바라보며 야간산책을 하다니. 초도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즐거움을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귀한 체험이다. 뿌듯한 마음을 안고 숙소로 돌아온다. 초도에서의 첫날이 이렇게 저물고 있다.

여행은 행복종합선물세트(2) - 2019년 여름은 아름다운 도시, 여수와의 만남으로 꽃피웠다 - 글쓴이 : KEEC   2019-09-24 22:27
여행은 행복종합선물세트(2)
- 2019년 여름은 아름다운 도시, 여수와의 만남으로 꽃피웠다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조주영

1-2): 간편 식단a(파리바게트에서 아침식사), 여수예술랜드 체험투어, 스카이타워전망대, 맛집 탐방b, c(여수 예술랜드 내 식당-서대회로 점심식사, 속풀이 식당-게장 백반으로 저녁식사), 고소동 1004벽화마을 투어b, 이순신(이순신전술 신호연박물관 관람, 고소대, 오포대), 빠삐용 커피숍에서 작가와의 특별한 데이트, 여수 밤바다 감상b

  여수여행 2일차 첫 일정은 여수예술랜드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본격적 출발 전 아침식사를 위한 후보선택지 두어군데 중에서 파리바게트로 정했다. 우리가 선택한 주 메뉴는 닭가슴살 샐러드, 샌드위치, 커피 이다. 주문한 메뉴가 나와 차려놓고 보니 편리성, 맛, 영양에 있어서 손색이 없는 식단이다. 다른 멤버들도 오늘의 아침메뉴 선택이 탁월했단다. 간편하게 먹기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앞으로도 여행 시에 숙소에서 아침 식사하는 것이 마땅치 않으면 파리바게트를 이용하면 되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모두 거기에 맞장구까지 쳤다. 여행 2일차의 시작이 이렇게 멋지게 이어지고 있다. 향이 좋은 커피까지 마시며, 하하 호호 웃고 즐기면서 이야기까지 즐겁게 나눈 뒤 우리는 여수예술랜드로 향했다. 예술랜드의 주소지는 여수시 돌산읍 무수목길 이다. 오늘 우리들의 안내를 맡은 분은 김미애 도슨트이다. 김미애 도슨트와는 이번 여행의 준비 단계부터 몇 차례 SNS를 통해 교류하며 정보도 얻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인터넷에서 보도된 정보(여수넷통뉴스)를 통해 김미애 도슨트가 문화 프로듀스로 활약하고 있음을 알았다. 자녀가 성장한 뒤, 인생의 2막을 더 의미 있게 살고 잘 꾸려가고자 남편과 여수로 귀촌했다. 그녀는 아이들 교육문제로 수년간 외국서 살아왔다. 그 사이에 여러 나라를 거침없이 여행 다니며 터득한 유연성으로 귀촌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녀와 몇 차례 교류하며, 늘 새로운 것을 찾고 그것들을 즐기며 발전시켜가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도슨트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예울마루 전시회, 국제아트페스티벌, 여러 작가들의 전시회 등에서 도슨트 활동을 한다. 그 과정에서 회화 작가들을 만나고, 전시회와 미술관을 드나들면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김미애 도슨트는 자칭 “생활예술인”이다. 작가 탐방만이 아닌, 섬투어, 은퇴자를 위한 여수 터전 찾아주기 투어, 다양한 문화기획과 무궁무진한 여수투어를 구상중이다. 김미애 도슨트의 삶의 지향과 가치추구 방향이 내 마음을 끈다.
  우리는 예술랜드 본관동으로 들어서서 도슨트의 개략적 설명을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안내하는 대로 투어하고 체험하는 것이 시간적인 측면 등 여러 면에서 효율적일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지는 순서는 50미터의 미디어 터널을 지나 야외 조각공원 구경이다. 조각공원은 여수의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져 있다. 멋진 배경과 각 작품들이 조화를 이루어 더욱 돋보이고 그 느낌이 정말 좋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조각공원을 돌아보고, 작품들 옆에서 사진을 찍는 즐거움도 크다. 김미애 도슨트의 깊이 있고 섬세한 안내 덕분에 풍부한 스토리까지 더해졌다. 더불어 우리의 이해도 늘어나 예술랜드의 공간과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이 참 특별했다. 지금의 여수예술랜드가 되기까지 예술랜드의 대표가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일궈온 인고의 과정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가 마음깊이 특별한 의지를 품고 뚝심으로 일구어온 손길이 느껴지는 듯하다. 김미애 도슨트는 원래부터 여수 분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수 분으로 생각했을 만큼 여수 사랑이 남다르다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야외에서 한참을 돌아다니며 구경하여 좀 쉬어가고 싶다고 느낄 즈음, 김미애 도슨트가 안내한 곳은 인공암반동굴이다. 시원한 곳에서 쉬듯이 구경하고, 다음 일정을 이어가라는 배려가 담긴 순서이다. 동굴 안은 시원하고 야외 조각공원과는 또 다른 멋진 조각과 설치 작품들이 있어 보는 즐거움과 쉬어가는 느낌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야외 조각공원을 구경할 때는 사방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인공암반동굴 내에서도 창문을 통해 바다를 쉽게 볼 수 있다.
  동굴에서 더위를 식히고, 아래층 카페에서 맛과 시원함을 갖춘 음료로 속까지 달래주자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이어진 순서는 익스트림 공중그네나 스카이워크 짚라인 중 한 가지를 체험하는 것이다. 팀원들이 선호한 선택은 스카이워크 짚라인이다. 익스트림 공중그네는 100미터 절벽에서 넓게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짜릿하게 공중그네를 타는 것이다. 스카이워크 짚라인은 상공 100미터에 평면으로 목재 계단식과 투명강화유리가 바닥에 설치되어 있다. 안전장치를 착용 후 구름다리를 걸어서 건넌 후에 짚라인을 타고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되어 있다.
  여기까지 구경과 체험을 마치니 오전 시간이 휘리릭 다 지나갔다. 예술랜드내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맛있게 즐겼다. 이어지는 순서는 AR 3D 트릭아트뮤지엄에서의 체험이다. AR어플을 통해 다양한 테마형 3D 트릭아트를 체험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한다. 주요 주제는 아쿠아월드, 아바타룸, 이집트방, 거대거울방, 에피소드룸, 계단아트, 사파리관, 지구멸망관, 아문센을 찾아서, 대테마관 등 다양하다. 세부내용을 몇 가지만 보자면 아쿠아월드에서는 살아 움직이는 듯, 하이퍼리얼리즘 기법에 오브제를 더한 특별한 공간에서 입체적으로 반응하는 꽃게, 각종 물고기, 고래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집트방에서는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인 피라미드와 이집트 파라오들이 만들어 놓은 영원불멸의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거대거울방은 거대한 건물을 오르는 듯 착시를 일으키는 체험이 가능한 착시방이다. 건물 벽에 오르는 자세를 취하면 아찔하게 보이는 장면을 연출가능하다.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으면 실제처럼 느껴진다. 에피소드룸에서는 생활 속의 이야기 중에서 특별하고 신비한 경험을 패러디한 작품 코너로 흥미를 더해준다.

여수예술랜드에서는 트릭아트뮤지엄에서의 체험을 마지막으로 하였다. 처음 오전에 왔을 때는 해무가 자욱하여 해무너머의 풍경은 상상하며 그 분위기를 누릴 수 있었다. 오후가 되니 해무가 걷히고 시야가 맑게 드러나 모든 내용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도 다른 멤버들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음에 대해 감사하게 수용하고 있다. 우리는 예술랜드를 떠나는 시간에 들어오는 차량이 많이 늘어서 있다. 우리는 붐비지 않는 시간대를 잘 맞추어 쾌적하게 구경하고 다양한 체험을 했다.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김미애 도슨트의 적절한 안내 덕이다. 예술랜드를 떠나며 김미애 도슨트와는 잠시 헤어졌다가 저녁 7시에 빠삐용이라는 카페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우리끼리의 여행으로 이어지는 다음 순서는 여수스카이타워전망대로 여수엑스포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여수예술랜드에서 떠난 시간과 저녁 7시까지의 중간 시간 즈음에 우리팀 멤버 중 한 사람이 사정이 생겨 여수를 떠나 볼일을 보고 와야 한다. 우리는 잠시 떠나는 멤버에게도 또 끝까지 남아 있는 멤버에게도 좋은 선택을 하고자 의견을 나누고 종합했다. 우리들이 활용가능 한 시간, 이동을 고려한 구경꺼리 소재지의 위치, 선택지의 가치 등 여러 여건을 반영하여 최적지로 결정한 곳이 여수스카이타워전망대이다. 이 전망대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시멘트 저장고를 리모델링하여 예술적 공간으로 재활용한 것이다. 높이가 67m, 20층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전망대에서 오동도, 여수세계박람회장 등 여수의 구도심을 조람할 수 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도시 여수, 보물 같은 여수를 내려다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전망대카페에서 커피를 비롯한 각종 차와 간단한 간식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해풍쑥 팬케익을 공통 메뉴로 주문하고, 각자 취향에 따른 차를 주문하여 음미감상하며 즐거운 담소시간을 가졌다.
  각자 주문한 차들의 컬러감이 조화를 이룬다. 내가 선택한 차는 쑥의 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쑥차이다. 해풍쑥 팬케익에 쑥차를 곁들이니 쑥의 건강함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듯하다. 스카이타워전망대에서 바다 풍경, 여수 세계박람회 장소를 조망하며 내려다보는 느낌이 참 좋다. 스카이타워의 파이프오르간은 2011년 11월 21일 월드기네스에 등재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파이프오르간이기 때문이다.
  멤버 한명을 떠나보내고 다음 일정까지의 자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조금 이른 저녁을 먹었다. 속풀이식당이라는 상호에서 게장백반으로 즐겼다. 이곳은 여수향토음식을 잘하는 집이라는 정보를 챙겨서 간 곳이다. 과연 집밥 같은 정갈한 음식이다. 특히 게장이 맛도 일품이었지만, 짜지 않아 맘껏 먹기에도 좋고 뒤끝도 부드러웠다. 주인아주머니는 얼마든지 리필해 주시려는 넉넉함을 보여주셨다. 우리는 속풀이식당을 괜찮은 맛집으로 마음에 새겼다. 여수를 떠나기 전 꼭 다시 들려 다른 메뉴의 음식도 먹자는 의견을 나누었다.
  기분 좋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어지는 토막시간 이용 두 번째는 고소동 벽화마을 투어이다. 1일차에 만화가 허영만 선생의 만화들을 그려 놓은 벽화갤러리를 투어한 바 있다. 그때 우리는 고소동 벽화마을 3구간의 극히 일부를 투어한 것이다. 알고 보니 벽화골목길은 총 9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체적으로 1구간은 동심의 세계, 2구간은 바다이야기와 여수풍경, 3구간은 생활이야기와 허영만화백 거리, 4구간은 동물 판타지 문화, 5구간은 여수의 어제와 오늘, 6구간은 사계절 자연풍경, 7구간은 이순신장군 일대기, 8구간은 여수풍경, 9구간은 바다 속 이야기가 그것이다. 고소동 1004벽화마을은 그 거리가 1004m라고 한다. 일명 천사골목으로도 불린다.
  고소동 1004벽화마을은 오래된 한 자연부락이 여수의 역사, 해양, 문화 등을 주제로 한 스토리가 있는 벽화골목으로 재탄생하였다. 바다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전망,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도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 덕분에 인기가 높은 듯하다. 벽화마을 전체를 투어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가능할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아쉽게도 이미 잡혀있는 다른 일정이 있고, 다음 날은 초도로 들어가기로 되어 있어서 이렇게 투어하고 있다. 오늘의 벽화마을 투어 내용은 1구간 동심의 세계 중의 일부와 7구간 이순신 장군 일대기 중의 일부이다. 동심의 세계를 주제로 한 벽화들에서는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는 장면들이 있어 잠시 즐겁게 과거여행을 했다. 동심을 담은 귀엽고 사랑스런 벽화장면들은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충무공 이순신장군 일대기를 주제로 한 벽화들에서는 장군의 지혜와 용맹함이 연상되어 숙연해졌다.
  고소동 1004벽화골목들의 위로 오르다가 이순신전술신호연박물관을 만났다. 팜플릿에 소개된 신호연에 대한 안내를 옮겨본다. “1952년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께서는 방패연을 기초로 오행사상의 오방(홍, 청, 황, 흑, 백)색으로 신호연을 제작하여 시간, 장소, 방향, 풍향 등 구체적으로 전략 및 전술 예지 신호용으로 23전승을 하는데 크게 기여하여 유구한 업적을 남기셨다.” 400여 년 전은 지금처럼 통신수단이 갖추어지지 않았던 시절이다. 그런 여건에서 장군이 연을 직접 제작하여 섬과 섬 사이, 섬과 육지를 연락하는 통신수단으로, 또는 작전지시의 방편으로 이용한 것이다. 신호연은 군사적인 신호용으로 연에 그려진 문양과 색깔에 따라 명령내용을 달리 하여 사용하였다. 신호연 박물관을 거쳐 가며 고소대와 오포대도 돌아보았다. 고소대는 임진왜란 당시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작전을 세우고 명령을 내리던 곳이다. 이순신 장군 관련 자료와 유적지에서 장군의 지략과 지혜로움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포대의 오포는 오정포의 준말로 정오를 알리는 대포를 말한다. 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오포를 알리는 신호이며 오포를 쏘아 올린 곳이다.
  저녁 7시 5분전, 우리는 늦지 않게 김미애 도슨트와의 약속장소인 빠삐용 커피숍에 도착했다. 빠삐용은 김기희 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커피숍이다. 우리팀은 이번 여행에 참여하며 김미애 도슨트가 안내하는 프로그램을 2개 신청했다. 하나는 음악예술공연체험(예울마루, 장도근린공원, 엑스포진시관 등)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도슨트와 함께 하는 갤러리투어 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늘이 월요일이어서 미술관 등이 다 문을 닫는 날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오전에는 예술랜드를 그리고 저녁에는 김기희작가가 직접 운영하는 커피숍엘 왔다. 빠삐용에서 작가의 작품 감상도 하고, 작가와의 아주 특별한 데이트도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커피숍 창문 밖으로 여수 밤바다 감상도 덤으로 즐겼다.
  빠삐용 커피숍 건물은 2층 구조이다. 1층과 2층에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들의 재료가 대부분 재활용한 것이라고 한다. 일명 정크아트이다. 작품의 재료와는 완전 새로운 느낌으로 감동을 안겨준다. 일상의 버려지는 물건들이 김기희 작가의 손을 통해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한 것이 경이롭다. 김기희 작가는 어떤 마음이 가는 주제를 만나면, 그 주제의 작품 활동에 몰입하여 맘껏 창작한다고 한다. 한 주제의 작품 활동 기간은 5년이 되기도 하고, 그때마다 달라 딱히 정해진 게 아니란다.
  예술가들이 작품의 영감을 받는 기회는 도처에 늘려있나 보다. 갈치 작품은 시장에서 파장시간에 싱싱하지 않고 너덜너덜해진 갈치의 모습에서 자신과 닮은 점을 발견하고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시된 자료에는 물고기 종류가 많았다. 주방도구들을 재활용한 작품들도 많이 보인다. 작가와 나눈 대화 과정에서 섬세한 감정표현을 들으며 예술가의 감성을 읽을 수 있다. 작품의 창작과정이나 결과는 다른 작가들과 ‘다르게’ 또는 ‘특별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도 보였다. 이러한 점이 김기희 작가만의 심미안을 발전시켜가는 포인트이리라.
  이렇게 우리는 2일차 일정도 꽉꽉 채워 마무리했다. 오늘도 김미애 도슨트 개인집에서 묵는다. 어제는 밤에 개인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많이 조심스러웠다. 오늘은 두 번째이고, 또 김미애 도슨트와 함께 들어가니 훨씬 마음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여수에 도착한 첫날부터 숙소에 문제가 생겼고, 성수기에 갑자기 숙소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난감지경이었다. 다행히 김미애 도슨트가 개인의 집에서라도 이틀간 묵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 무리 없이 참 감사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두고두고 이 고마움이 기억날 것 같다.




여행은 행복종합선물세트(1) 글쓴이 : KEEC   2019-08-26 13:39
여행은 행복종합선물세트(1)
- 2019년 여름은 아름다운 도시, 여수와의 만남으로 꽃피웠다 -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조주영

우리는 각자 주어진 삶의 장면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수많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어느 심리학자는 우리가 매일 8천 가지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고 한다. 수많은 메시지들 중에서 자신의 삶의 질을 위해 가장 적절한 것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 행복증진을 위한 지혜이다. 나는 일상에서 일간 신문 읽는 것을 의도적으로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 챙기고 힌트를 얻어 새로운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경우가 많다. 정보들 중에는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것도 있고, 인간관계, 취미생활 등 다양하다. 거기엔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여행관련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작년 1월 신문에서 정보를 얻어 평창동계올림픽 특집 올림픽 개최도시 여행체험단 모집에 응모하여, 70대 1의 경쟁력을 뚫고 선발된바 있다. 힐링·문화·배움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구성원 4명(필자포함)이 함께 한 공동 작업이다. 여행 중 체험활동에서 참여도가 반영되어 수상경력이 있다. 여행후기는 각종 SNS 등을 통해 전하며 올림픽 홍보대사로서의 역할을 통해 선순환을 기하였다. 여행의 기쁨도 누리고, 좋은 에너지의 긍정적 파장을 기대하며 하는 부가활동도 가치 있고 즐거움이다. 서로 도우며 함께 존재하고 유지 증진해 가는 공존(共存)이다.

  여행에서 얻은 체험학습과 에너지는 일상의 활력으로 이어진다. 이 또한 자신의 삶에서 선순환이 된다. 더 나아가 가정과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파장으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그것들을 챙긴다. 그 멋진 기회가 또 찾아왔다. “여수에서 한 달 살아보며 여행하기”이다. 신문에서 기사를 처음 접한 날 일기에 아래와 같이 기록했다.



[2019년 4월 12일의 일기]
  많이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몇 달째, 주말 없이 분주했다. 오늘은 12일, 밀린 신문을 보노라니, 9일자 경향신문에 내 눈을 크게 뜨이게 하는 기사가 보인다. 바로 여행경비의 일부를 여수시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인 『“여수서 한 달 여행하기” 어때요』이다. 내 답은 바로 『좋지요! 희망사항입니다.』이다.

  그 즉시 4명으로 구성된 HCL(힐링·문화·배움)팀 팀원들이 떠올랐다. 단톡방에 신문기사를 올렸다. 구성원들은 메시지를 읽는 즉시 호감을 드러냈다. 만약 시간이 안 맞는다면, 후순위는 가족(사실은 가장 1순위이지만 우리 집 4인 가족이 다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휴가를 맞추는 정도가 될 수는 있다), 중학교 동창, 아님 혼자라도···. 혼자 이런저런 소설을 쓰며 마음이 설렌다.

  오늘도 할 일이 많지만, 여수여행 관련 기사에 시선과 마음이 머물러있다. 몹시 바쁘게 뛰어다녀야 하는 일정의 와중에도 잠시 짬을 내어 관련 정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여수시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구비서류를 다운 받았다. 뭘 준비해야 하는지, 일단 대충 훑어보고, 구비서류를 갖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지 가늠해 보았다. 제출마감 기한이 19일까지 이니, 우선 급한 일부터 마치고, 순서대로 차근차근 도전하자.





여행을 기대하는 설렘도 긍정에너지다. 그 멋진 에너지를 내 삶으로 가져오고자 먼저 잠시 짬을 내어 여수시청 홈페이지에서 사진으로 여수의 명소를 감상해 보았다

  그리고 짬짬이 시간을 내어 팀원들과 의견을 조율하며 여행계획서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4월 19일 마감 날 이메일로 접수했다. 여행계획서를 접수한지 일주일이 지난, 4월 26일 여수시 관광과로부터 사업에 선정되었음을 축하하는 메시지(“안녕하세요. 여수시 관광과입니다. 귀하께서는 여수에서 한 달 여행하기 사업에 선정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여행기간은 5.7 ~ 11. 30.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를 받았다.
“앗~싸!”, 그 메시지를 스크린샷으로 받아 팀원들과 공유하였다. 우리들은 자축무드에 취하며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계획된 일정으로 이어질 행복한 여수여행의 기대감을 나누었다. “여수에서 한 달 여행하기”사업의 여행기간은 ‘7일 ~ 30일’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현실적 여건이 한 달을 다 채우는 것은 무리가 있어 10박 11일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지난날을 돌아보니 나와 여수와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여수엑스포 개최 시기에 작은아들과 여수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을 칼럼으로 작성하여 월간 행복한 가정에 두 번 실었던 것[① 살아있는 교과서, 여수세계박람회(2012년 10월호) ② 여수엑스포에서 배운 것(2012년 11월호)]이 떠오른다. 그때의 원고를 찾아서 다시금 읽어보니, 새롭다. 기억을 상기시켜 주어 느낌이 좋다. 나의 여행은 단순히 일회성 여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번 여행을 기획하면 최소 세 번의 여행으로 이어진다. 첫 번째는 여행을 위해 준비하고 공부하며 일차적 여행을 한다. 간절히 보고 싶은 만큼, 사랑하고 싶은 만큼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공부한다. “알면 보이고, 사랑하게 된다.” 여수를 알아야 여수에서 살아보며 여행하기를 할 때 제대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팀은 여행계획서에, “여행 전 여수사랑 실천 활동 시작”의 일환으로 여수에 대한 공부를 하여 그 내용을 SNS로 전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였다.

  두 번째 여행인 본 여행에서는 맘껏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하며 제대로 향유하고자 한다. 첫 번째 여행에 해당하는 준비가 충실하게 제대로 이루어질수록 더 깊이 체험하고 누리는 여행이 가능하다. 마지막 세 번째 여행은 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정리를 하며 다시 한 번 음미 감상하는 시간이다. 이렇게 세 번의 여행 과정을 거쳤을 때 비로소 그 여행이 내 것이 된다. 나는 이 세 가지 여행과정 모두를 즐긴다. 그리고 각 여행의 기록을 시간이 많이 흐른 다음 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것들은 각각 다른 느낌의 즐거움과 삶의 슬기를 주고 몰입을 돕는다. 이러한 과정 모두가 내겐 하나의 삶의 리추얼이다. Mason Currey는 그의 책, “Daily Rituals: How Artists Work”(국내에 “리추얼: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의식”으로 번역되어 있음. 譯者: 강주헌)에서 리추얼에 대해 보통의 시간을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만드는 법으로 소개한다. 리추얼은 의식으로 하루를 마치 종교적 의례처럼 여기는 엄격한 태도이자, 일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용한 도구, 삶의 에너지를 불어 넣는 반복적 행위라는 것이다.

나는 나의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고자 지향한다. 한편으론 설렘이 있고, 때로 일부 당면과제들에선 다소의 부담이 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즐기고자 한다. 약간의 긴장이 있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의미와 가치를 살릴 수 있는 기분 좋은 긴장을 유지해 가는 것이 핵심이다. 또 가끔씩 여지를 보아 실제 여행을 통해 더 큰 리추얼을 행한다. 그것은 청청한 숲에서 머물 때처럼 건강한 숨을 더 크게 쉴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소진을 야기하는 여러 일상의 요소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행 준비, 여행하는 동안, 그리고 여행후의 정리 작업까지, 각 과정이 갖는 서로 다른 의미와 가치를 챙긴다. 그렇게 나는 나를 더 멋지게 유지 증진해 가고 있다. 더 나아가 삶의 행복감을 키운다.  

  최근에 만난 최연수 시인의 “여행은”이라는 시가 이런 내 마음을 잘 반영하고 있다. [여행은 설렘입니다./ 아니, 여운입니다./떠나기 전의 설렘과 돌아와 천천히 되뇌는 여운./
 (중략) / 여행은 / 소소함이 모여 감동이 된다는 걸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시인이 시를 통해 노래하였듯이 “소소함이 모여 감동이 된다는 걸” 알고부터는 더 자주 그 감동을 또 맛보고 싶고, 더 깊게 취하고 싶다. 지금부터 “여수에서 한 달 여행하기”의 과정과 그 과정에서 얻은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 덴마크의 '휘게', 스웨덴의 '라곰', 프랑스의 '오캄' 과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음; 네이버 국어사전)의 감동을 정리해 본다. 총 10박 11일의 여행은 3부로 나누어 보았다. 그것의 1부는 2박 3일의 여수시내 일정, 2부는 5박 6일의 초도 일정, 3부는 3박 4일의 여수시내 일정이다.

◦ 1부: 2박 3일의 여수시내 일정
  1-1): 오동도 투어, 맛집 탐방a[두꺼비 게장(갈치조림과 게장 전문점): 저녁식사], 고소동 1004벽화마을 투어a, 여수 밤바다 감상a, 낭만포차거리 투어
  여수시내 첫 일정은 오동도 투어이다. 오동도를 가가 위해 육지와 섬을 잇는 길이 700m의 방파제를 이용한다.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동백열차 이용하기, 유바이크(U-bike) 타고 가기, 걸어가기, 바다로 모터보트 타고 가기 중에서 선호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우리는 걷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오동도를 한 번 쯤은 걸어가 보는 것이 의미 있다고 판단하여 걸어가기를 선택했다. 오동도를 향하여 걸어가는 동안 시원한 바닷바람이 얼굴에 기분 좋게 스친다. 섬에 다다르자 산책하기 딱 좋은 숲길이 펼쳐진다. 숲길은 한 여름임에도 미풍이 불어 덥다는 느낌이 없다.

  오동도는 섬 전체가 완만한 구릉성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섬 남단에는 오동도 등대가 있다. 섬의 곳곳에 시(詩)와 안내판이 잘 제시되어 있어, 내용을 읽을 겸 걸음을 멈추고 잠시 머물며 쉬어가게 한다. 소라 바위, 병풍바위, 코끼리 바위, 용굴 등 기암절벽들도 진경이다. 곳곳에 뷰포인트가 있어 카메라에 담고 마음에 담았다. 오동도를 한 바퀴 돌고 내려오면 분수대에서 시원하고 리드미컬하게 뿜어내는 물 축제를 감상할 수 있다. 우리는 분수대와 그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모터보트를 타고 다시 한 번 오동도를 한 바퀴 투어 한 다음 육지로 나왔다. 모터보트 타기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오동도 투어의 시원한 마무리다.

  육지로 다시 돌아오니 저녁식사 때를 알리는 생리적 시계가 울리고, 시장기가 몰려온다. 때마침 육지와 오동도를 잇는 방파제 입구에 여수 10미(味)가 구미를 자극하는 사진과 함께 안내되어 있다. 여수 10미는 ① 돌산갓김치 ② 게장 백반 ③ 서대회 ④ 여수한정식 ⑤ 갯장어회/샤브샤브 ⑥ 굴구이 ⑦ 장어구이/탕 ⑧ 갈치조림 ⑨ 새조개 샤브샤브 ⑩ 전어회/구이 이다. 우리가 선정한 메뉴는 게장 백반과 갈치조림이다. 해당메뉴의 맛집 검색과 팀원들의 의견조율 결과, “두꺼비 게장”집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우리가 두꺼비 게장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식당 안에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고, 손님 회전율도 매우 빨랐다. 우리도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평소보다 식사량이 배가 되도록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맛있게 먹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전망 좋은 카페를 찾아 여수 밤바다 경치를 즐기려 나섰다. 가는 길에 고소동 1004벽화마을을 우연히 만나 득템한 기분으로 투어하며 카페를 찾아갔다. 그곳 벽화마을의 주요 내용은 만화가 허영만 선생의 만화들을 그려 놓은 벽화갤러리 이다. 벽화를 보다가 자세를 조금만 옆으로 돌리거나 뒤로 돌면, 또 때로는 고개만 들어도 바로 여수 밤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멋진 밤바다를 맘껏 바라볼 수 있는 카페도 많다. 우리도 그 중에서 멋진 카페 한 곳을 찾아 여유롭게 밤바다도 감상하고 행복한 담소도 나누었다. 곳곳에서 여수 밤바다의 아름다운 장면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여수여행의 큰 장점이다. 어스름을 넘어 저녁이 깊어지자 낭만포차거리도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버스킹의 흥겨운 음악소리가 흥을 돋운다. 오가던 사람들이 자리를 메워 앉고, 일부는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탄다.

  우리도 그러한 분위기에 젖어있는 가운데 시간이 휙 지나간 느낌이다. 오늘 밤은 예약한 숙소이용에 문제가 생겨, 도슨트 개인 집에 머물기로 되어 있다. 늦게 들어가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기는 했지만, 밤이 너무 늦으면 안 될듯하여 낭만포차거리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고 1일차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알찬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한 날이다. 다음 날도 기대된다.
                                           
                                                  - 다음 호에 계속 -